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 비은행 부문 강화 포석
KB금융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푸르덴셜 지분 100%를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2조 2650억 원으로 푸르덴셜생명의 자기자본 2조 9135억 원의 0.78배 수준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보험업계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좋은 회사를 가지고 좋은 체질과 체력으로 가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1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규모 기준 KB생명의 지위는 생보사 24개 중 17위였다. KB생명이 11위인 푸르덴셜생명과 합병하면 9위로 올라갈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 실적과 자본이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약 2조 2598억 원, 당기순이익 1407억 원을 기록했다.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425%로 보험업계 1위, 순이익 기준으로는 업계 6위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생명보험사가 어려운 이유는 해외 투자를 무리하게 해왔기 때문인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그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푸르덴셜생명은 위험한 해외투자가 없어 구조가 단순하고 불확실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현재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여서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KB금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기준금리가 인하됐고,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하던 생보사들은 역마진이라는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국내 인구구조가 고령화‧저출산으로 접어들면서 보험업계가 고부담 구간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해 규모를 키우면서 KB금융이 비은행부문에서 더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물론 시기적으로 보험업황이 최악이긴 하지만, 더 늦어졌다간 신한금융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윤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푸르덴셜생명 본사 전경. 사진=일요신문DB
그러나 현재 자본시장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은 반드시 발행해야 하는데, 만약 어렵다면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가져오는 방법이라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당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최근 주주환원정책을 중단하자 우리나라 금융당국 역시 은행권에 배당 자제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비록 푸르덴셜생명의 현재 재정은 건전하지만 향후 체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은 5년 뒤까지도 거뜬하겠지만, 6년이 지나가면서 투자이익률이 빨리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 시기에 만기도래하는 채권을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향후 KB금융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 상황이 펼쳐지며 보험업이 저성장 단계로 접어들었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며 “인수에 대한 효과를 보기 위해선 단순 보험사업 그 자체보다 다른 사업들과 연결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여 상당한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신한금융그룹을 이기기 위해 사업구조를 갖추는 차원에서 인수하긴 했는데 현재 보험업 상황이 워낙 나빠서 향후 전망이 좋지 않다”며 “이 경우 윤 회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