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물류센터 일용직 임 씨 “사과 문자 한 통 없어”…목소리 내자 산재 중인 직원 부당 해고까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지대위)를 비롯한 8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8월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코로나19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비정규직이 70%에 달하는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는 이날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등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사진=박현광 기자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9일 동안 일한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임 아무개 씨는 쿠팡발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로 알려진 전 아무개 씨의 사연에 공감하며 눈물을 훔쳤다. 임 아무개 씨는 “전 씨는 개인 방역을 철저히 했지만 코로나19에 확진됐고, 그 가족까지 감염되면서 가정이 송두리째 파괴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쿠팡이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알았을 때 안내 문자 등으로 신속히 알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확진자가 나온 뒤에도 이를 숨긴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임 씨는 “나도 개인 방역을 철저히 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단 9일 일했을 뿐”이라며 “쿠팡은 지금까지 미안하다는 문자 한 통 보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진정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 씨는 이날 참석 예정이었으나 남편이 40℃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는 등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자리하지 못했다.
지대위 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1만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쿠팡은 로켓배송, 당일배송 쿠팡맨 정규직 직고용, 쿠팡 배송기사들의 주 5일 근무를 홍보하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왔다”며 “좋은 일자리라는 기업 이미지와는 달리 쿠팡의 일용직이 70%, 계약직이 26.8%를 차지하고 정규직은 2.7%에 그칠 정도로 불안정 노동의 대표 업체다. 좋은 일자리라는 이미지는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광고에 의해서 만들어진 허구의 이미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쿠팡발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쿠팡 직원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1970년대 노동환경을 연상케 한다. 화장실 갈 시간은 물론 잠시 휴식을 했다간 벌을 받기도 한다”며 “쿠팡 물류센터는 잠시도 쉬지 않고 24시간 가동한다. 환기할 시간도, 방역할 시간도 없는 환경에서 코로나 재확산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고건 쿠팡피해자모임 대표와 권영국 지원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김범석 쿠팡 대표에게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산업재해로 치료 중인 쿠팡 계약직원을 부당 해고한 것을 두고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정병민 변호사는 “쿠팡은 쿠팡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린 계약직 근로자 두 명에 대한 해고를 단순한 계약 만료라고 통보했다. 산재 요양 기간에 있어 절대적으로 해고로부터 보호받는 계약 만료이기에 상관없다고 하지만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3년 전 계약직 근로자이자 산재 요양 중인 쿠팡맨을 부당 해고한 사례를 들면, 서울행정법원은 부당 해고라고 판단했다. 쿠팡은 항소를 취하했고 확정됐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7월 31일 쿠팡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적해온 고건 쿠팡피해자모임 대표와 강 아무개 씨를 부당 해고했다. 이 둘은 산재 요양 중인 상태였다(관련기사 [단독] 쿠팡, 산재 요양 중인 계약직 노동자 부당해고 논란). 고건 대표는 “쿠팡은 코로나19 피해자의 목소리도 외면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의 목소리도, 대화하자는 목소리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목소리를 내는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화 자리에 나서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한굴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천주교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노동당 등 80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모임에 지지를 밝혔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