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명 시청한 ‘국민 영드’…그리스 신화 메디아 재해석, 버림받는 여성 아닌 강한 캐릭터 그려
‘부부의 세계’ 원작 드라마인 ‘닥터 포스터’는 2015년 영국에서 방영될 당시 1000만 명이 시청했을 정도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사진=닥터 포스터 스틸컷
‘닥터 포스터’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주인공 젬마가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 의심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멜로 겸 스릴러 드라마다. 설정과 스토리 라인만 보면 아침 막장 드라마 저리가라 할 정도이지만 이 드라마가 다른 점은 다른 한편으로 ‘부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병원 센터장으로 일하는 젬마(37)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남편 사이먼(40)과 아들 톰(13)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린 성공한 워킹맘이다. 주변의 모든 것은 완벽했고,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이었다. 남편의 머플러에서 긴 금발 머리카락 한 올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이 머리카락 한 올로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기 시작한 젬마는 점차 편집증적으로 남편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결국 이런 의심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 처절한 복수와 함께 이혼을 결심한다. 더욱이 남편의 불륜 상대가 젊고 아름다운 여대생이란 사실을 알게 된 젬마는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데 대한 배신감으로 치를 떤다.
이런 스토리가 불륜과 복수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시니리오를 집필한 마이크 버틀렛은 사실 이 이야기가 2500년 가까이 된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인공 젬마가 사실은 기원전 431년에 처음으로 연출된 남편의 불륜에 대한 격렬한 복수를 하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인 ‘메디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캐릭터라는 것이다.
여자 마법사인 ‘메디아’는 아르고호 원정대를 이끌고 온 ‘이아손’에게 반해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결혼한다. 하지만 훗날 ‘이아손’이 자신을 배신하고 ‘크레온’의 딸 ‘글라우케’와 불륜을 저지르자 복수를 결심한다. 결국 ‘메디아’는 ‘글라우케’와 ‘크레온’을 모두 독살하고,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마저 죽이면서 처절한 복수를 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일반적으로 ‘메디아’를 가리켜 마녀 혹은 미친 여자라고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버틀렛은 “난 미친 여자나 마녀에 대한 여성혐오적인 생각들을 뒤엎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사람들이 젬마를 미친 여자라고 표현할 때마다 솔직히 화가 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젬마는 그저 배신감에 화가 치밀었을 뿐이다. 만일 반대로 그런 행동을 하는 남자가 있다면 사람들은 미쳤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맞서 싸웠을 뿐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닥터 포스터’의 주인공 젬마는 그리스 신화 속 마법사 ‘메디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캐릭터다. 사진=닥터 포스터 스틸컷
물론 이 드라마가 오로지 신화만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다. 버틀러는 복수심에 가득 찬 멜로드라마 이면에는 진실의 핵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데일리익스프레스’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가 “부분적으로는 주변 친구들에게 일어난 사소한 일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인생에서 이런 비슷한 일들을 겪었던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은 이런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최고의 조사 대상이다. 20대 때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거나 이런 경험을 많이 하지 않았다면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물론 엄청난 상상력도 필요했지만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이야기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지적한 버틀렛은 “불륜은 사람들에게 너무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인생 전체와 성격이 바뀐다”라고 표현했다. 또한 젬마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그는 “나는 남자에게 버림을 당하거나, 혹은 거울을 보면서 슬피 우는 여성을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젬마는 활동적인 여성이다. 내 목표는 그런 젬마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젬마가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젬마는 남편이 승리하도록 두지 않았다”라고 묘사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또 다른 부분은 바로 의상이다. 젬마의 의상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며, 동시에 제작진의 의도도 깔려 있다. 이와 관련, 의상을 담당했던 디자이너인 조 슬레이터는 “젬마와 사이먼 사이의 갈등과 복잡다단함은 이들의 옷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극중 의사인 젬마는 평소 단조롭고 고루한 의상을 즐겨 입는다. 시즌2에서 전 남편이 불륜녀와 결혼해서 돌아왔을 때에도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일부러 화려한 화장을 하기보다는 평소 입던 원피스를 그대로 입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국민 영드’라 불리는 ‘닥터 포스터’의 포스터.
