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가로막고 택시업계 눈치 보나” vs “제도 안으로 들어와 혁신하자는 얘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가운데 타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소비자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사진=임준선 기자
실제 이용자들은 대체로 여객법 개정안에 소비자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내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표심을 얻으려는 법안일 뿐 승객에 대한 이해와 서비스 혁신,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는 불만이다. 이용자들은 잦은 승차거부, 기사와 불필요한 대화, 난폭운전, 불쾌한 냄새 등으로 기존 택시에 불만이 많았는데 타다가 이를 말끔히 해소했다는 평가를 대체로 내놨다.
서울시민 차 아무개 씨(28)는 “타다는 승차거부가 없고 정치 이야기 등 말 걸지 않아 좋다”며 “간혹 택시기사가 욕하거나 과격운전을 하는 바람에 돈 주고 타면서도 눈치봐야 할 때가 있는데 타다는 그럴 걱정이 없다”고 했다. 김우연 씨(26)는 “짐을 싣느라 오래 정차했는데 일반 택시와 달리 불평이 없었다”며 “대형차라 5명이 탔는데도 공간이 넓고 승차감이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이 같은 이유로 여객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정책팀장은 “타다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새로운 서비스가 생기고 수요가 뒷받침될 때 정부와 정치권은 신규-기존 사업자 간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소비자 편의 제고와 신산업 육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택시업계 눈치를 보느라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개정안 탓에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서비스의 이해집단과 부딪칠 때마다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타다는 소비자들의 또 다른 선택이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선택 폭이 사라졌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서비스가 들어와 기존 이해 집단과 부딪치면 이번처럼 정부가 금지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정부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난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병태 교수는 “타다는 위생·안전·친절도 차원에서 택시를 향한 불만을 없앴다”며 “기존 시장 변화를 이끌어내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게 혁신”이라고 말했다. 타다 흥행이 기존 업계에 자극을 줌으로써 택시 승차거부를 줄이고 타다처럼 자동배차 시스템을 적용한 택시가맹사업자가 등장하는 등 전반적인 서비스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혁신적인 시도를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차단한다면 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여객법 개정안이 타다로 인해 발생한 형평성 논란과 갈등 해소를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한다. 플랫폼사업자가 제도권 틀에서 안정적이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국토교통부 측은 “플랫폼운송제도를 통해 타다 같은 플랫폼 기업은 정식 절차를 거쳐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여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택시제도를 혁신적으로 재편해서 타다 같은 혁신 서비스가 택시 안에서도 구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법”이라고 했다.
타다 근거의 예외 조항을 없애는 법안을 최초 발의한 김경진 무소속 의원도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타다를 금지하는 법안이 아니라 합법적 틀에서 서비스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관련기사 [인터뷰] 김경진 의원 “타다 혁신이지만 불법…예외로 둘 순 없다”).
실제로 여객법 개정안이 택시업계 생존권 보장과 업계 상생을 위한 방안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혁신과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많은 택시기사들의 생계를 위한 보호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해당 법안이 동일선상에서의 경쟁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타다는 여객법 시행령 18조에서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겐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운행한다. 관광 목적의 대여를 허용하는 취지로 마련한 예외조항을 승차서비스 운영을 위한 근거로 활용해 규제를 피해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왼쪽)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첫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김 의원은 “타다가 주장하는 혁신이 사실은 아무런 혁신이 없는 렌터카를 이용한 무면허 택시영업에 불과하다”며 “안전 체계가 중요한 대중교통산업에서 기존 안전과 관련한 적절한 규제를 무시·회피하는 대표적 사업자”라고 질타했다.
국토부는 타다를 겨냥해 사회적 갈등을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혁신 산업을 죽이느냐 살리느냐라는 이분법적 논의로 몰지 말고 구체적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타다만 혁신기업인가. 카카오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많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마카롱도 혁신을 지향한다”며 “지금 모빌리티 사업을 제도화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들은 사업할 기회조차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논의하는 실무기구 내 12개 업체 중 타다만 법제화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며 “혁신기업이라도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은 택시업계 변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 서비스 집단과 충돌할 때 어느 하나를 막는 것이 아니라 상생·혁신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의 차 씨는 “택시의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를 불편해하는 승객을 겨냥한 새 서비스는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택시업계 입장은 이해하지만 왜 소비자들이 타다를 택하는지 고민·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 아무개 씨(31)는 “택시업계만 보호하는 닫힌 시각은 트렌드에 따른 혁신을 가로막는 후진적 행위”라며 “국가 발전을 생각하는 의원이라면 타다와 택시업계 간 상생을 고민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10월 대표발의한 여객법 개정안은 타다가 운행 근거로 삼는 여객법 시행령 예외 조항을 법률로 상향 개정하는 내용이 뼈대다. 관광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대여할 경우 대여 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을 공항·항만에 할 경우에만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는 것(34조 제2항)이다. 다만 개정안에는 플랫폼 여객운송사업 부문(49조)이 신설된다. 택시가 아닌 플랫폼사업자의 경우 여객운송사업시 △택시 감차, 여객 수요 등에 따라 정부 허가를 받은 수량의 운송 면허만 획득 가능하고(면허 총량 제한) △기여금을 납부해야 하며 △요금을 국토부에 신고해야 한다. 기존 예외조항으론 서비스 제공이 불가한 타다의 경우 지금 운행 중인 차량 대수만큼 기여금을 냄으로써 사업 면허를 얻어야 하고, 차량 대수를 늘리려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사업적 제약이 크다. 타다는 여객법 개정안에 대해 기존 방식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고, 플랫폼 제도 아래에서도 운행 차량 대수를 자율 조정하기 힘들며, 기여금도 납부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타다 금지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지난 10~15일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지 서명을 진행한 뒤 이용자들의 의견을 전체 국회의원실에 전달할 방침이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