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연예인의 과거와 사생활 검증할 수 없는 제작진만 ‘한숨’
이원일 셰프는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거다’를 통해 예비신부 김유진 PD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김 PD가 과거 학교폭력(학폭)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상황은 백팔십도 달라졌다. 사진=MBC
#학폭과 불륜 의혹에 직격탄 맞은 방송가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 선두주자인 이원일 셰프는 최근 예비신부 김유진 PD를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거다’를 통해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김 PD는 ‘설현 닮은꼴 PD’라는 별칭까지 붙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 PD가 과거 학교폭력(학폭)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상황은 백팔십도 달라졌다. 결국 김 PD는 “저는 학창시절 잘못된 행동을 하였고, 사실 제가 했던 많은 잘못들을 잊고 살았다”며 “제가 상처를 드렸던 모든 분들께 사죄를 드리고, 상처를 드린 분들을 찾아뵙고 사죄를 구하겠다”고 고개를 숙였고, 이 셰프 역시 출연 중이던 방송에서 하차했다.
이에 앞서 종합편성채널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 시즌3’의 경우 일반인 출연자가 학폭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제작진은 “일각의 주장과 사실과 다르다”며 방송을 강행했지만 추가 폭로까지 나와 사면초가에 놓였다. 결국 ‘하트시그널 시즌3’는 높은 화제성을 낳은 앞선 시즌과는 달리 1%대 시청률에 전전하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불륜 논란 역시 ‘뜨거운 감자’다. 일반인 의뢰인들에게 적당한 부동산을 물색해주는 콘셉트를 가진 MBC 예능 ‘구해줘 홈즈’ 제작진은 최근 신혼집을 구해달라고 의뢰한 커플이 불륜으로 맺어진 커플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예고편에 이 커플이 등장한 후 불륜 의혹이 제기되자 제작진은 “개인 사생활은 사실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의뢰인이 노출되는 장면은 모두 편집해 시청자가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 커플의 모습은 본방송에 등장하지 않았다.
케이블채널 KBS joy ‘연애의 참견3’ 역시 불륜 의혹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재연 배우 A 씨가 그 대상이었다. 피해를 주장한 B 씨는 그의 이종사촌 A 씨가 자신의 남편과 불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KBS joy 측은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전했으나 A 씨가 출연했던 ‘연애의 참견3’ 유튜브 공식 계정에는 댓글 기능이 사라졌다.
한 지상파 PD는 “연예기획사에 몸담고 활동하는 연예인의 경우 이미 전속계약을 맺을 때 그들의 사생활에 대한 1차적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믿고 쓸 수 있지만, 비 연예인의 경우 그들의 사생활을 사전에 체크하기가 어렵다”며 “일단 논란이 불거져도 그런 주장이 100% 맞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작진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논란 키우는 ‘쏠림현상’, 검증 방법은 있나
SNS의 발달과 매체 환경의 변화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연예인이 아니어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은 소위 인플루언서 등이 셀러브리티, 즉 유명인의 범주에 포함됐다. 또한 방송 환경 역시 일반인 참여를 독려하는 쌍방향 소통이 늘면서 비 연예인들의 방송 참여 빈도가 많이 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엠넷) ‘슈퍼스타K’, ‘고등래퍼’를 비롯해 MBN ‘나는 자연인이다’ 등을 통해 노출된 인물이 방송 이후 불미스러운 사건의 당사자라는 것이 알려져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때도 그들의 이력을 검증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으나 마땅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게다가 이제는 SNS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공론화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과거 자신이 겪었던 불합리한 일을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어 눈길을 끌면,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며 확인해주는 과정을 거친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을 비롯해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며 공적인 일을 하려는 사람은 학창시절부터 자신의 행실을 돌봐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다만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주장 역시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하나의 폭로가 나오면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 전 그 대상자는 만신창이가 된다”고 우려했다.
모델 출신 배우 강승현도 학폭 논란에 휘말렸지만 “확인 결과 익명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내용과 강승현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MBC ‘검법남녀 시즌2’ 홈페이지
‘쏠림 현상’ 역시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불륜 논란의 경우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불륜에 대한 대중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화두가 됐다. 이후 불륜의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학폭 논란 역시 ‘하트 시그널 시즌3’와 김유진 PD를 향한 폭로가 나온 후 꼬리를 물며 모델 출신 배우 강승현이 도마에 올랐다. 그에게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 C 씨는 한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모델이자 ‘독전’ ‘검법남녀’ ‘나 홀로 그대’ 출연한 배우는 집단 폭행 주동자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글 속의 주인공으로 지목받은 강승현 측은 “확인 결과 익명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내용과 강승현은 관련이 없다. 온라인상에서 실명으로 올리지 않은 학교폭력 관련 글과 악의성 짙은 비방 및 허위 사실 유포는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C 씨는 재차 글을 올리며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증인 중 한 명 증거 추가했고 나머지는 법대로 차차 진행하겠다”며 중학교 졸업앨범과 졸업장을 함께 올렸다.
이 방송 관계자는 “하나의 사건이 화두가 되면 이와 유사한 주장과 폭로가 줄을 이으며 논란이 증폭되는 모양새”라며 “현재 방송 환경의 특성상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출연진을 선정할 때보다 높은 수준의 검증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