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이재성 계약기간 1년 앞둬 이적 가능성…‘올림픽 또는 상무’ 권창훈 병역 문제 해결이 관건
황희찬에게 2019-2020시즌은 유럽 전역에 존재감을 알린 시기였다. 사진=연합뉴스
#황희찬 챔피언스리그 ‘맹활약’
황희찬(RB 잘츠부르크)에게 2019-2020시즌은 유럽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시즌이었다. 소속팀이 이전까지 이미 세 차례 오스트리아리그 챔피언에 올랐으나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등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으로 이름을 알렸다.
황희찬은 첫 선을 보인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빅리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강호 리버풀을 상대로 1골 1도움을 기록했으며 나폴리와 2연전에서는 연속 도움을 올렸다. 이후 아스널, 울버햄튼 원더러스 등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와도 연결되고 있다.
황희찬과 현재 소속팀 잘츠부르크의 계약기간이 1년 남았다는 점도 그의 이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잘츠부르크가 황희찬으로 이적료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1년 뒤 그가 자유계약 대상자(FA)가 된다면 팀이 쥘 수 있는 돈은 없다. 20대 초반의 어린 연령대로 외국인 선수진을 구성하는 잘츠부르크의 특성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성 ‘분데스리가2는 좁아’
황희찬과 마찬가지로 이재성(홀슈타인 킬)도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둔 선수다. 그는 2018년 전북 현대에서 킬로 떠나 2시즌 동안 독일 무대에서 활약했다. 더 이상 분데스리가2(2부리그)에서는 증명할 것이 없어 보인다. 팀의 핵심 선수로 평가받으며 이번 시즌 팀이 치른 리그 모든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교체 아웃된 경기도 꼽을 정도다. 팀 내 단 2명뿐인 리그 25경기 출전 선수다. 29경기(5골)에 나선 지난 시즌보다 이미 더 많은 골(7골)을 넣으며 한층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기존 목표였던 팀과 함께 상위리그 승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킬은 25경기를 치른 현재 리그 7위에 머물고 있다. 1부리그로 곧장 승격이 가능한 리그 2위와 승점 11점,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리그 3위와 승점 10점이 차이난다. 앞서 킬은 지난 시즌 최종 6위로 승격에 실패한 바 있다. 이재성은 이미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더 큰 무대에 소속된 팀들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즌에도 팀이 승격에 실패한다면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둔 상황에서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권창훈 ‘올림픽이냐 상무행이냐’
권창훈(SC 프라이부르크)의 거취도 관심사 중 하나다. 권창훈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프랑스(FCO 디종)에서 독일로 무대를 옮겼다. 시즌을 앞두고 입은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리그 중반기에 접어들며 기회를 잡았다. 점차 출장 시간을 늘려가며 팀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의 독일 생활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각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황희찬(2018년), 이재성(2014년)과 달리 권창훈은 병역혜택 대상자가 아니다. 병역 상황에 따라 거취가 달라질 수 있다.
2020년 여름은 그에게 중요한 시점이었다. 병역혜택 기회를 잡을 수 있는 2020 도쿄올림픽 개최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와일드카드 1순위 자원’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미뤄졌다. ‘선배’ 손흥민과 같은 극적인 병역 혜택 획득의 가능성은 남겨두고 있다. 1994년생으로 오는 6월 만 26세가 되는 권창훈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역 선수생활과 병역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상주 상무(국군체육부대) 입단 제한 연령은 만 27세 이하다. 최근 국내에선 권창훈의 또래 선수들의 입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U-20 월드컵 활약으로 주가를 높인 이강인은 여전히 이적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자원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강인 거취 걸림돌은 구단 입김?
이번 시즌 이후 유니폼을 갈아입을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해외파 선수는 이강인이다. 그는 이번 시즌 힘겨운 주전 싸움을 벌였다. 시즌에 앞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MVP)을 수상했지만 소속팀에서는 경쟁이 불가피했다.
시즌 초반 감독이 갑작스럽게 교체됐고 새로운 체제에서 그는 선발 데뷔전을 치렀으며 리그 데뷔골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중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강인이 적절한 포지션을 찾기 힘들었던 기존 마르셀리노 감독의 전술에 후임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은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강인이 활약할 적절한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부상 기간을 제외하면 꾸준히 대기 명단에 들었지만 출전이 들쭉날쭉했다. 데뷔골 이후 선발 출전은 단 4회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2경기는 하부리그 팀을 상대로 한 국내 컵대회였다.
하지만 이강인은 이미 발렌시아와 연령별 대표팀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알린 바 있다.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자 스페인 외 무대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현지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구단은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다. 이들 외에도 니스, 보르도(프랑스), 아약스,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등에서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인에 대해서는 앞선 이적 시장에서도 임대 또는 이적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구단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의 향후 거취에도 구단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2019-2020시즌 유럽 축구는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었다. 대다수 주요 리그가 일정을 멈췄고 해외파 선수들 역시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적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단된 리그 중 일부는 잔여 경기를 포기하고 리그 종료를 선언했다. 재개된다 하더라도 당분간 무관중 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다. 자연스레 각 구단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파산을 예고하는 구단이 있을 정도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적 시장에서 선수들의 몸값이 전체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구단 수익이 줄어들면서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혼란을 낳은 2019-2020시즌이 마무리되면 대한민국의 해외파 선수들의 거취 또한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