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논문과 지도교수 논문 표절률 34%…임 의원 “내 이름 뺀 지도교수 실수, 어리고 순진해 잘 몰랐다”
임오경 의원이 2012년 학회지에 낸 논문(왼쪽)과 2014년 박사 학위 취득 논문(오른쪽). 같은 내용 다른 사람, 다른 시기 인터뷰가 담겼다. 사진=논문 캡처
한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임오경 의원은 학위 논문 ‘구술사를 통해 본 스포츠 영화의 팩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중심으로’를 써 2011년 2월 한체대 체육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논문은 자신의 지도 교수였던 한체대 소속 하웅용 교수와 한국 여자 핸드볼팀 감독이었던 정형균 교수의 2010년 7월 한국체육학회지 투고 논문 ‘구술사를 통한 영화의 팩션 분석: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중심으로’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제공하는 문헌 유사도 검사에서 두 논문은 표절률 34%에 육박한다고 나타났다. 표절률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입 자기소개서의 경우 표절률 30% 이상은 위험 단계로 가장 높게 분류한다. 당초 지도 교수 논문에서 임오경 면담, 임오경으로 표현된 것이 임 의원 논문에 각각 ‘자기면담’과 ‘나’라고 바뀐 것과 서술어 3곳이 다른 것을 제외하면 A4지 10장 반 분량 정도가 일치했다.
하웅용 교수가 2010년 낸 학회지 논문(왼쪽)과 똑같이 닮은 임오경 의원의 석사 논문(오른쪽). 사진=논문 캡처
이에 대해 임오경 의원은 “하웅용 교수가 내 논문을 2010년 내 이름을 넣지 않고 학회지에 냈다. 난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문제가 터졌을 때 전화를 했더니 하 교수가 내게 ‘너랑은 관계가 없다. 내가 실수해서 네 이름을 안 넣었다.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며 “하 교수가 그 뒤 사과했다. 그는 징계를 크게 받았다. 난 어리고 순진해서 잘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임 의원은 “석사 논문과 박사 논문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이 발견된 건 논문 주제 때문이다. 최초 석사와 박사 학위에 도전하게 된 건 하웅용 교수가 핸드볼 분야의 역사가 정리된 게 없으니 한 번 해보자는 제안 때문이었다. 나는 입학하자마자 시대별 핸드볼 지도자 리더십을 다루겠다고 마음먹었다. 석사와 박사 전 과정에 걸쳐 한국의 세계적 지도자 3명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겹친 부분이 셀프 표절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오경 의원은 2014년 2월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에 앞선 2012년 12월쯤 자신의 지도 교수인 하웅용 교수와 함께 한국체육학회지에 ‘한 지도자가 이끈 세계정상의 한국여자핸드볼’이란 논문을 투고했다. 이 논문은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을 닮은 부분이 상당수 발견됐다. 논문 중복 게재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인터뷰 중복 게재 문제도 여럿 발견됐다. 임오경 의원이 학회에 투고한 논문에는 오성옥 씨와의 2011년 10월 28일 인터뷰가 담겼다. 이 인터뷰 전문은 임 의원의 박사 논문에 똑같이 담기며 이상은 씨와의 2013년 10월 25일 인터뷰라고 나왔다. 오 씨와의 또 다른 인터뷰는 학회지 논문에 2011년 10월 28일로 표기됐지만 박사 학위 논문에선 2012년 1월 2일이라고 적혔다. 정형균 전 국가대표 감독과 박정림 씨와의 인터뷰 역시 같은 내용이 각 논문에 다른 날짜로 표기됐다.
임오경 의원의 석사 논문(왼쪽)과 박사 논문(오른쪽). 대부분 문장이 유서성을 띠었다. 사진=논문 캡처
문제는 이 학회지 논문이 재직 중인 전임 교원 및 조교만 참여 가능한 프로젝트에 따라 제출된 논문이었다는 점이었다. 2012학년도 한체대에서 벌인 특성화 역량 개발 지원 사업의 일환이었던 이 프로젝트는 교수에게 1인당 350만 원, 조교에겐 200만 원이 지원됐다. 당시 제1저자였던 임 의원은 재직 중인 전임 교원 및 조교가 아니었다. 한체대 일각에서는 제2저자인 하웅용 교수와 임 의원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연구비를 타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오경 의원은 “지난주에 하웅용 교수와 통화를 했다. ‘제가 돈을 받은 거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하 교수가 ‘너랑은 관계가 없다. 연구보조원으로 들어갔으면 30만~50만 원 정도 들어갔을 거다’란 답을 받았다. 통장을 확인해보겠다”며 “그 외에 연구비 받은 건 전혀 알지 못한다. 200만 원이란 큰돈을 받은 적 없다. 통장 사본이 한체대에 구비된 건 석사와 박사 과정에서 장학금 수령 때문이었지 연구비 수령 때문이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 관련 연구비는 하 교수가 뱉어냈다고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한체대 감사를 벌여 2014년 하웅용 교수를 포함 제자의 학위 논문을 요약하거나 학회지에 발표하고 이를 교내 연구과제결과물로 제출해 연구비를 부당하게 수령한 교수에게 징계 요구안을 낸 바 있었다. 이에 대해 하 교수는 “그 프로젝트 연구비는 내가 받았다. 임오경 의원은 나와 연구를 진행하면서 내가 시키는 일을 했기 때문에 확인해 봐야겠지만 받았으면 연구보조원으로 30만~50만 원 받았을 거다. 조교로 올라가 연구비를 받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취재 과정에서 2019년 11월쯤 임오경 의원은 문체부 제2차관 물망에 올랐었다고 나타났다. 인사검증 때 청와대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