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연습생 육성 대신 공개오디션 실험…힙합 오디션 ‘힛잇’ 등으로 멤버 하나둘 발굴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해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데뷔하고 벌써 7년이지만 이미 재계약을 끝낸 이들에게 ‘아이돌무오년홍’이나 ‘아이돌무칠년홍’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SBS 2019 가요대전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사진=고성준 기자
이미 2000년대 중후반에 확립된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한계도 많다. 우선 소속사마다 연습생이 너무 많아졌다. 자연스레 데뷔해도 뜨지 못하고 바로 사라지는 아이돌 그룹이 많아졌다. 탄탄한 연습생을 보유한 3대 가요기획사가 신인 그룹 데뷔에 머뭇거리는 사이 회사를 이탈해 다른 회사로 가거나 솔로로 데뷔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반면 탄탄하지 못한 소속사는 충분한 연습 과정을 거치지 못한 연습생들로 그룹을 만들어 데뷔시키다 보니 데뷔와 동시에 사라지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런 한계가 Mnet(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연예기획사들이 보유한 우수한 연습생을 모아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해 프로젝트 그룹을 만드는 방식이다. 시청자들이 직접 뽑은 아이돌이라 데뷔 전부터 절정의 인기를 누렸지만 그 안에서 투표 조작이라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다. 투표 조작 사건은 그만큼 다수의 연습생을 보유한 연예기획사들이 절박한 상황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연예기획사가 연습생을 거쳐 데뷔한 연예인이 낸 수익으로 다시 새로운 연습생을 키워내는 방식이다. 따라서 우수한 연습생들을 장기간 연습시킬 수 있는 기본 자금이 필요하다. 3대 가요기획사 등 재정이 튼실한 회사라야 오랜 기간 연습생들을 트레이닝시킬 수 있다. 그렇게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탄탄한 소속사의 지원, 소속사의 확실한 네이밍 효과, 그리고 소속사가 갖춘 막강한 팬클럽 시스템 등을 통해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다. 오랜 기간 연습생 기간을 거친 터라 이미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데뷔한 아이돌이 큰 수익을 내면 다시 그 수익금이 회사를 통해 데뷔를 준비 중인 연습생을 키우는 데 재투자된다.
여전히 가요계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지만 방시혁 프로듀서의 새로운 도전 ‘힛잇(HIT IT)’이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적인 스타를 발굴하면서 요즘 가요계에선 신인 발굴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이런 까닭에 대부분의 정상급 아이돌 그룹이 데뷔 5~6년 뒤에 해체 수순을 밟았다. ‘화무십일홍’이 아닌 ‘아이돌무오년홍’이다. 최근에는 이런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주로 표준계약서를 통해 전속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표준계약은 7년이라 재계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그룹이 해체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이젠 ‘아이돌무칠년홍’이다.
이런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거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려는 움직임이 가요계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2010년 9월이다. 2009년 Mnet의 ‘슈퍼스타K’가 화제가 되고 2010년 ‘슈퍼스타K 2’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즈음이다. 오디션이라는 시스템으로 아예 신인을 선발해 아이돌 그룹을 만들겠다는 참신한 시도를 한 이는 바로 프로듀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다.
방시혁 프로듀서는 포털사이트 다음과 함께 힙합 오디션 ‘힛잇(HIT IT)’을 개최해 2011년에 힙합크루를 데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때 이미 그룹명도 결정돼 있었다. 바로 ‘방탄소년단’(BTS)이다. 이미 방시혁 사단의 연습생이던 김남준과 정헌철의 자작랩에 도전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오디션이 진행됐다. 바로 이것이 방탄소년단의 시작이었다.
당시의 김남준은 현재 방탄소년단 멤버 RM이다. 계획대로 힙합 오디션 ‘힛잇(HIT IT)’을 통해 모든 멤버들 구성해서 2011년에 데뷔하진 못했다. 그렇지만 꾸준히 오디션을 거듭해 하나둘 멤버들을 선발했다. 오디션 보러가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발탁된 멤버도 있고 요즘 흔치 않은 길거리캐스팅을 통해 선발된 멤버도 있다. 반면 정헌철은 방탄소년단을 떠나 아이언이라는 이름의 힙합가수가 됐다.
그렇게 방탄소년단은 2013년에 데뷔해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데뷔하고 벌써 7년이지만 이미 재계약을 끝낸 이들에게 ‘아이돌무오년홍’이나 ‘아이돌무칠년홍’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그런 한계를 가진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아닌 공개 오디션을 통한 아이돌 멤버 선발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만들어낸 좋은 변화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가요계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방시혁 프로듀서의 새로운 도전 ‘힛잇(HIT IT)’이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적인 스타를 발굴하면서 요즘 가요계에선 신인 발굴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