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게살, 프로젝트 시기 중국산 남방게 구입…이여영 대표 “텀블벅 게장은 100% 국내산”
2019년 11월 이여영 월향 대표는 다수에게 소액 투자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른바 ‘크라우드 펀딩’으로 간장게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간장 무게 포함 3kg 게장 가격은 7만 9000원이었다. 순식간에 1502명이 1948개를 주문했다. 목표 금액이었던 5000만 원의 3배가 넘는 1억 6368여 만 원이 모였다. 월향은 2011년 설립된 막걸리와 한국 음식 전문점이다. 최근 조선횟집, 문사부 등을 추가로 낸 요식업계 대표 주자다.
하지만 정작 월향 간장게장이 배송된 뒤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주요 커뮤니티에는 월향 간장게장의 품질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건 녹아버린 게살이었다. 다양한 인증이 올라왔는데 대부분의 사진은 살점을 찾기 힘든 게로 가득 채워졌다. 특이한 건 3kg 간장게장에 들어있는 3~4마리 게 가운데 일부에서만 이와 같은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점이었다. 월향이 간장게장 프로젝트에 중국산 꽃게를 일부 ‘끼워 넣기’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간장게장 품질 불만을 나타낸 소비자. 사진=소셜 미디어 갈무리
요식업계에 따르면 꽃게는 살의 탄력만으로도 국내산과 수입산 판단이 가능하다. 미슐랭 등재 레스토랑에 간장게장용 꽃게를 공급하는 한 수산업체 대표는 “품질 높은 게장엔 서해 등지에서 나는 북방게를 사용한다. 찬 바닷물에서 자라 살이 탄탄하다. 1kg에 3만~4만 원 한다. 중국산도 북방게는 1kg당 2만 원이 넘어간다”며 “반면 남중국과 동남아에서 잡히는 남방게는 따뜻한 물에서 자라 살이 녹아내리는 특징이 있다. 가격도 kg당 5000원 정도로 싸다. 북방게와 남방게는 보기만 해도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의혹을 이여영 대표는 부인했다. 그는 일요신문과 첫 통화에서 “텀블벅 간장게장은 태안에서 구매했다. 간장게장은 100% 국내산을 쓴다. 업체 대표도 소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알음알음 간장게장비빔밥을 판매한다는 월향 명동지점을 찾았다. 월향 명동지점에선 메뉴판엔 없지만 간장게장비빔밥을 1만 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메뉴가 없으니 원산지는 당연히 확인이 불가능했다.
월향 명동지점 인근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중국산 게 상자. 사진=최훈민 기자
일요신문은 월향 명동지점 인근 쓰레기 처리장에서 꽃게 상자 4개와 월향이 간장게장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밝혔던 샘표 501 간장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꽃게 상자 4개 가운데 2개에는 원산지 표지 스티커가 제거돼 있었고 나머지 상자 2개에선 원산지 표시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중국산 남방게였다. 원산지는 중국, 공급처는 중국 남부 저장성에 위치한 저우산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였다.
원산지 표시를 따라 추적한 결과 월향은 간장게장 프로젝트가 진행된 시기에 중국산 남방게를 최소 700마리에서 최대 960마리 부산에 위치한 한 유통업체에서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월향은 2019년 11월부터 12월까지 3.5kg들이 70~80상자를 샀다. 상자당 게는 약 10마리에서 12마리 들어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월향 명동지점에선 간장게장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했던 이여영 대표가 거듭된 통화에 말을 바꿔 “월향 명동지점 직원이 본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어떤 경로로 게를 받아서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월향은 수직적 직영점 체계를 갖춘 회사다. 가맹점 체계에서나 벌어지는 이와 같은 일은 직영점 체계에선 벌어지기 힘들다.
첫 통화에서 “간장게장은 100% 국내산”이라고 했던 이여영 대표는 세 번째 통화에서 “월하정동 지점 간장게장엔 수입산 꽃게를 쓴다. 월향 명동지점이 이 수입산 게를 받아 간장게장비빔밥을 만들어 팔았다. 전에 국내산 꽃게로 담근 간장게장비빔밥 50세트를 이벤트 형식으로 월향 명동지점에서 판매한 적 있었는데 월향 명동지점이 이걸 계속 팔고 싶어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메뉴에 안 나와서 원산지 표기가 안 됐지만 손님이 물어보면 말해준다. 다만 텀블벅 간장게장은 100% 태안에서 구매했다”고 했다. 처음엔 월향 명동지점 직원의 단독 행동이라고 했던 그는 “내가 한 일”이라고 정정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이여영 대표와 달랐다. 일요신문은 월하정동을 직접 찾았다. 한 관계자는 “월하정동은 2019년 11월 영업 시작부터 간장게장에는 국내산 꽃게만 썼다. 2019년 12월 말쯤 대표님이 보낸 중국산 게 한두 마리로 시험을 해봤는데 주방에서 품질 문제 탓에 바로 그만뒀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에 따르면 간장게장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사이 월향에 집중적으로 공급된 중국산 꽃게 700~960마리 가운데 월하정동 지점으로 향한 꽃게는 얼마 되지 않는다. 또한 메뉴판에도 없는 월향 명동지점에서 이 많은 물량이 모두 사용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이여영 대표는 “월하정동에서 중국산 게를 좀 썼다. 월하정동은 점심 때 꽉 차서 간장게장 수백 마리는 금방 나간다”며 “또 각 지점에서 샘플로 보내고 직원들도 먹으며 썼다”고 말했다.
‘뽑기 운’이 필요한 간장게장 프로젝트였다. 각 게의 등급이 달랐던 까닭이었다. 사진=소셜 미디어 갈무리
취재 과정에서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이여영 대표는 자신이 구매한 내역을 공개했는데 간장게장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꽃게 약 8000마리의 등급이 각각 달랐다. 알이 있는 250g 정도의 중게가 약 35%였고 알이 없고 330g 정도 되는 대게가 약 13%, 나머지 52%는 가장 싸고 알이 없는 중게가 사용됐다. 각 등급당 같은 비율로 사용됐다면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뽑기 운’에 따라 간장게장의 품질이 다를 수밖에 없는 간장게장 프로젝트였다. 이에 대해 이여영 대표는 “원하는 크기의 게를 다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 월향은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2014년 가까스로 낸 순이익률 1.44%는 2015년 마이너스(-) 12.72%로 급락했고 2016년 간신히 1.19%로 돌아선 순이익률은 2017년 또 다시 -13.19%로 떨어졌다. 2018년에는 순이익률은 1.65%였다. 이런 롤러코스터 행보에 가장 중요한 건 현금 흐름이다. 신용평가업체는 월향에 위험 직전인 열위 등급을 부여했다.
월하정동 지점 냉장고에 거치된 시그니처 막걸리 월하정인. 사진=최훈민
한편 월하정동 지점에서 2만 원에 판매하는 시그니처 막걸리 ‘월하정인’이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판매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월하정인은 아무 포장 없는 공병에 담겨 있었다. 이여영 대표는 “이 술은 우리가 만들고 식약처 허가도 받은 송도막걸리의 원주를 그냥 공병에 담아 놓은 술”이라고 했다. 하지만 메뉴판에는 송도막걸리가 따로 1만 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송도막걸리는 공병이 아닌 포장병에 담겨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