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추미애 갈등설 등 ‘검찰 언플’ 역효과…청와대가 만든 인사안에 추 장관이 몇 자리 추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석열 총장 최측근으로 꼽히는 대검찰청 한동훈 반부패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이 임명 5개월 만에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이원석 기획조정부장과 조상준 형사부장도 자리를 옮겼다. 윤 총장을 보좌했던 대검 참모진이 동시에 교체된 셈이다.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승진하긴 했지만 좌천성에 가깝다는 평이다. 앞으로 이뤄질 후속 인사에서도 이른바 ‘윤석열 사단’에 불이익을 주는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윤 총장 측은 발표 전 인사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장이 1월 7일 인사위원회 참석 요구에 불응한 것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다. 검찰청법에 따른 검찰총장 의견 개진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윤 총장은 인사위원회 불참뿐 아니라 추 장관과의 개별적 회동 역시 거부했다고 한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한 검사는 “윤 총장은 인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 인사가 부당하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면서 “윤 총장 스타일상 조국 일가 수사로 정권과 부딪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마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여러 시나리오를 대비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검찰청법 위반 여부 논란이 윤 총장의 또 다른 노림수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인사를 놓고 여야는 강하게 부딪쳤다. 자유한국당은 ‘검찰 대학살’이라고 규정짓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한 보수단체는 추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검찰이 이 수사를 놓고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윤 총장의 의견 개진 거부에 대해 “항명을 했다”는 입장이다. 추 장관도 1월 9일 국회에 출석해 “윤 총장이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일단 청와대는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전선은 뚜렷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불신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갖고 있다”며 윤 총장을 비판했다. 앞서 이낙연 총리도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면서 추 장관에게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청와대와 총리실이 동시에 ‘유감’이라는 표현으로 윤 총장을 압박하고 나선 것인데, 이는 사전에 조율됐을 가능성이 높다.
친문 진영에선 이번 인사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들도 제기됐었다고 한다. 일단 수사 결과를 본 뒤 인사를 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신중론’을 펼쳤다는 한 친문 의원의 보좌관은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 재판에서도 이 부분들이 입증될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론 검찰보단 우리 쪽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데 괜한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팔다리가 잘리긴 했지만 윤 총장이 마음만 먹으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수사를 직접 챙길 수도 있다. 오히려 윤 총장에게 명분을 준 것 같아 걱정스럽다”라고 했다.
하지만 친문 핵심부는 강경한 기류가 주를 이뤘다. “윤 총장과 함께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보냈다는 반응이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친문 의원들은 입을 모아 윤 총장을 성토했다. 한 친문 의원은 “윤 총장이 대통령을 끌어 내리겠다고 작정한 상황인데, 우리는 가만히 당하고 있으란 말이냐”라고 되물으면서 “일단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지만, 다음엔 직접 윤 총장을 겨눌 수 있다. 윤 총장 해임과 관련해 여러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 중진 의원은 보다 자세한 내막을 들려줬다.
“인사를 하는데 온갖 얘기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더라. 추미애 장관과 청와대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인사작업을 했던 청와대 민정라인 관계자들에 대해선 ‘수사 대상자들이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나왔다. 모두 검찰발이라고 추정된다. 검찰이 제 버릇을 못 버린 것이다. 특정인의 경우 교체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청와대로 보고됐는데 알고 봤더니 검찰 쪽이 출처였다. 이런 것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고 보면 된다. 당초 폭보다 훨씬 더 크게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도 처음엔 없었다가 나중에 추가됐다.”
실제 청와대에선 인사를 둘러싼 추 장관과의 갈등설이 나온 후 강한 불쾌감이 흘러나온 바 있다.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그 배후로 검찰이 지목됐다. 친문 핵심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추 장관 사이에 불협화음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추 장관 임명 전부터 인사 준비를 했던 청와대 민정라인의 ‘안’을 바탕으로 추 장관이 직접 인사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박찬호 등 윤 총장 핵심 참모진들의 경우 교체가 일찌감치 정해졌다는 후문이다.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대부분 인사를 미리 확정지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몇몇 자리는 비워 놨었다. 추 장관 몫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확정된 자리 중에서도 추 장관 의견을 반영해 바꾸기도 했다”면서 “통상적으로 고위직 검사 인사는 이런 의견 조율을 거친다. 이를 놓고 갈등이라고 보면 안 된다”라고 했다. 앞서의 친문 중진 의원은 검찰 일각과 야당의 반발에 대해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범죄나 비리가 있으면 검사 누가 가더라도 수사를 하면 되는 것이다. 검사가 몇 명인데…. 꼭 자기 사람들만 데리고 수사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