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 ‘오프라인→온라인’ 전환, 실적부진 돌파구 삼나…매장 구조 변경 등 필요해 즉시배송 진출 쉽진 않을 듯
이마트가 이륜차 배달대행업체 메쉬코리아 지분 투자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이마트 용산역점 내부. 사진=고성준 기자
12일 금융투자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부릉’을 운영하는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와 투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진행한 메쉬코리아 예비입찰에 이마트와 중국계 사모펀드 등 3~4곳이 참여했다. 메쉬코리아가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거나 주요주주 지분을 인수하는 등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다.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배달대행 위주의 B2B 서비스 ‘부릉’을 2015년 출시하며 급성장해 현재 전국 3만여 명의 제휴 기사와 340여 개 물류망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6월부터는 트럭 등을 통해 사륜차 배달대행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지분구조의 경우 2018년 말 기준 유정범 대표이사(16.8%)와 임원 3인(10.2%) 등이 경영권 관련 지분을 보유 중이고, 주요주주로 휴맥스(9.8%), 휴맥스홀딩스(8.6%), 네이버(20.9%), 현대차(10.1%), 솔본인베스트먼트(8.5%), SK네트웍스(4.5%) 등을 두고 있다.
메쉬코리아 지분 매각설은 유정범 대표의 학력 위조 행위가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던 2019년 하반기부터 돌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학력 위조 논란으로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고 알려져 있다. 변 회장은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인물로, 메쉬코리아 경영에 큰 영향력을 미칠 만큼 유 대표와 신뢰관계가 두터웠지만 사이가 틀어지면서 기업이 흔들렸다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학력 위조 논란 이후 대표와 투자자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서 말이 많았다”며 “기업이 흔들리는 시기를 틈타 인수해보려는 회사가 있다거나 지분 매각한다는 등 얘기가 지난해 말부터 돌았다”고 했다.
다만 배달대행 시장의 고용 불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기업이 직접 경영권을 인수해 리스크를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인수보다 지분투자로 메쉬코리아의 노하우나 인프라를 이용하는 등 협업 강화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것.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 수수료 인상 등 처우 개선부터 특수고용직으로 고용하는 노동자들의 지위를 높이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며 “대기업에 속할 경우 라이더들의 요구나 정부 압박이 더 심해질 텐데 그런 리스크까지 껴안으며 인수하려 들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마트 관계자는 “어떤 회사인지 살펴보기 위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며 “지분 인수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메쉬코리아 측은 “이마트와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유 대표와 임원 등 경영권 관련 지분은 매각 대상이 아니다”며 경영권 인수는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가 이륜차 배달대행업체 메쉬코리아 지분 투자를 검토하면서 이마트 계열사가 보유한 마트와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즉시배송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의 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품공급점. 사진=연합뉴스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든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라스트마일(유통사와 소비자의 접점인 배송의 마지막 구간) 배송 시장으로 발을 넓히려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 최근 소비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이마트 등 슈퍼마켓·대형마트를 향한 발걸음이 끊기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1시간 내 배달해주는 등 배송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차원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이마트24 편의점도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마트에 갈 필요 없이 주문한 제품을 집 앞까지 갖다 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다”며 “침체기에 놓인 마트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배달시장은 당일·익일·새벽배송을 넘어 즉시배송 서비스가 활성화하는 추세다. 배달 앱 요기요는 2019년 하반기부터 편의점 CU, GS25, 미니스톱과 협업해 근거리 배달에 나섰고, 배달의민족도 가정간편식·생필품 등을 1시간 내 배송해주는 B마트를 운영 중이다. 슈퍼마켓 브랜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메쉬코리아·요기요와 제휴해 요기요 앱으로 주문하면 1시간 내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마다 차별화를 위해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를 강화하는 만큼, 이마트도 뛰어들겠다는 움직임이라는 것.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란 유통업체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뜻하는 용어로, 물류와 IT(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켜 안전·신속·편의성 등 품질 높은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 매장 실적이 떨어지고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몰고 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라스트마일 딜리버리가 중요해지다 보니 배송의 선택지를 넓혀 차별성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식당을 거점으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듯 마트를 거점으로 식품을 받아오는 차원이다. 고객들이 마트에 오지 않아도 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시배송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배달대행 업계도 커지는 만큼 미래가 유망한 시장에 투자하거나 배송서비스 운영의 다각화 차원에서도 투자나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이 즉시배송을 하려면 자체 IT 플랫폼을 통해 배달 주문을 라이더에 전송·관리해주는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등 배달대행업체와 제휴해야 한다. 주문당 발생하는 배달대행료는 소비자와 제휴업체가 나눠 부담한다. 이마트가 배달대행업체를 인수하면 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대와 장소에 맞는 더 정확한 배송이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배달의 민족이 5조 원에 인수된 것처럼 외국에서도 배달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대기업들도 지속적으로 이륜 배달시장에 관심을 쏟고 있다”며 “새벽배송에 힘쓰고 있는 이마트의 경우 사업의 필요성은 충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마트가 즉시배송 서비스로 호응을 얻으면 전망 어두운 마트 사업이 반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경우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좋은 상품을 저가에 대량 매입하는 바잉파워가 이커머스 편의점 등 다른 유통채널보다 크고,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또 점포들이 전국 각지에 골고루 분포해 소수의 물류창고에 물건을 쌓아두고 배송하는 이커머스에 비해 높은 신선도를 유지한 채 빠른 배송을 하기에 적합한 구조다. 고객이 줄어 텅 빈 점포들을 거점으로 활용하면 실적을 끌어올리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진협 연구원은 “즉시배송 서비스는 거점 확보가 중요한데 이마트는 전국 각지의 점포들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성공할 경우 마트업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며 “마트의 오프라인 사업 구조를 온라인으로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려면 체계상의 변화가 선행돼야 하고, 수익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에 진행하긴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컨대 빠르고 효율적인 피킹(출고할 상품을 물류 창고의 보관 장소에서 꺼내는 일)이 가능하도록 매장 구조를 바꾸는 등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 마트는 가족 단위 고객이 주 타깃 층인 만큼 1인 가구를 겨냥한 소량 배송 서비스가 얼마나 큰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 시선도 감지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마트의 메쉬코리아 투자는 일종의 테스트 베드처럼 즉시 배송 서비스를 시도하려는 차원이 아니겠냐는 관측이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배달시장의 성장은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상품을 받는 등 신속성과 편의성에 대한 지불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면서도 “즉시배송을 하려면 매장 구조 변경부터 상권 분석은 물론 거점은 어디에 어떤 규모로 둘 것인지 고려하는 등 A부터 Z까지 손봐야 한다. 라이더들 고용문제나 늘어나는 오토바이 사고에 대한 책임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본격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