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꼰대’ 오명 탓 통합당 의원 합류 꺼려…강성 친박계 대거 포진 ‘중도 표심’ 이탈 우려
최근에는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충돌하는 인상을 보여주며 자매정당끼리 ‘불협화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총선 이후 미래한국당이 비대해질 경우 ‘독자노선’으로 마이웨이를 택할지 통합당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2월 5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미래한국당의 이번 4·15 총선 목표는 20석 정도다. 이를 위한 1차 과제는 정당투표 용지에서 순번 끌어올리기다. 구체적으로는 정당투표 기호 2번을 차지해 지역구 투표용지의 기호 2번을 차지하는 통합당과 맞춰 ‘자매정당’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문제는 기호 2번을 차지하기 위한 현역 의원 확보다. 현재 미래한국당 소속 현역 의원은 한선교 대표, 김성찬 조훈현 이종명 정운천 의원 등 총 5명이다. 이대로라면 미래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 민생당, 정의당에 이어 기호 4번을 받게 된다. 현재 기호 2번인 민생당(19석)을 뛰어넘기 위해선 최소 2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모체 정당’인 통합당 의원들은 미래한국당행을 꺼리는 모습이다. 미래한국당의 마지막 현역 의원 입당은 2월 14일 새로운보수당 출신 정운천 의원으로, 이후 약 한 달이 지나도록 추가 합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래한국당 이적을 천명했지만 이동하지 않은 의원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3선 이진복 의원으로 “미래한국당으로 갈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통합당에 잔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한국당 관계자는 “이진복 의원은 지역구 후임 지원 문제로 이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매정당이라도 당이 달라지는 순간 후임 지원이 꼬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 지역구인 부산 동래에는 그의 보좌관 출신인 김희곤 씨가 경선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이 의원 같은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현재 통합당 불출마 의원은 총 28명이다.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지역구 인수인계와 후임 지원 작업 등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불출마 의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도 약하다.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천 배제 기준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국회의원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한 번이라도 역임한 인사 △타 정당 공천 신청자 및 탈락자 △정치 철새, 계파 정치 주동자 등을 선정했다. 불출마 의원의 공천길이 애초에 막히면서 미래한국당에서 재기를 노릴 수 없다는 점도 발길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통합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미래한국당으로 향할 경우 ‘구태’, ‘꼼수’ 이미지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자리한다. 원조 친박이자 여러 번 막말 구설에 오른 4선 한선교 대표를 비롯해 지난해 5·18 폄훼 논란을 불러온 이종명 의원 등 사실상 ‘은퇴’ 정치인이 모여 있다는 인식에서다. 몇몇 의원들이 황교안 대표의 이적 권유 전화를 받았음에도 거부 의사를 강하게 표현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심지어 황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의원마저도 황 대표 권유를 끝내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한국당 차출을 거부한 한 중진 의원은 “미래한국당이 기존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꼰대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젊고 신선한 정당이 돼야 갈 수 있다고 황 대표에게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먹히지 않았다”며 “저런 정당에 갈 이유가 전혀 없다. 주변에서도 서로 안 가려고 버티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라고 말했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2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복도에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미래한국당 비례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총 531명 후보자들 중 유명 인사들이 ‘과거 지향적 인사’로 지목되는 것도 악재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핵심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다. 그는 3월 5일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공개한 뒤 다음 날 곧바로 미래한국당에 입당, 공천을 신청했다. ‘진박’이자 외부 태극기 세력을 상징하는 그의 공천 여부를 두고 당내에선 ‘중도 표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수 제기됐다. 이를 의식하듯 미래한국당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은 유 변호사와 관련, “지원자의 부적격 조건이 있을 것이다. 국론분열과 계파 부분이 나올 수 있다”며 공천 배제를 시사하기도 했다.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보수통합 논의를 큰 틀에서 이끌어온 박형준 교수의 비례대표 공천 신청도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혁통위를 시작하며 욕심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이를 번복해 결국 통합의 진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박 교수는 공천 신청 두 시간 만에 이를 취소하고 사과했다.
이 밖에 강성 우파 성향인 보수 유튜버들과 김재철 전 MBC 사장, 길환영 전 KBS 사장 등 과거 정부 시절 공영방송 논란 인사, 지난해 한국당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저딴 게 대통령” 발언으로 막말 논란을 샀던 김준교 전 후보 등 공천 신청 인사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래통합당 한 핵심 관계자는 “통합당에서는 중도층을 확보하려 몸부림치는데, 정작 미래한국당에서는 강성 우파 세력들이 진입하게 되면 전반적인 판세에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래한국당의 또 다른 위기는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설립 움직임이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민주당 비례정당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비례 7석, 미래한국당은 26석을 챙기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 비례정당과 범여권이 손을 잡는 ‘연합정당’이 비례의석을 흡수한다면 연합정당 19석, 미래한국당 18석으로 의석수가 역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합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밀어 붙인 여권이 비례정당을 설립할 명분이 없다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3월 11일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통합’ 제의를 한 것은 이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비례대표 후보만 배출하는 국민의당을 향해 통합해 반(反) 문재인 전선을 굳건히 형성하자는 논리다. 한선교 대표는 당 대표직을 미끼로 한 초강력 카드를 내밀었지만, 안 대표 측은 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근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의 ‘불협화음’도 통합당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사안 중 하나다. 두 사람의 마찰은 비례대표 공천 추천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추천 마감 하루 전인 9일 두 사람은 서울에 한 식당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박형준 교수,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지성호 북한 인권운동가 등을 비례대표 앞 순번에 넣어달라고 요구했으나, 한 대표는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유는 ‘공정한 공천’이었으나, 통합당 내에선 이를 두고 한 대표의 ‘항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대표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통합당 내에선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황 대표 한 측근은 “한 대표는 황 대표 체제 후 첫 사무총장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완전히 독자노선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여러 마찰이 발생할 경우 총선 이후 합당이 순탄치 않을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한 대표는 “이 나라가 잘못되는 것을 막으려면 과반 야당이 필요하다. 합당이 대원칙”이라며 ‘총선 후 합당’ 절차를 강조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의석과 예산으로 미래한국당이 몸집을 불릴 경우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권준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