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감찰 논란 격돌…‘조국 발탁’ 한동수 감찰부장이 그 시작점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권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몰아세운 여권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 배당으로 불거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감찰 논란’을 두고 “대검 감찰부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이런 발언은 6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왔다. 미래통합당의 상임위 보이콧으로 여권 의원들과 법무부 장관만 참석했음에도 이날 회의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더불어민주당와 열린민주당 등 여권 의원들이 추 장관을 강하게 몰아 붙였기 때문이다.
“취임했을 때 상당히 기대했던 바가 크다. 그에 비해 여전히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 “검찰총장과 감찰부서장이 서로 싸우는데, 이게 무슨 봉숭아 학당이냐. 검찰에 대해서 국민들이 봤을 때 법무부 장관이 눈치 보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달라.”(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 “장관 같은 분도 검사들과 일하다 보면, 검사들에게 순치되는 것 아닌가”(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이처럼 계속된 여권 의원들의 질타에 추 장관의 표정이 심하게 굳어졌다. 결국 추 장관은 검사 출신인 소병철, 송기헌 의원에게 “의원도 검사였고, 검찰개혁 책임이 다 있다. 단정 짓지 말라, 굉장히 모욕적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김용민 의원 등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하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자 추 장관이 앞서의 윤 총장 겨냥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추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중요 참고인을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추미애-윤석열 2라운드 배경엔…
사실 이번 2라운드 격돌의 시작점은 추 장관이 아닌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다. 한 부장은 1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대검 감찰부는 징계, 사무감사 업무 외에도 수사권을 갖고 있어 검찰청 공무원의 비위 조사 중 범죄혐의가 인정될 경우 수사로 전환할 수 있다”며 “감찰부장으로서 담당, 처리 중인 채널A 사건,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한 여러 사실과 기록들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두 분 모두 이 사건을 사심 없이 바라보고 있음을 믿고 싶다”고 밝혔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한 부장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한 올해 4월에도 윤 총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한 부장이 윤 총장의 감찰 중단 지시를 거부하고 휴가 중이던 윤 총장에게 “감찰을 개시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었다.
이번 격돌 역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2라운드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조 전 장관이 인선한 인물과 윤 총장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처럼 윤 총장과 한 부장이 검찰 내부에서 갈등을 겪으며 논란이 커지자 여당 의원들이 추 장관을 몰아 붙였고 추 장관이 결국 한 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검찰 내부 갈등이 매우 복잡하다는 부분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배당받은 이용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은 2006~2007년 대검 중수부에서 당시 검찰연구관이었던 윤 총장과 함께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를 했던 인연이 있다. 윤 총장과 신경전을 빚고 있는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소속이지만 윤 총장과의 인연이 깊다.
반면 갈등을 빚고 있는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판사 출신으로 대검 감찰부 독립권 보장을 위해 외부 공모 절차로 지난해 10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인선한 인물이다. 감찰부장으로 인선될 당시부터 검찰이 아닌 조 전 장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결국 이번 격돌 역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2라운드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조 전 장관이 인선한 인물과 윤 총장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여권의 윤석열 흔들기 총공세
18일 국회 법사위에서의 추 장관 발언 이후 대검은 곧바로 “최장 5년인 검사 징계 시효가 지난 사건은 원칙적으로 감찰부서의 소관 사항이 아니며, 사건 진정인도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해 달라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대검 감찰부가 감찰·수사하는 경우엔 적극 협력하겠다는 중요 참고인의 입장이 공개되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조사하라는 추 장관의 지시가 나왔다.
올 1월에도 법무부와 대검이 연이어 서로 대립하는 입장을 밝히며 충돌했다. 당시에는 최강욱 의원(당시 청와대 공직기상비서관)의 기소를 두고였다. 검찰의 최 의원 기소를 두고 법무부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전결로 기소가 이뤄진 것은 적법절차 위반”이라 주장했다. 이에 대검은 “이 지검장의 결재를 받지 않고 윤 총장의 지시로 기소한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당시에도 조국 측 인사인 최강욱 의원의 기소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이 충돌했던 셈이다.
이처럼 거듭된 추 장관의 법무부와 윤 총장의 대검이 격돌하는 양상의 이면에는 여전히 조 전 장관의 그림자가 짙게 드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검찰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한 검찰 관계자는 “판사 출신인 추미애 장관이 이미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나온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여권과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며 “여권이 과도하게 윤 총장 사퇴를 밀어붙이는 형국이라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