‘검찰 개혁안 만든 뒤 자진사퇴’ 등 아름다운 이별?…탄핵 따른 총선 반사이익 기대감도
조국 장관의 거취를 두고 여권에서는 갖가지 소문이 돌고 있다. 9월 6일 당시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조 후보자가 국회에 들어서는 장면. 사진=이종현 기자
민주당 지도부는 연일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방어하지만 당 내부에선 동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조국 사태로 총선 격전지인 수도권과 PK(부산·경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를 자주 찾는 의원들은 민심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조국을 정리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이유다.
내부 동요가 커지자 당 지도부는 일단 ‘조국 함구령’을 내려 사태를 진정시켰다. 실제로 민주당 관계자들은 기자가 ‘조국’ 두 글자만 꺼내도 손사래를 치며 답변을 거부했다. 취재에 응한 인사들도 ‘꼭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함구령이 얼마나 가겠나. 일단 지켜보고 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당내 인사들이 많다. 조 장관이 기소되거나 부인이 구속되면 청와대에 직접적으로 경질을 건의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조국 사태는 당청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더라. 연말이나 연초쯤에는 조 장관이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절대 경질 형식은 아닐 것이다. 청와대가 조 장관과 아름답게 이별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조 장관을 경질하면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한 행위 자체가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조 장관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핵심 지지층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현재 청와대 내부에서 거론된다는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설명했다.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명분은 검찰 개혁이었다. 그런데 사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검찰 개혁은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줘야 가능하다. 조 장관이 연말이나 연초까지 검찰 개혁안을 내부적으로 만들어 이를 발표하고 공을 국회로 넘겨야 한다. 조 장관은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이제 물러나겠다. 국회에서 제가 제안한 내용을 잘 처리해 달라’고 당부하고 물러나면 되는 것이다.”
조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에도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직접 발표한 경험이 있다. 당시와 비슷한 형식이 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검찰이 조 장관을 조기 사퇴시킨 후 갈등을 봉합하기로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9월 25일 “믿을 만한 현 정권 소식통이 전해왔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출국 직후 이뤄진 검찰의 조국 자택 전격 압수수색은 청와대와 검찰이 서로 조율한 결과”라면서 조 장관 조기 사퇴를 예상했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며 “내가 아는 사람이 조국 사태와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사건에 조 장관뿐만 아니라 다른 여권 인사들도 연루된 정황이 나왔는데 검사가 그 문제는 아예 거론도 안하고 덮어두려 했다는 거다. 물론 현재는 조국이 중요하니 조국 문제에만 집중하려 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은 ‘다른 여권 인사 문제는 검찰이 덮고 가려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 대통령 임기가 아직도 많이 남았다. 검찰도 더 이상 확전시킬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보탰다.
당 일각에선 조 장관이 물러난 후 내년 제21대 총선에 출마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조 장관이 물러나면 다시 공직에 기용될 가능성은 없지 않나. 조 장관이 정치를 계속할 방법은 선거에 출마해 직접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수밖에 없다. 부산 출신 조 장관이 고향 험지에 출마한다면 당에서도 막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당 일각에서 조 장관이 이대로 정계를 떠나는 게 아쉬워 나온 말 같다. 조 장관 총선 출마를 당 차원에서 논의한 적은 없다. 듣기로는 조 장관이 물러나면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하더라. 총선 출마 여부는 조 장관이 개인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여권이 끝까지 조 장관 방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당내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여전히 조 장관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한 전직 청와대 인사는 “조국 경질설, 조국 자진 사퇴설은 일부 인사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아직 밝혀진 범죄 혐의가 없는데 왜 사퇴해야 하나. 조 장관이 끝까지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조 장관 본인이 기소되거나 부인이 구속되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마녀사냥이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된다”고 했다. 앞서의 민주당 당직자는 “아직까지 (조 장관 거취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상황(조 장관 기소 및 부인 구속 여부 등)과 여론 흐름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장관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9월 27일 41%로 반등했다. 지난 조사보다 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부정 평가는 3%포인트 하락했다. 이 조사는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8%,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여론 흐름으로 볼 때 조 장관이 중도 사퇴하지 않고 최소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장관직을 유지할 가능성도 크다. 문 대통령도 9월 27일 “조 장관이 책임질 일이 있을지는 사법절차로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 장관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한 것도 이번 사태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9월 26일 조 장관이 자신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자 직권 남용이라며 탄핵안 발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 탄핵안 발의에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본회의에서 통과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대통령 탄핵 절차와 비교하면 발의 및 의결 조건이 덜 까다롭다.
현재 재적의원이 297명임을 고려하면 발의와 통과에 각각 99명, 149명이 필요하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석수는 각각 110석과 28석이다. 탄핵안 발의는 현재도 가능하고 통과시키려면 11석이 더 필요하다. 우리공화당 2명과 무소속 의원 중 보수 성향 4명이 찬성표를 던지면 5표만 더 확보하면 된다. 민주당 반란표가 관건인 셈이다. 국회 탄핵소추 의결 이후에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제헌국회 이후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는 단 한 건밖에 없었다. 2015년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으나 표결 기한(본회의 보고로부터 24시간 후 72시간 이내)이 지나 자동폐기 됐다.
조국 장관 탄핵 논의가 민주당으로선 잃을 게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조 장관 거취 문제를 정치적 쟁점으로 다룰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야당의 탄핵 추진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과도 그 궤를 같이 한다. 친문 진영에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의결에 따른 반사이익을 거뒀던 사례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이언근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탄핵안이 통과돼도 조 장관 관련 문제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처럼 여당이 반사이익을 얻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