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급 위생’ 가정으로 확산…화상회의 등 원격업무·보안 분야 성장하고 ‘가상현실’ 레저 주목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위생이다. 독일의 한 쇼핑몰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제공할 샘플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신화/연합뉴스
#위생이 가장 중요해진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가장 중요해진 것은 단연 위생이다. 아마도 앞으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집 안팎에서 청결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설령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상당 기간 위생은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브레인 리저브’의 설립자인 페이스 팝콘은 “현재는 병원과 요양원의 위생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앞으로는 공공장소, 호텔, 레스토랑을 포함한 다른 공간에서도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아마도 앞으로는 자외선 및 강력한 청소 기능을 장착한 로봇 청소기와 같은 소형 로봇이 집안을 청소해주기를 원하는 가정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안전과 청결 상태를 수시로 감시하는 기능도 수요가 증가하며, 그 결과 감염과 열을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필수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소독 용품에 대한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병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반 사람들 역시 공공장소에서 청결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독용품 관련 업체는 새로운 고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집안 환경을 개조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가구회사나 DIY 매장도 호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개조가 인기를 끌며, DIY 수요가 증가한다
‘브라이트 영 씽’의 자문위원이자 미래학자인 윌리엄 하이암 박사에 따르면, 많은 가정들이 격리에서 해제된 후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아니면 살던 집을 개조하려고 할 것이다. 하이암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던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이사를 결심할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이동 인구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점쳤다.
다만 그는 “하지만 당장 가까운 미래에는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를 원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집을 개조하거나(가령 다락방이나 2층에 사무 공간을 마련), 혹은 집안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증가하며, 이에 따라 가구 회사나 인테리어 회사, 주방용품 회사, DIY 전문매장이 억눌린 수요로 인해 호황을 맞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더더욱 첨단기술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줌’의 화상회의 시스템.
#첨단기술의 황금시대가 도래한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는 사무실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무실 규모는 더 작아지고, 일상적인 업무보다는 회의 장소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재택 근무자가 증가한다는 의미는 다시 말해 첨단 기술에 대한 니즈가 증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공지능과 미래의 직업에 관한 책을 집필한 데이비드 슈라이어는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우리가 이미 겪고 있었던 자동화 트렌드를 가속화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록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로 인한 이른바 ‘줌 번아웃(Zoom burnout)’이라는 피로 증상을 겪고 있긴 하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사무실에 다시 출근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훨씬 더 첨단기술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투자 펀드 감시회사인 ‘첼시 파이낸셜 서비스’의 관리이사인 다리우스 맥더모트 역시 “기술, 다시 말해 기술 중심의 비즈니스는 계속해서 번영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에 동의했다. 그는 “기업들은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유연한 기술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원격업무 관련 기술은 아직은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앞으로 장기적으로 보면 폭발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기업들은 굳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지 않아도 회의가 가능하며, 집에서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기술이 발달하면서 또 한 가지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보안이다. 이에 자산관리회사인 ‘인터액티브 인베스터’의 펀드 애널리스트인 테오도어 딜로브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는 사이버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보안 관련 업체들은 아마도 가장 가까운 친구들보다 우리의 소비 습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에어로방켓’에서는 사람들이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놀랍고 근사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레저·쇼핑도 가상현실로 즐긴다
여행 및 레저 회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더 이상 식당이나 영화관을 비롯한 기타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없게 되면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하이암 박사는 “하지만 ‘연결’에 대한 억눌린 수요는 여전히 있으며, 사람들은 언제든 다시 만나 접촉하고 여가를 즐기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사람이 붐비는 공간에 장시간 머무는 데 대한 부담 또한 느낄 것이다. 때문에 기존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레저 관련 사업이 예전처럼 쉽게 수익을 내기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암 박사는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밖으로 나가더라도 앞으로의 외출 풍경은 과거와는 매우 달라질 것”이라고 점쳤다.
가령 외식 장소가 그렇다. 식당들은 한 번에 받는 손님 수를 줄이거나 더 많은 야외 좌석을 마련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테이블 간격을 띄우거나 야외 테라스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사정상 모든 업소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인 공간이 부족할 수도, 또 비용적인 측면에서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팝콘은 많은 사람들이 머지않은 미래에는 자연스럽게 가상현실에서의 만남을 선호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들이 번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예를 들어 온라인 레스토랑이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 식사를 하는 풍경은 우리가 가상 세계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게임을 하는 것처럼 다가올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다.
관련된 업체로는 ‘에어로방켓’ 같은 회사가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채 눈으로는 놀랍고 근사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식사를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역시 가상현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중국의 알리바바는 코로나19로 쇼핑몰이 모두 문을 닫자 온라인 가상현실 속의 쇼핑몰을 운영해서 쇼핑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도 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