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선수협 이사회 개최… “진행 더디지만 제도개선 방향은 맞다”
지난 14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제3차 이사회가 열렸다. 오른쪽부터 염기훈 이사, 이근호 회장, 박주호 이사, 김훈기 사무총장. 사진=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이근호 회장과 그 외 선수들이 이사를 맡고 있는 선수협은 이날 2019년 한 해 활동을 되돌아봤다. 또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선수들의 권익, 삶의 질 향상과 관련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판단,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이어갔다.
세계 주요 리그 일정이 중단되는 A매치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K리그 구단들은 각기 팀훈련에 돌입한 지 오래다. A매치 이전 마지막 일정을 치른 각팀 감독들은 한 입으로 “휴식기를 이용해 팀을 재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수협 이사회 개최 장소가 대전으로 정해진 것도 이에 기인한다. 이근호, 염기훈, 정다훤 등 선수협 임원들의 소속팀은 울산, 수원, 광주 등 저마다 다르다. 팀훈련이 진행 중인 기간이기에 선수들이 모이기 쉬운 대전이 이사회 개최 적격지였다. 이사직을 맡고 있는 염기훈은 “오늘 오후 훈련을 마치고 부랴부랴 대전으로 왔다”면서 “이사회 마치면 바로 올라가서 또 내일 훈련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훈기 선수협 사무총장은 “임원들이 전국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시즌 중 이사회 장소를 정하기 쉽지 않다(웃음). 대전이 가운데 지점이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다. 강릉에서 훈련 중인 윤석영 이사는 여기 도착하면 밤 9시가 넘기에 할 수 없이 불참했다. 평양에 가 있는 김신욱 이사도 응원의 마음만 전달했다”고 전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우리도 김신욱 이사를 응원한다”며 웃었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선수협에 이원규, 문창현(전 성남)의 재판 승소는 안팎으로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지난 2015년 3년의 계약을 맺었지만 2년 만에 무단 방출돼 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됐고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지난 9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 아시아-오세아니아지부 법률 워크숍에서도 관심을 가졌고 국제선수협 홈페이지에도 주요 이슈로 다뤄지기도 했다.
선수협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염기훈 이사는 “많은 분이 보시기에는 선수협이 하고 있는 일들의 진행 속도가 느리다고 하실 수 있다”면서 “더디지만 방향은 맞다고 본다. 이전과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갈 길은 멀지만 노력한다면 많은 부분 달라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했듯 국내에서 관행처럼 이어지던 무단 방출 문제는 지난 재판 사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선수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트레이드, 자유계약(FA) 선수 보상금 발생 문제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날 이사회에서도 보상금 문제를 위해 참석자들이 머리를 맞댔고 이 때문에 예정된 시간보다 회의 시간이 길어졌다.
염기훈 선수협 이사는 “선수협이 하는 일이 조금은 더디지만 방향은 맞다”고 자평했다. 사진=김상래 기자
염기훈 이사는 트레이드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직접 그가 경험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는 2007년 자신도 모르게 소속팀이 바뀌는 일을 겪었다. 현 소속팀에서는 주장이자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지만 때론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올해에도 트레이드와 관련된 과거를 언급하는 보도가 나갔다가 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후배들을 위해 말을 열었다.
“나도 강제 트레이드 당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인터뷰를 했다가 욕도 먹었다(웃음). 나도 잘못한 부분이 분명 있었고 구단의 잘못도 있었다. 과거의 그런 잘잘못을 따지려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당사자인 선수가 트레이드 사실을 모른 채 일이 진행되는 것이 가능한 현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2019년인 올해 또 같은 일이 반복됐다. 많이 속상했다.”
일부에서는 선수협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이들은 올해 K리그 22개 중 13개 구단 선수들과 공식 미팅을 가졌다. 선수들이 비공식적으로 몰래 만나던 과거에 비해 발전한 모습이지만 역설적으로 아직 마음을 열지 않은 구단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사무총장은 “선수협은 ‘분쟁이 생길 때 싸우는 단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단 선후배 동료들이 한데 어울리는 사랑방 같은 단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수협이 제도 개선 등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염기훈 이사는 “이사회에서는 항상 사회공헌활동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선수들이 축구로 받은 사랑을 팬들께 돌려드려는 마음을 언제나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기적으로 해온 봉사활동 외에 시즌 일정을 마치는 오는 겨울, 자선경기와 같은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알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