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원칙 따라 올해 안 매각해야…해외 금융사·FI 관심 쇄도 속 가격 협상이 관건
금융권 및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효성캐피탈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BDA파트너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회계자문에는 삼일PwC, 법률자문에는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했다. 효성은 최근 자문단과 매각 작업을 위한 ‘킥오프’ 미팅을 했다.
2018년 12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효성은 효성캐피탈 보유 지분 97.5%를 매각해야 한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지주사는 금융사를 지배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행위제한 요소 해소 유예 기간은 2년이다. 효성은 이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11월까지는 매각 작업을 마무리해 효성캐피탈과의 지분 고리를 끊어야 한다. 시한을 넘기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효성 입장에선 효성캐피탈 매각은 지주사 체제 완성뿐만 아니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거래다. 지주사 효성의 현금성자산은 30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80억 원대의 이자 등 금융비용을 지출했다. 장부가격만 3000억 원이 넘는 효성캐피탈을 팔면 단숨에 거액의 현금을 쥐게 된다. 매각에 성공하면 효성은 지주사 전환과 재무구조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효성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의 마지막 퍼즐인 효성캐피탈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마포구 효성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매각 타이밍…해외 매각 노린 전략?
효성캐피탈 매각이 본격화된 시점을 두고 IB업계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로선 매각 마감 시한이 7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효성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시간이 촉박할수록 인수 후보자들의 협상력은 더 높아진다.
효성은 지난해부터 외국계 사모펀드와 일부 금융지주 등과 물밑에서 거래를 논의했으나 가격에서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가격 등 효성의 전략이 일부 노출되기도 했다. 그 사이 매각 주관사도 세 차례나 변경됐다. 지난해 말 다이와증권에서 크레디트스위스(CS)로 바꿨다가, 또 다시 최근 BDA로 선정했다.
가격을 두고 양보하지 않은 효성이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소 늦더라도 앞선 인수 희망자들이 제시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효성캐피탈을 매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효성캐피탈은 지난해 순이익을 276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2010년 430억 원을 기록한 이후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건 아니다. 자산을 매각하고 인건비와 관리비용 등을 줄였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통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이 공개입찰을 공식화한 이후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는 곳들은 시장의 예상보다 많다. 특히 해외 금융사와 전략적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민영그룹 가운데 하나인 핑안보험을 비롯해 일본과 호주계 전략적 투자자들이 최근 효성캐피탈의 투자설명서를 수령해 갔다.
해외 원매자들 입장에선 효성캐피탈을 인수하면 상대적으로 국내 금융시장 진출이 쉽다. 국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가 되려면 금융위원회의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여신금융전문업법이 규정한 캐피탈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IB업계에선 장기적으로 이들 업체가 효성캐피탈을 발판으로 추가 M&A(인수·합병)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인수 작업을 할 경우 그때부터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효성캐피탈 인수 이후 사업 성과 및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면 심사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롯데캐피탈도 같은 이유로 해외 원매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해외 원매자들이 속한 중국, 일본, 호주가 산업국가라는 점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효성캐피탈은 산업 금융에 특화돼 있다. 전체 영업자산의 38%를 차지하는 것이 설비 금융이다. 해외 원매자들은 효성캐피탈을 통해 자국 산업과 국내를 연계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밖에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한국 정부가 경제 분야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투자설명서를 수령해 간 해외 원매자 대부분은 이미 국내에 사업 기반을 마련해 놓은 곳들”이라며 “효성은 그동안 매각 주관사로 외국계 증권사를 고집해왔는데, 이는 해외 매각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사모펀드 업계도 효성캐피탈에 관심이 높다. 이들은 효성의 지주사 전환 이후부터 꾸준히 인수를 타진해 왔다. 다만 최근에는 국내 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로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그룹이 출자를 하면 선순위 인수금융을 주는 방식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사모펀드에 출자했다. 이후 아주캐피탈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상향 조정됐다.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로 금융지주계는 물론 다른 기업계보다 낮은 수준이다. 개선 여지가 많으면 향후 재매각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매각 변수는 결국은 가격
효성은 올해 말까지 효성캐피탈을 팔아야 하는 만큼 매각이 불발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변수는 가격이다. 효성은 금융회사의 가치 평가 방법으로 사용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효성캐피탈의 지난해 말 순자산은 4169억 원이다. 1배 이상이면 약 5000억 원대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장에서 책정한 효성캐피탈의 가치는 PBR 0.7~0.8배 수준이다. 앞서의 아주캐피탈은 PBR 0.7배,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PEA)가 인수한 에큐온캐피탈은 PBR 0.9배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 경우 효성캐피탈의 가격은 3000억 원대로 떨어진다. 이를 효성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2019년 기준 효성캐피탈의 장부가액은 3629억 원이다. 그 이하로 매각하면 투자손실금액이 반영된다.
효성은 인수 후보자 간 경쟁이 붙은 만큼 눈높이를 낮추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인수 희망자들은 법적으로 올해 안에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는 점, 가격조정을 위한 협상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이유로 입찰 가격을 낮게 써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