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전쟁’ 대비 개인회사 손떼고 그룹에 집중 시선…조현식 측 “지분 싸움 대비 현금 마련은 아냐”
아노텐금산은 지난 1월과 3월, 5월, 세 차례에 걸쳐 총 27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는 모두 조 부회장의 사재로 이뤄졌다. 이어 지난 7월 22일 아노텐금산은 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지만 일주일 후인 7월 29일 돌연 유상증자 결정을 취소했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개인회사 아노텐금산의 유상증자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3월 인천시에서 열린 ‘2016 한국타이어 체험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조현식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자본 확충이 절실한 아노텐금산이 당초 계획했던 유상증자를 왜 갑자기 취소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2019년 말 기준 아노텐금산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105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19년 매출 34억 원, 영업손실 51억 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좋지 않다. 심지어 지난 6월에는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파쇄기와 컨베이어벨트를 3억 5000만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아노텐금산 유상증자가 취소된 다음날인 지난 7월 30일, 조현식 부회장의 누나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성년후견은 법정후견 제도의 한 종류로 나이가 많거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조양래 회장이 지난 6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차남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넘긴 것이 자발적 의지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8월 25일에는 조현식 부회장도 성년후견 심판 절차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조희경 이사장과 조현식 부회장이 연합해 조현범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하게 됐다. 조 부회장 측은 “현재 조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며 “조현식 부회장 역시 조 회장의 최근 결정들이 회장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조현식 부회장이 아노텐금산의 유상증자를 취소한 이유가 지분 싸움을 대비한 현금 확보 목적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현금 30억 원으로 살 수 있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0.2~0.3% 수준에 불과해 의결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다. 조 부회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취소한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면서도 “지분 싸움을 대비해 현금을 마련하려는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 부회장이 장기적으로 개인회사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조 부회장은 가진 현금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현 상황에서 개인회사에 대한 투자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집중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조현식 부회장의 개인회사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조 부회장은 2019년 지분율 100%의 개인회사 에이치투더블유티이와 아노텐더블유티이를 청산했다. 이 밖에 조 부회장은 경영컨설팅 업체 에스피팀과 폐타이어재생 업체 에스아이카본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폐기물 업체 세일환경 지분도 96.44%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에스피팀과 세일환경은 2019년 기록된 매출이 없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 부회장 개인의 일이라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이 개인회사에서 손을 떼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집중하더라도 현재로선 조현범 사장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제공
조현식 부회장이 개인회사에서 손을 떼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집중하더라도 현재로선 조현범 사장과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개인회사를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조 사장과 지분 싸움에서 이기기는 어렵다”며 “할 수 있는 최대한 지분을 매입하고 우호 주주를 확보한 후 한진그룹 사례처럼 외부 세력까지 끌어 모으면 모르겠지만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조현범 사장이 42.90%, 조현식 부회장이 19.32%, 조양래 회장 차녀 조희원 씨가 10.82%, 조희경 이사장이 0.83%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이 연합해도 조현범 사장과 지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중립을 지키고 있는 조희원 씨와 지분율 6.24%의 국민연금이 조 부회장 측에 서면 조현범 사장의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 4월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약 6억 원을 선고받은 바 있어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현식 부회장, 조희경 이사장, 조희원 씨, 국민연금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37.22%로 조현범 사장과 5.68%포인트(p) 차이다.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