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오세훈 나경원 ‘한강벨트’ 삼각편대 구축…김웅·김태우·김용태·이준석 ‘동서남북’ 포진
서울 광진을 예비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통합당의 서울 수복 기둥이 되는 라인은 이른바 ‘한강벨트’다. 한강을 중심으로 지역구를 석권하겠다는 것이다. 중심에는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대표가 있다. 황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국면에서 직접 방역 봉사에 나서는 등 선거운동을 대체하고 있다. 그는 출마 선언문이나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상대편인 이낙연 전 총리 이름 언급을 피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일대일 대결구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지층 결집을 종로에서 시작하겠다는 계산이다.
한강벨트의 또 다른 축은 통합당이 일찌감치 공천을 확정한 광진을 오세훈 전 서울시장, 동작을 나경원 전 원내대표다. 황교안-오세훈-나경원으로 이뤄지는 ‘삼각 편대’를 구성한 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빅매치’가 성사됐다. 광진을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선을 지낸 통합당의 험지로 꼽힌다. 오 전 시장 측은 “지난 1년간 지역을 샅샅이 누볐다”며 “20대 총선 당시 고공전을 펼치다 종로에서 역전 당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내에선 “산전수전 다 겪은 오 전 시장이 정치 초보 고민정을 못 이기면 더 이상 정치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대다수다.
동작을을 지켜왔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오히려 여권의 자객공천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는 인재로 영입된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 투입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종로를 중심으로 청와대를 포위하는 소위 ‘청포벨트’는 한강벨트의 주요 물줄기 중 하나다. 이곳에는 3선의 김용태 의원,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검사내전’ 저자 김웅 전 부장검사가 배치됐다.
김태우 전 수사관이 1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과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김태우 전 수사관은 강서을에 전략공천 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출신인 김 전 수사관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각종 비리, 의혹을 폭로한 인물이다. 민주당 측 선수로는 진성준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이 나섰다. 통합당 측에선 청와대 비리 프레임을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김 전 수사관은 출마 선언 회견에서 “지난 2018년 7월 청와대는 드루킹이 특검에 제출했다는 USB 내용을 알아보라고 특감반에 지시했었다”면서 “그걸 밝혀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드루킹 특검은 강서을에서 3선을 지내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주장한 것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제 모든 지역기반으로 김태우 후보 당선에 매진할 것”이라며 총력 지원을 예고하고 있다.
김웅 전 검사는 서울 송파갑 단수후보로 추천됐다. 이 지역 민주당 후보로는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과 조재희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이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새로운보수당 시절 영입된 김 전 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에 반발하며 사표를 낸 바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각을 세우는 것이 주요 선거 전략으로 꼽힌다.
공관위 한 관계자는 “이른바 자객공천은 친문재인 후보, 청와대 출신 후보를 잡는 데 키포인트가 있다”라고 귀띔했다. 향후 민주당 후보들의 공천을 지켜보고 적절한 상대를 매치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 역시 “황 대표를 축으로 한 한강벨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며 “서울 동쪽에는 김웅, 서쪽에는 김태우, 남쪽에는 김용태를 배치해 문재인 정권 심판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중 상징적 의미를 가진 태영호(태구민) 전 주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통합당 우세 지역인 강남갑에 공천을 받았다. 상대편은 민주당 김성곤 전 국회 사무총장이다. 공관위 내에선 태 전 공사가 지역 선거에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영입인재인 송한섭 전 검사도 우세지역 공천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객공천에는 젊은 피인 ‘청년’도 빠질 수 없다. 통합당 공관위는 청년 공천자들을 ‘퓨처메이커(Future Maker)’로 명명하면서 1차적으로 김병민 교수, 김재섭 같이오름 대표, 이준석 최고위원 공천을 확정했다.
지난 1월 청년 인재로 영입된 김병민 교수는 광진갑에서 민주당 전혜숙 의원(재선)과 맞붙게 됐다. 김재섭 대표는 민주당 현역(인재근 의원)이 있는 도봉갑에 배치됐다. 새보수당 출신 이준석 최고위원은 노원병 공천을 받았다. 이곳은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후보로 출사표를 냈다가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밀려 2위를 기록한 곳이다.
한편 향후 주목할 점은 통합당에 합류한 안철수계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들에 대한 공천이다. 중도 이미지가 강한 만큼 서울 지역에서 자객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2월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미래를위한전진4.0(전진당) 등이 합당한 미래통합당이 창당하여 출범식을 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안철수계에선 김삼화 김수민 신용현 의원이 통합당 이적을 고심 중이다. 앞서 현역 의원인 김중로 이동섭 의원과 안철수계 핵심 측근 인사들은 통합당에 먼저 합류했다. 앞서의 공관위 관계자는 “안철수계 측으로부터의 요청이 쇄도해 일단 문호를 개방했다”며 “추가공모를 통해 면접은 다 치러보게 하고 결정할 것이다. 중도층 확장을 위해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사이 보수통합 과정에서 합류했던 옛 안철수계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송파병에 공천을 받아 이곳 현역인 남인순 의원과 맞붙게 됐다.
공관위에선 아직 해결 못한 묵은 과제들도 상당한 상황이다. 우선 부산 중구·영도 ‘전략공천’ 논란이 일었던 이언주 의원의 경우 배려를 해줘야 한다는 의견과, 수도권 지역구가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맞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 지도자급 인사인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교통정리도 남아 있다. 앞서 공관위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통첩했지만 최근엔 이들에게 PK(부산·경남) 선거를 위해 ‘낙동강 벨트’를 맡겨 보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 밖에 당내 최다선인 김무성 의원(6선)의 서울 전략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강남갑 지역구를 내놓고 험지 출마 선언을 한 3선 이종구 의원 배치도 주목된다.
권준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