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만 유튜버 임다 채널 닫아, 몰래 지우고 모른 척 유형도…고의냐 과실이냐 ‘관건’
140만 유튜브 채널 임다TV는 의료법 논란 이후 채널을 닫은 상태다. 사진=임다TV 캡처
패션, 먹방에 이어 의료 분야까지 뒷광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뒷광고를 한 인플루언서는 도의적 책임과 비난은 받지만 별다른 처벌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의료 분야의 뒷광고는 차원이 다르다. 의료법 제56조 제1항에는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장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에 병원명, 의사 실명 등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의료법 위반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 임다(140만 구독), 외질혜(78만 구독), 춤추는곰돌(67만 구독), 날라리데이브(22만 구독) 등이다. 이들은 광고 표시를 하지 않고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을 방문해 의사와 상담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또 치료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다’고 설명한다. 이런 형식 자체가 의료광고 가이드라인에서 금지하는 방식이다.
신동희 법률사무소한솔 변호사는 “보건복지부가 2020년 발간한 의료광고 가이드라인을 보면 ‘동영상 등의 광고에서 환자가 의사를 방문해 질의하고, 의사가 세밀히 답변하는 형식을 취하거나 환자가 시·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외모적·건강상태 등을 설명, 이를 근거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광고는 규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광고형식이나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환자를 유인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치료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으며,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심각한 비하의 소지도 있어 불허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외질혜는 아직 영상을 그대로 올려둔 상태다. 사진=외질혜 채널 캡처
140만 구독 채널 임다는 의료법 위반 광고 사실이 적발되면서 채널을 닫았다. 임다는 8월 8일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에 “지난해 여름 아프리카TV를 통해 한 병원으로부터 라식 수술 광고를 제안 받았고, 광고 관계자들의 의뢰에 따라 자발적으로 수술을 받는 형식의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라며 “의료광고는 체험기나 사례를 광고에 쓰면 안 되지만, 당시 이런 규정에 대해 무지한 상황에서 광고 관계자들의 검토 내용만 안일하게 믿고 광고 영상을 찍었다. 짧은 생각으로 제작한 부끄러운 영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의료 광고를 한 외질혜는 아직 영상을 그대로 둔 상태다. 외질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병원 측에서 변호사와 논의를 거친 후 문제가 없다고 해 영상을 올렸다. 모발이식은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돈을 받은 게 아니다. 유료 광고는 불법이지만 협찬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돈이 아닌 협찬을 받더라도 역시 규제를 피할 수 없다. 신동희 변호사는 “의료법 제56조 제1항이 금지하고 있는 의료광고는 그 대가가 의료행위에 불과한 협찬인지, 추가적인 금전을 지급 받는 경우인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제품 협찬도 경제적 대가를 받는 행위로 보고 있다. 돈을 받으면 불법이고, 협찬을 받으면 합법이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춤추는곰돌 채널은 의료법 위반 영상을 비공개로만 돌려놓은 상태다.
이렇게 채널을 닫은 유형과, 아직 영상을 올려둔 유형 외에도 몰래 삭제하고 모른 척하는 유형도 있다. 춤추는곰돌은 지난해 4월 올린 ‘ㅋㅋㅋㅋ성형 견적 받고 바로 시술받았습니다’란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또 지난해 6월에 올린 ‘춤추는곰돌 멤버들과 성형하다!? 성형외과 두 번째 방문기!!’라는 영상 역시 비공개 처리했다.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어떤 해명도 하지 않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8년 11월 여행 관련 유튜버 메이는 라섹 수술 브이로그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는 병원 선택 팁과 비용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2개월이 지난 2019년 1월 메이는 라섹 Q&A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수술을 무료로 지원받았다는 내용은 없다. 8일 의료법 위반 관련 논란이 거세지자 해당 영상에도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메이는 영상 내용 등을 수정해 ‘병원으로부터 수술비 지원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광고 목적은 아니었다”고 댓글을 남겼다. 인플루언서인 모델 김보라 씨, 유튜버 날라리데이브도 영상을 비공개 상태로 전환한 뒤 별다른 사과 없이 넘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실제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을까. 신동희 변호사는 “의료법 89조 제1호, 제56조 제1항을 보면 위반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면서도 “다만 이는 고의범만 처벌하는 것이므로 외질혜가 의료광고를 한 것이 과실로 인정될지 고의로 인정될지가 새로운 논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