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높은 수수료 불만 속 삼성카드만 참여…‘향후 국내결제까지 유료화 포석’ 의구심 솔솔
지난 8월 31일부터 시작된 삼성페이 해외결제 서비스는 전세계 NFC 단말기가 있는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제는 플라스틱 카드가 없어도 삼성페이로 결제할 수 있게 됐다. 페이 서비스를 통해 국내 신용카드로 해외에서 결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가 해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다른 카드사들의 참여가 없어 현재는 삼성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지하에 위치한 삼성 딜라이트 매장. 사진=임준선 기자
삼성 측은 삼성페이의 편의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자랑삼아 말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페이 해외결제는 삼성카드만, 그것도 ‘마스터카드’가 붙은 것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를 삼성 측이 서둘러 출시한 이유는 삼성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과 삼성 측은 아직 구두 협의만 진행했을 뿐 본격적인 협상에 나선 것은 아닌 상태다.
우선 표면적으로 다른 카드사들이 삼성페이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는 수요 급감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해외 결제에 대한 수요도 급감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발령한 2차 특별여행주의보 기한을 9월 18일까지 연장했다. 이 기한이 끝난다 해도 언제 해외여행이 재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하필 이 시국에 해외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고 참여를 종용하는 것은 내용을 떠나 무엇보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면서 “수요가 있는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삼성페이 참여를 꺼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삼성 측이 국내결제에서는 무료인 삼성페이 플랫폼 사용을 해외결제에서는 유료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사들은 삼성페이에 따로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삼성페이에 많은 카드사를 끌어모으겠다는 삼성 측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지문·홍채 등 생체 인증을 할 때만 건당 5~10원 정도의 인증 수수료를 낸다. 이 돈은 카드사가 부담하지만 삼성페이가 아닌 보안 인증업체가 가져가는 구조다.
하지만 이번에 해외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삼성 측은 건당 결제액의 0.1%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카드사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페이를 본격적인 수익 모델로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 측은 다른 카드사들이 참여해야 삼성페이 해외결제가 활성화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유료전환이라는 원칙 또한 확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삼성의 의도된 ‘포석’일 수 있다며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해외결제에 한정해 수수료를 받는다고 하지만, 일단 참여시켜 놓고 나중에는 국내결제에서도 이용료를 요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삼성페이 출시 초기 다른 카드사가 참여해 실사용자가 급격히 늘었는데, 몸집이 커지자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뭔가 큰 그림이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이미 올해 초 삼성페이와 보이지 않는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주축인 여신금융협회가 ‘삼성페이’를 사실상 저격하는 보고서를 내며 정부가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여신협회는 설 연휴를 앞두고 낸 ‘간편결제 서비스의 등장과 카드업 영향분석’이란 보고서에서 “간편결제 서비스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면서 정부가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삼성전자에만 특혜를 줘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친다는 불만이었다. 카드사들을 대변하는 단체인 만큼 당연한 일로 보일 수 있지만, 같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카드가 주요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금융권은 삼성페이가 해외에서는 차별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삼성페이가 국내에서 성공한 이유는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에 NFC(근거리 무선통신) 단말기가 거의 보급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 결제 방식을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MST 기술은 기존의 신용카드 단말기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해 고객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는 국내와 달리 NFC 단말기가 보편화돼 있다. 이미 하나카드는 하나원큐페이 모바일 터치결제 서비스를 출시, 해외에서 비자 NFC카드 단말기가 있는 모든 가맹점에서 원큐페이 앱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이미 신용카드 한 장이면 해외결제가 대부분 가능한 상태 아니냐”면서 “삼성페이는 아직 해외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서둘러 유료결제로 전환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