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해철 이어 이호철 등판설 솔솔…“친문 패권주의로 비쳐 부메랑될 것” 지적
#양정철, 총선 진두지휘 광폭행보
한때 민주당에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관련해 은밀한 소문이 돌았다. 서훈 국정원장과의 회동, 차기 대선 발언 등으로 문 대통령 눈 밖에 났다는 내용이었다. 일각에선 양 원장이 정권 초부터 권력 핵심에서 밀려났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문 대통령은 튀는 스타일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용인됐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된 이상 양 원장 행보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통령과 소원해지자 존재감을 증명하기 위해 양 원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얘기가 돈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9월 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이에 대해 친문 인사들은 “소설 같은 얘기”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친문계 한 전직 의원은 “문 대통령과 양 원장 관계를 몰라서 하는 소리”라면서 “문 대통령은 정권 초 해외로 떠난 양 원장에 대해 상당히 미안해했다”고 말했다. 현직 친문계 의원 역시 “양 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양 원장이 민주연구원으로 온 것 역시 문 대통령 뜻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양 원장 소문은 그를 견제하는 쪽이 지어낸 말”이라고 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양 원장은 내년 총선 전략 수립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10월 10일엔 박근혜 정부 시절 혼외자 문제로 낙마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만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민주당이 채 전 총장을 총선에 출마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실제 양 원장은 각계 인사들을 전방위적으로 접촉하며 인재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가에선 총선이 끝난 뒤 양 원장의 청와대행을 점치기도 하는데,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후임으로 거론된다. 앞서의 친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양정철 원장의 광폭 행보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내년 총선을 통해 ‘문재인 키즈’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 대통령 후반기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퇴임 후까지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물론 공천 물갈이가 전제돼야 한다. 다음으론 총선 결과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다. 만약 이긴다면 문 대통령에게 힘이 실릴 것이고, 질 경우 전면에 나섰던 양 원장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으로 읽힌다. 여기서 가장 큰 변수는 이해찬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될 것이다.”
#전해철, “법무부 장관 적임자”
전해철 의원은 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 인사가 있을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로 가고 민정수석 자리에 전 의원이 갈 것이란 추측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전 의원이 섭섭해 하고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친문 진영에선 전 의원을 두고 문 대통령의 마지막 ‘히든카드’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 뒤를 이어 민정수석으로도 근무했다. 2012년 문재인 대선캠프에 합류한 이후엔 3철로 불리며 핵심 친문으로 통했다.
9월 18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인영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누는 전해철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양정철 원장과 마찬가지로 정권 초반엔 목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임기 중반기로 접어든 지금, 전 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다. 전 의원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법조 인재풀 중 전 의원만큼 문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은 없다. 만약 3철이라는 꼬리표가 없었다면 진작 중책을 맡았을 것”이라면서 “전 의원 역시 정권 중반기 이후 언제든 문 대통령 호출을 받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전해철 역할론’은 조 전 장관 조기 낙마로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변수로 떠올랐다. 전 의원이 장관직을 맡으면 총선 출마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내년에 당선되면 3선으로서 정치적 체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전 의원이 조 전 장관 후임설이 거론되자 “국회에 있기로 했고 당에서 하는 역할도 있다”며 선을 그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 의원은 “더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 성공”이라면서 “(법무부 장관직과 관련해) 고민 중에, 또 고심 중에 있다”고 했다. 청와대 정무 관계자는 “전 의원 수락 여부만이 남아있는 것은 맞다”면서 “검찰개혁 완수, 그리고 현실적으론 청문회 통과 등을 감안했을 때 전 의원 이외엔 적임자가 없다는 결론”이라고 전했다.
#이호철,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감”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3철 중 맏형이다. 나머지 둘에 비해 여전히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부산에 머물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물밑에서 일부 후보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이후 이 전 수석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쩍 이름이 오르내린다. 친문 일각에선 내년 총선 출마설까지 거론된다. PK(부산·경남) 위기론을 넘기 위해선 문 대통령 최측근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3철 중 맏형이다. 나머지 둘에 비해 여전히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부산에 머물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인터뷰 중인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이호철 전 수석 측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지만 그와 가까운 한 친노 원로급 인사는 “이 전 수석이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인사는 “조국 정국 때 이 전 수석이 여러 친문 정치인들과 의견을 나눴다고 들었다”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지만 그것이 총선 출마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대신, 문 대통령이 부르면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권 초반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스탠스다. 이 전 수석이 갈 수 있는 자리면 비서실장 정도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친문 진영에서도 이 전 수석이 문재인 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이 될 것이란 데 이견이 없어 보였다. 친문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이호철 말고) 누가 있겠느냐”라고 되묻기까지 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문 대통령이 ‘정치적 동지’나 다름없는 이 전 수석을 청와대로 부를 것은 거의 확실시 된다”면서 “임기 후반 청와대를 이끌 소방수로 이 전 수석이 등판할 것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그 시기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어려울수록 힘 돼” vs “문고리 3인방”
친문 진영에선 ‘3철’의 존재감이 다시 평가받고 있는 것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을 토로한다. 조국 정국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여권 계파 간 갈등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친정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역대 정권에서도 임기 중반기로 접어든 대통령이 최측근들을 발탁하는 사례가 많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마지막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어려울수록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친노 원로 인사도 “노 전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3년 정도 넘게 있으니 너무 외롭다고 하더라. 대통령 말도 잘 안 듣고. 그래서 아마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채진원 교수는 “친문이 아닌 다른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봤을 땐 부정적인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의) 문고리 3인방과 같은 것 아니겠느냐.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비문계 의원 역시 “친문의 가장 큰 문제는 폐쇄성이다. 오죽하면 친문 패권주의라는 말까지 나왔겠느냐.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가 친문을 지배하고 있고, 이는 결국 향후 국정 운영에도 고스란히 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