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문제에 해외 자회사 처리까지 골치...임원들 자사주 처분에 시장 ‘술렁’
연내 매각을 계획했던 웅진그룹의 코웨이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노조 반발과 경업금지 협의, 임원들의 자사주 매각 등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018년 10월 29일 서울 종로구 종로플레이스에서 코웨이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웅진코웨이는 국내 1위 렌탈 서비스 업체로, 웅진씽크빅과 함께 웅진그룹에서 몇 안 되는 알짜 자회사로 꼽힌다. 웅진씽크빅이 지분 25.08%를 보유한 최대주주. 웅진코웨이는 지난 3분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595억 원, 140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7.1% 증가한 실적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웅진그룹은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MBK파트너스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했다가 지난 3월 되찾았다. 그러나 재인수한 지 3개월 만인 지난 6월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았다. 2조 가까운 웅진코웨이 인수 자금 가운데 1조 6000억 원을 차입하면서 웅진그룹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을 마무리하면 북센과 웅진플레이도시 등 다른 계열사도 매각해 추가 현금을 확보,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실시된 본입찰에는 넷마블과 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에 대해 1조 8000억 원 중반대 가격을 제시한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10월 14일 웅진코웨이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넷마블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큰 투자를 해왔다”며 “굉장히 좋은 사업 기회가 있어서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구독경제 시장에 진입한다고 봐달라”고 인수 목적을 설명했다. 서장원 넷마블 부사장은 “연간 3000억에서 4000억 원의 에비따(EBITDA, 현금창출능력)가 있고 인수자금은 우리가 보유한 자체 현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 작업을 완료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노조의 반발이 꼽힌다. 그간 곪아왔던 고용 문제가 이번 매각 과정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웅진코웨이 노조는 지난 10월 29일부터 현재까지 구로디지털단지 넷마블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매각 과정 참여 보장 및 넷마블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웅진그룹과 넷마블 측은 아직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그룹 차원에서 밝힐 만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고용 문제가 넷마블의 인수 작업에 부담을 주게 된 이유는 웅진그룹이 지난 3월 웅진코웨이를 재인수한 이후 고용 문제를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 노조는 “지난 9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 웅진코웨이 측 대표 교섭위원이 원청의 직접고용을 약속했으나 이를 어겼고, 매각을 핑계로 교섭을 지연하고 있다”며 “매각이 마무리되기 전 웅진코웨이가 CS닥터(설치·수리기사)에 대한 원청 직접고용 관계를 인정하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29일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지부 조합원들이 서울 구로구 넷마블 본사 앞에서 웅진코웨이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인 넷마블에 면담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웅진그룹은 MBK파트너스로부터 웅진코웨이를 되찾아오며 CS닥터의 고용을 승계했지만, CS닥터를 개인사업자로 규정해 직접고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6월 법원은 CS닥터에 대해 코웨이의 근로자로 판결했다. 웅진코웨이가 CS닥터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했으므로 근로기준법 상 사용자라고 본 것이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3일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고용 문제는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생활가전업체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 권익찾기 토론회’에 참석한 웅진코웨이 코디(점검원)와 CS닥터는 고용관계 외에도 다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수당 되물림과 매출압박, 낮은 수수료 등이다. 웅진코웨이가 고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넷마블로 인수될 경우, 넷마블 측은 추후 노조가 요구하는 1000억 원의 보상액 또한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넷마블 관계자는 “실사를 진행하며 인수를 검토 중인 단계로, 인수가 완료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의견을 드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더불어 넷마블과 웅진그룹은 협상 과정에서 경업금지 조항(경쟁업종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 포함 여부도 논의해야 한다. 문제는 웅진그룹에 손실을 안겨주고 있는 자회사 ‘웅진에버스카이’다. 2015년 6월 설립된 웅진에버스카이는 웅진그룹의 터키 정수기 판매법인이다. 웅진그룹은 MBK파트너스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서 계약서에 경업금지 조항을 넣었다.
이로 인해 국내시장에서 5년간 렌탈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게 되자 웅진그룹은 웅진에버스카이를 설립해 해외에서 렌탈 사업을 나섰다. 또 경업금지가 만료되자 2018년 1월 웅진렌탈을 설립해 국내 정수기 시장에 재진출했다. 웅진그룹은 지난 6월 웅진렌탈을 웅진코웨이에 양수하는 방식으로 웅진코웨이와 웅진렌탈을 통합했으나, 웅진에버스카이는 그대로 뒀다. 이번 인수 계약에도 웅진에버스카이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넷마블이 해외 경업금지를 요구하면 웅진그룹은 웅진에버스카이를 정리해야 한다. 넷마블은 당초 ‘글로벌 스마트홈 구독경제시장’ 진출을 노리고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하는 만큼 해외 경업금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웅진에버스카이를 정리할 경우 웅진그룹은 투자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웅진에버스카이는 지난해 기준 66억 70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6년에도 각각 35억 원, 21억 8000만 원의 영업손실이 있었다.
딜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웅진코웨이 임원들이 지분을 매각한 것 또한 웅진그룹과 넷마블의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웅진코웨이 공시에 따르면 지난 11월 다섯 명의 임원이 본인들이 보유 중이던 웅진코웨이 자사주를 일부만 남겨두고 매각하거나 전량 매각했다. 총 6만 8918주 규모로, 발행주식총수(7379만 9619주) 대비 비중(0.093%)은 높지 않지만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각했다는 소식에 시장은 술렁거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관련 내부정보에 가까이 있는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기업가치에 대해 시장에 나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라고 전했다. 매각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도하면 가격협상에서 웅진코웨이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각이 지난 11월 20일과 22일, 25일경 집중됐다는 점에서 매각협상이 결렬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웅진그룹 측은 선을 긋는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주식 매도는 회사 주식거래 허용기간 내 임원 개인 자산을 처분한 것으로 다른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웅진그룹 관계자 또한 “임원들의 주식 매도와 관련해 그룹에서 인지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