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 두 달새 최대주주 등 주요 주주 수차례 바뀌어…아이오케이는 모기업 의사결정 구조 불투명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의 주주가 최근 수차례 바뀌자 엔터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배우 중심 엔터사로 성장한 화이브라더스코리아(화이, 현 플리트엔터테인먼트)는 수애 김윤석 김옥빈 등 유명 연예인이 소속된 대형 연예기획사다. 구 심엔터테인먼트가 중국 미디어 공룡 기업인 화이브라더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명이 화이로 변경됐다.
중국 자본과 미디어 인프라를 등에 업은 화이에 대해 시장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하지만 화이는 수년간 해외 진출은커녕 국내 매출마저 신통치 않았다. 화이는 본업 외에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했다. 2016년에는 홈쇼핑 회사인 뷰티풀마인드코리아와 금융사인 화이인베스트먼트를 설립, 2018년에는 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도 세웠다. 2016년 영업손실이 5억 7000만 원 상당이었던 화이는 매년 적자를 냈으며 2019년에는 영업손실이 56억 원에 달했다.
중국 화이브라더스 계열사인 화이락항유한공사가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화이를 이끌어오던 지승범 대표는 지분을 매각했다. 지난 5월 지 대표와 화이락항유한공사는 엔에스엔에 지분 21.83%, 포에이오컴퍼니에 14.3%, 케이티에스파트너스에 8.74%를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화이 인수 대상자의 시장 신뢰도가 낮아 문제가 됐다. 엔에스엔은 자전거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회사로 2014년부터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포에이오컴퍼니는 지난 2월 자본금 100만 원을 들여 설립된 회사로 별다른 사업실적이 없다. 케이티에스파트너스 역시 2019년 12월 자본금 100만 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별다른 사업 활동이 없다.
케이티에스파트너스는 지난 7월 이를 다시 그로우스앤밸류파트너스와 대표 성 아무개 씨 등에게 재매각했다. 케이티에스파트너스는 주당 4000원에 매입한 화이 주식을 4020원에 매각했다. 이를 두고 케이티에스파트너스가 특정인을 위해 심부름을 해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로우스앤밸류파트너스 대표 성 씨가 케이티에스파트너스 강 아무개 대표와 함께 다른 상장회사의 사내이사를 같은 기간 역임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약은 포에이오컴퍼니와 케이티에스파트너스의 ‘잔금 미입금’으로 온전히 맺어지지 못한 채 일부만 성사, 포에이오컴퍼니와 케이티에스파트너스의 지분은 줄어들고, 이를 대신 엔에스엔이 매입해 지분을 42.21%로 늘리면서 화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엔에스엔은 공동경영을 하겠다며 보유한 화이 지분 중 21.6%를 세미콘라이트에 매도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최대주주를 비롯한 주요 주주가 수차례 바뀌자 화이 안팎에서 우려가 나왔다. 게다가 화이를 공동경영하게 된 엔에스엔과 세미콘라이트가 자본시장에서 그리 큰 신뢰를 받는 회사도 아니라는 점도 부각됐다. 특히 엔에스엔은 본업과 무관한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며 지난 3월 존 케리 전 미국 상원의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홍보했으나 그가 선임 3개월 만에 사임해 투자자에게 혼선을 줬다는 비판을 받는다. LED 사업을 하는 세미콘라이트는 지난 7월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유독 엔터사가 인수합병(M&A)되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보니 소속 직원들이나 연예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통상 연예기획사 주인이 바뀌어도 연예인을 관리하는 실장이나 매니저들은 그대로 유지되긴 하지만 주인이 자주 바뀌는 회사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현정 조인성 등이 소속된 아이오케이가 쌍방울그룹 관계회사인 포비스티앤씨에 인수됐다. 사진=아이오케이 홈페이지 캡처
배우 고현정 조인성 등이 소속된 아이오케이도 상황이 비슷하다. 엔터업계 큰손으로 꼽히던 원영식 W홀딩컴퍼니 대표는 지난 6일 아이오케이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엔터사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던 원 회장이 처음으로 엔터사 지분을 매각하자 증권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원 회장과 원 회장 소유의 초록뱀미디어 등에서 아이오케이 주식을 산 포비스티앤씨는 지분 38.45%를 취득해 아이오케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포비스티앤씨는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남영비비안의 관계회사로 IT사업을 영위한다. 남영비비안은 2019년 쌍방울그룹에 인수된 뒤 포비스티앤씨 인수 등 인수합병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무리한 사업 확장에 나선 남영비비안과 그 관계회사들에 대해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남영비비안은 2015년부터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데다 수년째 직원 연봉이 동결돼 내부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모회사인 쌍방울의 의사에 따라 남영비비안의 경영이 영향을 받는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쌍방울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칼라스홀딩스가 있다. 쌍방울 최대주주는 지분 16.68%를 보유한 광림이며 광림 최대주주는 칼라스홀딩스로 지분율은 27.28%다. 쌍방울그룹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구조는 투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쌍방울의 공식적인 대내외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태 쌍방울 회장은 공시와 법인등기부상 보유 지분이 없다.
쌍방울 측은 “포비스티앤씨는 아이오케이의 자회사 중 ICT 사업을 하는 회사가 있어 협업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며 “회장님이 등기나 공시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는 만큼 경영은 대표이사와 법인별로 독자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잦은 최대주주 교체와 비정상적인 주가 움직임을 보면 단순히 우연이나 경영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 무자본 M&A 세력의 전형적인 주가조작 행위와 유사하다”며 “호재성 이슈를 만들기 쉬운 엔터사에 M&A 세력이 들어와서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