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KBO 감독열전…‘MLB 179승’ KIA 윌리엄스·한국시리즈 재도전 LG 류중일 주목
김태형 두산 감독은 2019시즌 우승 이후 재계약으로 KBO 리그 최고 대우를 받는 감독이 됐다. 사진=고성준 기자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단 하나. 모두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점이다. 새해를 맞이한 감독 10인도 이제 본격적으로 새 시즌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정규시즌 1·2위에 오른 ‘7억 감독’ 김태형·염경엽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리를 지킨 감독은 총 6명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이룬 사령탑은 단연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정규리그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인 키움 히어로즈를 4승 무패로 제압해 두 번째 계약 마지막 시즌에 통합 우승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달콤한 보상도 따라왔다. KBO 리그 사령탑 사상 최고액인 3년 28억 원(계약금 7억 원·연봉 7억 원)에 재계약했다. 이전까지 최고 연봉 사령탑이던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과 7억 원으로 공동 1위가 됐다. 계약금 7억 원은 역대 그 어떤 감독도 받지 못한 금액이다.
김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두산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중 세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역대 감독 가운데 유일하게 6할대 승률도 유지하고 있다. 정규시즌 통산 717경기에서 435승 5무 277패(승률 0.611)라는 놀라운 성적이다. 662경기 만에 400승 고지를 밟아 역대 최소 경기 승리 기록도 다시 썼다.
김 감독의 몸값도 두산의 성적만큼이나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5년 첫 계약 때는 2년 7억 원(계약금 3억 원·연봉 2억 원)을 받았지만, 2017시즌을 앞두고는 역대 두산 감독 최고 대우인 3년 20억 원(계약금 5억 원·연봉 5억 원)에 사인했다. 감독들의 임기가 점점 짧아지는 시대에 보기 드문 두 번째 재계약을 역대 최고 대우로 이뤄냈다.
염경엽 SK 감독은 그런 김태형 감독을 보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SK 단장 출신인 염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지휘한 첫 시즌 성적으로 결코 나쁘지 않다. 다만 과정이 허무했다. 시즌 내내 1위를 달렸고 8월 한때 2위권과 격차를 8~9경기까지 벌렸던 SK다. 갑작스런 9월 부진으로 두산에 뼈아픈 추월을 허용했다. 그 허탈함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3위 팀 키움과 만났지만, 승리 없이 3연패로 힘 한 번 못 써보고 탈락했다.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누르고 업셋 우승을 차지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염 감독은 김 감독 이전에 3년 25억 원으로 종전 역대 사령탑 최대 규모 계약을 했다. 히어로즈에서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던 경험이 있는 데다 2년간 SK에서 단장을 맡은 경력을 인정해 좋은 조건에 사인했다. 하지만 이제 그 기록도 김 감독에게 내줬다. 두 감독의 연봉은 7억 원으로 같지만, 김 감독의 계약금이 3억 원 더 많다.
새 시즌 전망도 썩 밝지만은 않다. 부동의 에이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지난 2년간 몸담았던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도 일본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졸지에 원투펀치 없이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염 감독이 이끄는 SK가 위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현역 최고령이자 최다 경력자다. 사진=이종현 기자
#우승 청부사 류중일 한국시리즈 재도전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현역 사령탑 가운데 2명밖에 없는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다. 그것도 최다 우승(4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 지휘봉을 잡았던 2011~2014시즌 역대 최초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해냈다. 지난 시즌에는 LG 부임 2년째에 다시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또 현재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최연장자이자 프로 감독 경력이 가장 길다. 말이 필요 없는 명감독이다.