젬마가 신고 나오는 촌스런 구두 역시 마찬가지다. 세련된 스커트에 다소 기괴한 느낌의 검은색 통굽 구두를 매치하는 식으로 젬마의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말한 슬레이터는 “그 조합은 끔찍했지만, 나는 바로 그런 점이 젬마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젬마의 뭉툭한 구두가 화면에 자주 잡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반면 젬마에게는 섹시한 관능미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점은 젬마가 입는 속옷, 즉 란제리에서 표현된다. 슬레이터는 “젬마가 비록 옷은 고루하게 입어도 사이먼과의 사이에서 성적인 케미는 분명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이혼한 후 주방에서 성관계를 가지는 에피소드가 그랬다. 이 장면에서 젬마는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검은색 레이스 브래지어를 드러내 보이는데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다소 반전으로 다가왔다. 촌스런 젬마라면 좀 더 평범한 속옷을 입었으리라고 기대했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슬레이터는 “젬마는 분명 관능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그가 눈을 반짝이면서 상대를 쳐다보기 전에는 그 사실을 알아챌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젬마는 전문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비치고 있지만, 동시에 관능적인 여자이기도 하다. 나는 젬마가 기분에 따라 옷을 입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가령 화가 잔뜩 난 상태일 때는 동시에 억눌린 성적인 욕구불만으로도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나는 그 장면에서 이런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레이스 달린 브래지어를 입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젬마의 목걸이에도 숨은 의미가 있다. 슬레이터는 “매의 눈을 가진 시청자들조차 시즌1에서 목걸이의 모티브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즌2에서도 등장하는 이 목걸이는 젬마가 물에 빠지려고 했을 때도 착용했다. 전문의라는 직업에 걸맞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 목걸이는 조개껍데기 모양이며, 비록 카메라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껍데기 주위에는 인용구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인용구의 내용은 이랬다.
‘나는 다시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 외로운 바다 그리고 하늘로.’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뭘 해도 질투하지 않는다면…‘배우자 바람 전조’ 체크리스트 ‘왜 불행한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을까.’ 유난히 촉이 발달하지 않은 이상 사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눈치채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대개는 어느 날 갑자기 불륜 사실을 알게 돼서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행한 예감을 뒷받침할 수 있는 특정한 행동들은 분명 있다. 가령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하거나,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뜻밖의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 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1) 성생활의 변화 □ 부부 사이에 친밀함이 줄었거나 횟수가 줄었다 □ 부부관계를 전혀 하지 않는다 □ 배우자가 예전에는 하지 않던 체위를 시도한다 □ 갑자기 성병에 감염됐다 2) 습관의 변화 □ 배우자가 더 이상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 말다툼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 갑자기 평소보다 신경을 더 많이 써준다 □ 일상에서 모험이나 스릴을 원한다 □ 옷을 차려 입거나 더 멋지게 보이려고 한다, 갑자기 외모에 관심을 갖는다 □ 하루에 몇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만일 당신이 그 취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모호하게 대답하거나 껴주지 않는다 □ 야근하는 날이 많아졌다 □ 말을 할 때 불안하게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3) 태도의 변화 □ 전보다 부정적이 됐다 □ 당신에 대한 비난을 많이 한다 □ 평소보다 더 자주 싸움을 건다 □ 불륜이나 외도를 언급하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 혹시 바람을 피우냐고 물어보면 속시원하게 답을 못한다 4) 거짓말을 하거나 피한다 □ 당신을 피하는 것 같다 □ 아무 데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함께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사소한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 비밀이 많아졌다 5) 무관심한 태도 □ 당신이나 자녀, 직장, 취미 또는 심지어 전반적인 생활에 대해 따분함을 느낀다 □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질투하지 않는다 □ 생일이나 기념일 등 가족 행사에 무관심하다 6) 금전적인 문제 □ 신용카드 명세서에 평소와 다른 수상한 내역이 있다 □ 돈 문제가 중요해졌다 □ 목돈이 드는 계획을 중단했다(예: 여행, 주택 구매, 집수리 비용 등) 7) 컴퓨터 사용 습관의 변화 □ 클라우드 공유 기능이 갑자기 차단됐다 □ 공유 기기 사용을 중단했다 □ SNS를 거의 안한다 □ 컴퓨터의 검색 기록을 삭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