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관광 직격탄에 J뷰티도 한국서 힘못써…후쿠시마산 가공식품으로 규제 빈틈 노리기도
불매 운동 이후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사진=일요신문DB
불매 운동의 바로미터로 쓰였던 일본산 맥주와 유니클로, 일본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추정 일본 맥주 수입액은 6000달러(약 717만 원)였다. 이는 전년에 비해 99.9% 감소한 수치다. 유니클로 7월 매출액도 6월에 비해 70.1% 줄어든 17억 7000만 원이었다.
여행 불매도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일본 정부 관광국(JNTO)의 통계에 따르면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48% 줄어든 30만 8700명에 그쳤다. 대마도와 가고시마, 오이타 현 등 한국인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지역의 경제는 도산 위기에 놓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인한 일본의 생산 유발 감소액 규모가 3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미야자키현에 위치한 한 호텔 관계자는 10월 8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인 골프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었다. 11월 골프 시즌을 앞두고 단체 예약 취소가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JTB 종합연구소가 발표한 일본인 해외 여행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해외 여행지 1위는 여전히 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J뷰티, 한국에서만 주춤
양국의 희비 교차는 화장품 업계에서도 일어났다. 전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 화장품이 유독 한국에서만 그 기세를 떨치지 못 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4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K뷰티에 밀려 한동안 주춤했던 J뷰티가 홍콩과 중국을 중심으로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일본산 화장품 수입은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J뷰티의 약진도 불매 운동의 벽은 뚫지 못했다.
산업통산자원부와 관세청이 분석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일본산 화장품 수입액은 전년 대비 15.7% 감소했다. 일본산 미용기기의 경우 7월 38만 1000달러였던 수입액이 한 달 만에 7000달러(약 837만 원)로 급감하는 등 사실상 수입 중단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서도 99.4% 감소한 수치다. 반면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8월 13.3% 증가했다. 특히 향수와 목욕용제품, 기초화장품 등이 호조세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뷰티 시장의 트렌드는 건강과 자연친화다. 이런 면에서 우리 소비자의 일본 제품의 선호도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산 기초 화장품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농가는 양국의 경제 긴장이 장기화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파프리카, 토마토, 백합 등 일본 수출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농가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우리 농가는 2018년 파프리카 전체 수출량의 99.5%, 토마토는 79.4%를 일본으로 보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속될수록 농산물 수출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실제로 농수산식품의 수출액은 7~9월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백합과 유자 가공품 등의 일부 품목에서 수출 감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한일 관계 악화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도 “우리 농가가 우려하는 지점을 잘 알고 있다. 대일 수출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위주로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수입규제 빈틈 노리는 일본
한편 일본은 우리 정부가 실시한 규제의 빈틈을 노려 시장에 진입하는 등 계속해서 경제 돌파구를 찾고 있다. 7일 일본의 한 식품 업체는 한국인을 겨냥한 고추장 맛 멍게 통조림(미야기산)을 출시했다. 일본 동쪽에 위치한 미야기현은 후쿠시마현과 경계선을 접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3년부터 ‘원전사고 지역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를 실시해 후쿠시마현 인근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일본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으나 4월 최종 패소했다. 더이상 원전사고 지역 수산물을 한국에 수출할 수 없으니 가공식품의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식품회사 관계자는 10월 8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동쪽 지방 수산물을 한국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됐다. 미야기현에서 잡히는 멍게의 70%는 한국 수출용이었기 때문에 지역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한국식 고추장 맛 통조림을 개발해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공식품의 경우 원전사고 위험지역에서 잡힌 수산물이라고 해도 수입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정책과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항목’에 해당하지 않아 별다른 규제 없이 수입되고 있다. 또 일본 정부가 방사선 검사증명서를 별도로 제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