류 감독은 1987년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뒤 단 한 번도 대구를 떠나본 적이 없는 원조 ‘푸른 피의 사나이’였다. 취임 전 우려와 달리 서울 입성 2년 만에 완벽하게 LG에 녹아들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4위에 올라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했지만,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잠실 라이벌) 두산과 맞붙고 싶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보통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하는 팀의 감독은 일단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첫 번째 목표로 잡는다. 그러나 이전까지 다섯 번의 포스트시즌에서 모두 ‘한국시리즈’만 경험했던 류 감독은 스케일이 달랐다. 무엇보다 스스로 가을 야구에서 ‘라이벌 팀’이 격돌할 때의 박진감과 감동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줬다. “삼성 감독일 때부터 ‘언제쯤 LG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날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고 털어 놓았다.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져 탈락했지만, 많은 야구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류 감독만이 던질 수 있는 메시지이자 출사표였다”고 입을 모았다.
류 감독은 2017시즌을 앞두고 LG와 3년 총액 21억 원(계약금 6억 원·연봉 5억 원)에 사인했다. 계약 당시 역대 감독 최고 대우. 올해가 3년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LG는 지난해 맹활약한 외국인 원투펀치 2명을 모두 잡은 데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 신인왕 정우영 같은 젊은 투수들을 발굴했다. 조쉬 린드블럼이 빠진 두산이나 김광현이 없는 SK와 달리 별다른 전력 누수가 없어 올 시즌 기대 성적이 높다.
류 감독에게는 다섯 번째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적기가 찾아온 셈이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만 해도 성공이고, 그 상대가 두산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사령탑 수명이 짧기로 유명한 LG에서 모처럼 감독이 재계약에 성공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금은 후배 사령탑인 김태형·염경엽 감독보다 2억 원 적은 연봉을 받지만, LG의 가을 성적에 따라 김 감독의 몸값 기록은 1년 만에 다시 쓰일 수도 있다.
#2018년 3위·지난해 9위, 한용덕의 세 번째 시즌은?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 역시 류 감독처럼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다. 프로 사령탑으로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2018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12억 원(계약금 3억 원·연봉 3억 원)에 사인했다. 한 감독의 지난 2년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첫 번째 시즌인 2017년에는 11년 만에 한화를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끄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모처럼 벌어진 가을 잔치에 대전이 들썩거렸고, 많은 선수들이 커리어 하이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
두 번째 시즌인 2019년에는 개막 직전 감독과 베테랑 선수들 간 잡음이 외부로 불거지면서 팀이 어수선해졌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해 스프링캠프에서 구상한 내야·외야진이 모두 흐트러지는 어려움도 겪었다. 2018시즌 10개 구단 평균자책점 1위였던 불펜조차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한번 높이 올라갔던 터라 9위 추락이 더 아프게 느껴졌던 시즌이다.
한 감독은 올해 팀을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자체 징계를 받았던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가 주장으로 돌아왔고, FA(자유계약선수)가 된 마무리 투수 정우람도 일찌감치 잡았다. 외국인 선수도 3명 모두 재계약해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재계약의 바로미터다. 한 감독과 한화 입장에선 상승과 하강을 거친 롤러코스터가 다시 힘차게 위로 치솟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같고도 다른 이강철 감독과 이동욱 감독
이강철 KT 위즈 감독과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은 의미 있는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리그를 호령한 스타였고, 이동욱 감독은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을 정도로 무명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두 막내 구단의 지휘봉을 잡아 사령탑으로 나란히 출발했고, 함께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강철 감독은 KT의 젊은 투수들을 키워내고 선수단에 투지를 불어 넣어 지난해 창단 후 처음으로 ‘5위 싸움’이 가능한 팀을 만들었다. 비록 아쉽게 NC에 2경기 차 뒤진 6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144경기에서 71승 2무 71패를 기록해 창단 이래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달성했다. KT의 종전 한 시즌 최다승은 2018년 거둔 59승. 그 기록을 넘은 것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70승 고지까지 밟았다. ‘만년 최하위 팀’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KT가 이 감독의 지휘 속에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준 시즌이다.
이 감독은 ‘5강 경쟁’ 그 자체에서 지난 한 해의 의미를 찾았다. “순위 싸움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팀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그동안은 선수들이 시즌 중반 이후 승패에 큰 부담이 없는 경기만 주로 해왔다. 그러다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면서 꼭 이겨야 하는 게임을 계속 치렀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새해에는 자연스럽게 창단 첫 가을 야구를 목표로 삼는다. 포스트시즌 단골팀인 키움과 두산에서 코치 생활을 오래 하면서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첫 해 거둔 절반의 성공과 실패를 자양분 삼아 KT 역사의 새 장을 펼칠 기세다.
