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논란 최 원장, 청와대와 대립각 진행형…“정치인 스타일은 아냐” 주변 평가
최재형 감사원장이 9월 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측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최 원장에 대해 “강단 있는 분”이라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재명 경기도지사보다 낫다”고 잘라 말했다. 최 원장은 여권 내부에서 거세게 몰아친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추호의 흔들림이 없는 감사를 할 것”이라며 원칙주의자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최 원장은 김종인발 ‘현미경 검증’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1야당의 러브콜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최 원장뿐 아니라, 윤 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손짓에 일단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야권 내부에선 ‘윤석열·최재형·김동연’을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운 3인방으로 부른다. 이 중 최 원장은 올해 후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여권 찍어내기 논란에 휩싸였다. 강성 친노(친노무현)계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조차 “박근혜 정부의 한 사건이 데자뷔처럼 떠올랐다”고 친정을 직격했다.
조 교수가 언급한 ‘한 사건’은 양건 전 감사원장과 박근혜 정부의 갈등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감사위원에 장훈 중앙대 교수를 추천했지만, 양 전 원장은 ‘선거 캠프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청을 거부했다. 이후 양 전 원장은 청와대 외압 의혹을 남긴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최재형 갈등’과 꼭 빼닮았다. 정치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할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최 원장은 ‘김오수=친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두 차례나 제청을 거부했다. 이후 여당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앞두고 최 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들은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최 원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전쟁은 현재진형형이다. 문 대통령은 8월 10일 다주택자 논란을 일으켰던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 후임으로 ‘김종호 카드’를 깜짝 꺼냈다.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의 김종호 민정수석은 조국 전 민정수석 당시 비서관을 지냈다. 청와대가 ‘최재형 견제용’으로 김 수석을 심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청와대는 최 원장이 추천했던 감사위원에 대해선 ‘다주택자’ 기준에 걸린다며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도 굴하지 않았다. 그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차관은 9월 7일 한 중견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최재형을 찍어낸다면 다시 ‘김오수 카드’가 부상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다수의 공직자들은 “최 원장의 성품이 온화한 편”이라며 “생활 정치인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감사원 한 관계자도 “최 원장 리더십은 소통·수평”이라며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뼛속까지 공직자”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