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준·마사 형님들 대단…수원 FC 돌풍, 우승까지 이어나갈 것”
만 21세 공격수 한정우는 시즌 초반 수원 FC 돌풍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수원 FC 페이스북
주목도가 덜한 2부리그, K리그2의 흥행 요소로는 스타 감독 부임, 예상을 빗나가는 순위 싸움 등이 꼽힌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골맛을 봤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황선홍 감독(대전 하나시티즌)과 설기현 감독(경남 FC)은 신선함을 더하고 있다. 또 시즌 전 제주 유나이티드와 대전이 승격 후보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것과 달리 부천 FC, 수원 FC 등이 선전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순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재미 요소다.
수원 FC는 그중에서도 ‘돌풍의 팀’으로 꼽히고 있다. 6월 5일 현재 상위권에 위치한 이들 중 대전과 제주는 누구나 강팀으로 평가하던 팀이다. 부천도 지난 시즌 4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수원은 8위에 그치며 부진했다. 자연스레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반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요신문이 수원 돌풍의 일원 한정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개막 이후 5라운드를 치른 시점, 수원의 전적은 3승 2패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3연승으로 신바람을 내다 직전 경기에서 부천을 만나 연패가 끊겼다. 팀 분위기가 꺾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1998년생 어린 공격수 한정우는 “여전히 팀 분위기는 좋다. (김도균) 감독님이 ‘우리 플레이에 집중하면 결과는 따라온다’며 분위기를 살려주신다”고 말했다.
#“병준 형과 마사 형을 동료로 만나 행운”
한정우는 안병준, 마사와 함께 팀의 공격진을 이끌고 있다. 안병준은 6골 2도움, 마사는 3골 1도움으로 수원 돌풍의 핵심이다. 한정우는 K리그 경기에 첫 선을 보인 시즌이니만큼 이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고 전했다.
“병준이 형과 마사 형(한정우는 일본인 선수 마사를 ‘형’이라고 불렀다) 모두 자기관리가 정말 철저하다. 경기 전후로 꼭 사우나에 가고 마사지를 받으며 컨디션을 관리한다. 병준이 형은 작년에 부상이 있어서 더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K리그에서 처음 뛰는 시즌에 형들을 팀 동료로 만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한정우는 일본 출신 마사를 보며 특별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2019년까지 카자흐스탄에서 약 1년간 활약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정우에게 카자흐스탄 리그 진출은 작은 아픔으로 남아 있다. 사진=한정우 제공
해외리그 진출은 그에게 오랜 꿈이었다. 한정우는 “항상 유럽을 경험하고 싶었다. 에이전트에게 특별히 부탁했고 결국 카자흐스탄으로 가게 됐다”며 “유명 리그와 팀은 아니었지만 카자흐스탄은 유럽축구연맹(UEFA) 가입국이다. 소속팀 카이라트 알마티도 가능성이 많은 팀이었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은 있었다. 그는 “처음엔 막연히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입단 테스트 때도 그랬고 합류 초반 훈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대로 쭉 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축구장 밖에서 생활이 문제였다. 그는 “일반 생활이 잘 돼야 적응을 하고 정착을 하는데 선수들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구단에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날은 하루에 말 한마디 안 하는 날도 있었다. 1군에서 나 혼자 클럽하우스에 살았다. 큰 건물에 혼자서 지내니 원래 외로움을 타지 않는 성격인데도 가끔은 외롭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력에도 영향이 있었고 자연스레 출전 시간도 줄어들었다.
한정우는 1년 전 자신을 떠올리며 수원의 외국인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그는 “말로니(브라질), 마사(일본), 아코스(슬로바키아), 다닐로(브라질) 등에게 ‘쉬는 날 뭐했냐’ 등 정말 간단한 말이라도 한마디 더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리오넬 메시를 가장 좋아한다”
1998년생 한정우는 22세 이하 자원이다. K리그 각 팀들은 ‘U-22 룰(22세 이하 선수 1명 이상 의무 선발출전)’에 활용되는 자원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못미더운 팀은 이들을 선발로 내세웠다가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교체를 하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정우만큼은 최소 45분 이상 출전시간을 지켜내고 있다. 이번 시즌 전반전을 마치고 교체돼 나온 경기가 2회, 3경기에서는 후반전까지 일정 시간 이상 소화했다.
그는 “K리그 무대에 뛰는 것이 처음이라 부담도 조금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K리그가 굉장히 어려운 리그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긴장됐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막판에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해 감각 면에서 우려도 있었다”면서도 “팀 분위기가 좋아서 잘 적응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만의 플레이도 나오고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간 카자흐스탄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한정우는 현재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시즌을 앞두고 의욕이 앞서 있었는데 개막이 미뤄졌다. 9경기가 줄어든 것도 너무 아쉽다”면서도 “무관중이라도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주어진 경기에서 열심히 해서 팬들을 기쁘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기술적인 면모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유형이다. 스스로 “드리블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릴 때부터 항상 드리블 잘하는 선수들을 좋아했다. 지금도 리오넬 메시를 가장 좋아한다. 그런 선수들을 따라하려고 하다 보니 내 플레이에도 묻어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점으로 꼽힐 수 있는 ‘작은 키(172cm)’도 장점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한다. “키가 작지만 그만큼 다른 선수들보다 스텝이 짧고 빠르기에 드리블이나 개인기, 볼관리에서 자신있다”면서 “활동량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는데 팀에서 형들이 칭찬해주신다. GPS(위치 확인 시스템)를 착용하고 훈련을 하면 실제 측정 결과도 좋게 나온다”고 말했다.
#“빨리 첫 공격포인트 만들어내고파”
이번 시즌 그의 목표는 최소 20경기 출전, 공격포인트 10개다. 지난 4라운드 경남과 경기에서는 데뷔 첫 공격포인트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후반 4분, 상대 문전에서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페널티킥을 유도해낸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차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공격수라면 당연한 마음 아니겠나(웃음). 병준이 형이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런데 K리그에서는 페널티킥 유도가 도움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아쉽다. 빨리 첫 공격포인트를 만들어 내고 싶다.”
팀의 목표로는 당차게 ‘우승’을 외쳤다. 그는 “플레이오프 등 다른 변수 없이 곧장 1부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지금 팀의 모습으로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반 돌풍을 우승까지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정우는 국가대표라는 ‘꿈’에 대해 조심스레 밝히기도 했다. 한정우가 U-23 대표팀 평가전에 나선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한정우는 국가대표에 대한 꿈도 조심스레 드러냈다. 그는 앞서 연령대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998년생이기에 1년 뒤로 미뤄진 도쿄올림픽에도 참가할 수 있는 나이다. 그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당장 가능 여부를 떠나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국가대표’라는 꿈을 가슴에 품고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축구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매일 기도하고 있다. 단순한 욕심이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현재 위치에서 나를 잘 다듬고 있으면 김학범 감독님이 불러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할일을 해놓고 기다리겠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처럼(웃음).”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