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 내역 확인 안돼 ‘폰 화면’ 등 온라인 흔적 추적…다음 검거 타깃은 ‘사마귀’ ‘코알라’ ‘반지’
#문형욱과 조주빈 어떻게 잡았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사진=연합뉴스
이번 수사에는 디지털 증거 분석 기법이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 12일 경찰에 따르면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기존의 인터넷 범죄 수사기법에 디지털 포렌식을 동원해 피의자들을 잡았다. 다만 경찰은 구체적인 수사 기법을 공개할 경우 모방 범죄 발생 및 유사 범죄 수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 보도된 수사 기법을 종합하면, 경찰은 앞서 검거된 유료회원들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해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내역 등 복구된 데이터를 토대로 연결고리를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담자 일부가 이미 검거된 상태였던 박사방 수사에서는 디지털 포렌식의 효과가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문형욱이었다. 문형욱은 조주빈과 달리 좀처럼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그는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해외에 기반을 둔 인터넷 주소(IP)를 사용했고 가상의 SNS 계정을 사용하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경찰 수사를 피해왔다. 경찰 조사 결과, 문형욱은 별도의 암호화폐 거래도 하지 않았으며 입장료 명목으로 받은 1만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90장도 현금화하지 않았다. 그 일부는 피해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문형욱은 1월 조주빈과의 대화에서 “문화상품권은 피해자에게 줬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직접 사용하면 추적될 것을 염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도 오랜 시간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경찰은 SNS 등 인터넷상에 남은 단서들을 토대로 끈질긴 수사를 이어왔다. 또한 피해자들도 자발적으로 관련 정보를 모아 경찰에 제공하며 수사를 도왔다. 피해자들과의 취재를 통해 일요신문이 단독 보도한 1월 조주빈과 문형욱의 대화([단독] 조주빈 vs 갓갓, 대화방서 ‘누가 더 대단한가’ 대결 펼쳤다), 스마트폰 화면에 나온 앱([단독] ‘레즈비언 앱에서 언니처럼…’ 갓갓, 폰 화면 딱 걸렸다!) 등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적지 않은 단서들이 남아 있었다. 먼저 검거된 ‘와치맨’ 전 아무개 씨(38)는 “갓갓은 경기도 안성에 거주하고 있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대화를 남겼고 피해자 가족들은 문형욱의 범행 수법을 분석해 휴대전화 화면까지 파악해 내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문형욱과 관련된 인터넷상의 단서와 서버, IP주소 등을 분석해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문형욱 여죄 더 있어
n번방 개설자 문형욱. 사진=연합뉴스
문형욱은 자신을 경기도에 거주하는 수험생으로 소개하는 등 거짓과 사실이 섞인 신상 정보를 뿌리며 수사에 혼선을 줬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19세 혹은 20세일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오랜 시간 문형욱을 추적해온 여성단체 활동가와 피해자들은 처음부터 문형욱을 최소 20대 남성일 것이라고 유추했다. 비슷한 형태의 범죄가 n번방 개설 이전부터 있었던 까닭이다.
한 제보자는 4월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갓갓(문형욱)이 수험생이라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이와 유사한 형태의 범죄가 2018년부터 트위터에서 있었다. 피해 사례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015년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해자 지인은 “박사방 행동대원이었지만 아직까지 닉네임이 거론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닉네임을 변경한 것인지 이미 잡힌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모든 공범과 유료회원까지 수사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언급되는 공범 가운데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이는 조주빈의 공범인 ‘사마귀’, 문형욱의 공범인 ‘반지’ ‘코태’ 등이다.
제보자들의 증언처럼 추가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 문형욱은 이번 경찰 조사에서 “2015년 7월부터 유사한 범죄를 저질러왔다”고 털어놨다. 그가 진술한 피해자 수는 50여 명이다.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에서 3000여 개의 성착취 동영상 및 사진을 발견해 추가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한 미성년자 피해자는 모두 10명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5월 14일 공식 브리핑을 열고 “3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아 내사에 착수하여 국제공조 등 모든 수사기법을 총동원하여 피의자를 추적해왔다”고 밝히는 한편 “추가 수사를 통해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여죄와 공범, 범죄수익 등을 철저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