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키움 중에선 키움 재도전 가능성…소상공인연합회 주축 ‘소소’ 도전장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흥행 실패를 막기 위해 분주한 반면, 금융권은 잠잠한 모습이다.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흥행실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는 10일부터 재신청을 받기로 한 금융위원회는 분주한 모습이다. 금융위는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터넷은행 진출 후보 기업들에게 종합컨설팅을 제공키로 했다. 흥행이 부진할 경우 금융당국의 깐깐한 규제 탓에 ‘혁신금융’의 상징인 제3인터넷은행이 불발했다는 책임론이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 그러나 유력 주자였던 토스와 키움증권은 아직까지도 공식적으로 재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토스와 키움증권 중 재도전이 더욱 강하게 점쳐지는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탈락 직후 “아직은 구체적 계획이 없다”며 재도전 의사를 감췄으나, 최근 이현 키움증권 대표가 사내 오찬에서 “무조건 한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2015년부터 ‘키움은행K’와 ‘키움 인터넷은행K’ 등을 상표등록 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당시 은산분리 규제로 좌절된 바 있으나, 이후 전문 인력을 대거 투입해 인터넷은행 진출 준비를 위한 TF를 운영해오는 등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여 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위탁매매 비중이 특히 높은 키움증권의 경우 주식중개업의 수수료 인하추세 심화로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절실했다”며 “인터넷은행 또한 신규사업 진출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해 도전 의지를 불태우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2005년 이후 현재까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해오고 있으나, 수익비중 또한 이에 집중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반면 토스는 포기의사를 밝혔다 번복하는 등 입장정리를 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을 뻔하다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지난 9월 18일 “금융당국이 수행 불가능한 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증권업과 인터넷은행 진출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와 이야기하면 조언과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되는데 실제 감독기관과 말할 때는 진행되는 것이 없다”며 “오는 19일 (금감원장과) 미팅이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온도를 맞춰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음날인 9월 19일 토스는 입장을 번복했다. 토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표의 발언은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불만 제기 목적이 아니었다”며 “증권 예비인가가 통과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는 같은 날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만난 자리에서 ‘소통의 문제일 뿐 금융당국의 건전성 요구는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 대표의 발언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에 금융당국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며 토스가 급히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지난달 새롭게 등장한 소상공인연합회의 ‘소소스마트뱅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축이 된 ‘소소스마트뱅크’는 지난 9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발대식을 갖고 인터넷은행에 도전할 계획을 밝혔다. 소소스마트뱅크는 현재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활발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기 소소스마트뱅크 준비위원회 수석위원장은 “현재 여러 금융회사와 ICT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고, 이미 다수 기업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전국 소상공인협회 회원들의 투자 확약서를 모으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14일께 예비인가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소소스마스뱅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금융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IBK기업은행이다. 특히 IBK기업은행의 경우 그간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상품을 내놓고 소상공인연합회와 교류가 이어져온 만큼 소소스마트뱅크 컨소시엄 참여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확정된 사안이 전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도 “과거 네이버의 인터넷은행 도전이 언급될 당시 투자자로 참여할 것이라는 계획은 있었다”면서도 “현재에는 인터넷은행과 관련해 나오는 이야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앞서 키움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하나은행과 토스컨소시엄에 참여했다가 이탈한 신한은행 또한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급되는 모든 금융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흥행에도 빨간불이 떴다. 은행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이 더 이상 메리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냉정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인터넷은행의 ‘차별성’이 사라진 탓”이라며 “과거에는 생활금융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차원에서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의 플랫폼과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지난 5월 토스컨소시엄과 키움컨소시엄의 탈락 사례를 지켜봤던 만큼 섣부르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인터넷은행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린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신한은행과 주도권 싸움 끝에 결별한 토스컨소시엄은 안정성이 문제가 됐고, 통과가 높게 점쳐졌던 키움컨소시엄은 바디프랜즈와 세븐일레븐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했음에도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쉽사리 참여의사를 밝히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토스, LG유플러스 PG사업부 인수할까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 9월 27일 LG유플러스 전자결제사업부(PG사업부)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당초 나이스그룹과 비바리퍼블리카의 2파전이 예상됐으나 나이스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까닭에서다. 나이스그룹은 LG유플러스 PG사업부와 동종 매물인 케이에스넷을 동시 검토하다 케이에스넷에 주력키로 하고 LG유플러스 PG사업부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남은 것은 비바리퍼블리카의 딜 완주 여부다. 인터넷은행 진출 여부를 두고 입장을 명확히 하지 못한 탓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LG유플러스 PG사업부를 인수하고 증권업 인가를 통해 자본안정성을 확보하고 인터넷은행에 진출해 금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탓이다. 반면 나이스그룹이 LG유플러스 PG사업부 인수를 포기한 탓에 유리한 상황이 된 비바리퍼블리카가 딜을 완주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단독 입찰로 자금과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던 나이스그룹과의 가격경쟁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비바리퍼블리카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000억 원대인 반면, LG유플러스 측의 매각 희망가격은 4000억 원대로 알려졌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