이동욱 감독은 가을잔치 단골팀에서 최하위로 급전직하했던 NC를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어 무명 사령탑의 저력을 보여줬다. 프리에이전트(FA) 포수 양의지가 가세해 공수에 힘이 붙었고, 이 감독도 선수단과 소통 능력을 앞세워 차분하게 팀을 지휘했다. 올해는 부상으로 한 시즌을 뛰지 못한 중심타자 나성범이 돌아와 타선이 더 강해진다. NC가 다시 상위권으로 도약할 기회다.
선수와 코치 경력이 화려한 이강철 감독은 3년 총액 12억 원(계약금 3억 원·연봉 3억 원) 계약을 했지만, 이동욱 감독은 계약기간이 2년(총액 6억 원·계약금 2억 원·연봉 2억 원)이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을 해야 한다.
맷 윌리엄스 신임 KIA 타이거즈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만 179승을 기록한 ‘거물급’으로 통한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 첫선, 초보 감독 3인과 거물 감독 1인
올해 처음으로 프로 감독석에 앉은 인물은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다. 손 감독은 키움과 SK에서 투수코치로 좋은 성과를 올렸고, 늘 ‘공부하는 지도자’로 통했다. 항상 호흡을 맞췄던 염 감독 곁을 떠나 친정팀 키움에서 마침내 감독의 꿈을 이뤘다. 다만 키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었던 장정석 전임 감독이 구단 수뇌부의 석연치 않은 트집잡기로 물러난 직후 새 사령탑으로 선임돼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 계약 기간이 2년(총액 6억 원·계약금 2억 원·연봉 2억 원)밖에 보장되지 않은 점도 불안 요소다.
허삼영 감독과 허문회 감독은 1972년생으로 올해의 상징인 쥐띠 동갑내기다. 지난해 삼성은 8위, 롯데는 10위였다. 감독이 교체된 배경이다. 허삼영 감독은 역대 두 번째로 현역 지도자 경험이 없는 운영팀장 출신 사령탑이다. 삼성 구단이 임기 3년간 팀을 두 차례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직접 계약서를 들고 협상을 했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이제 감독으로서 지휘한다. 운영팀장이라 프런트와 원활하게 교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다만 독립된 야구기업인 키움과 거대한 모기업을 둔 원년 구단 삼성은 팀 컬러와 운영방식이 다르다. 현장에서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지 아직은 미지수다.
허문회 감독은 손 감독과 키움에서 코치 생활을 함께했다. 키움 타격코치 시절부터 박병호, 서건창, 김하성 등 내로라하는 타자들이 믿고 따르는 지도자였다. 현역 때나 은퇴 이후에나 모두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은 없지만, 능력 있고 성실한 코치로 야구계에 잘 알려져 있다.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뒤 근본부터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는 롯데에서 더그아웃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허 감독은 3년간 10억 5000만 원(계약금 3억 원·연봉 2억 5000만 원)을 받는다.
이 라인업에 KBO 리그 역대 세 번째 외국인 감독이 가세했다. 제리 로이스터(전 롯데)와 트레이 힐만(전 SK)의 뒤를 잇는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이다. 계약 기간은 3년이고, 계약금과 연봉을 비롯한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처음 감독이 됐지만, 메이저리그 워싱턴에서 무려 179승 145패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지난해에는 오클랜드에서 작전 코치로 일했다.
무엇보다 윌리엄스 감독은 빅리그에서 내야수로 무려 17시즌을 뛰면서 다섯 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고,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수상 경력도 있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2001년 애리조나에서 김병현과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하다. 역대 가장 이름 있는 감독이 부임한 셈이다. ‘역대급’ 경력을 자랑하는 윌리엄스 감독이 광주에서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