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략 ‘죽음의 손’ 신호송출 용도 등 추측만…누가 왜 어디서 방송하는지 베일 싸여
매일 하루 24시간 동안 방송을 하고 있지만 사실 방송 내용이라고 할 만한 것은 딱히 없다. 몇 초에 한 번씩 뱃고동처럼 울리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오다가 이내 둔탁하고 단조로운 소리가 반복될 뿐이다. 가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누군가 러시아어로 ‘고무 보트’나 ‘농사 전문가’와 같은 뜬금없는 구절을 말하기도 한다.
MDZhB는 지난 1982년부터 40년 가까이 방송을 하고 있지만 누가 운영을 하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는 의문의 라디오 방송국이다. 사진=유튜브 Francisco Braccini
사정이 이러니 MDZhB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지난 수세기 동안 전세계 라디오 애호가들과 음모론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웅웅거리는 소리와 무작위한 구절을 연구하는 데 몇 년을 바친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 라디오 방송국의 미스터리를 시원하게 풀어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이런 저런 추측과 설만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추측들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것은 MDZhB 방송이 러시아 핵전략인 ‘죽음의 손’ 신호를 송출하기 위한 용도라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러시아를 상대로 누군가 핵공격을 해올 경우, 라디오 방송이 즉시 중단되고 자동으로 러시아의 핵무기가 발사되는 ‘죽음의 손’ 작전이 개시된다는 것이다. ‘죽음의 손’ 작전은 구소련 시대에 짜여졌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 작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미국 간에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살아남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거듭 언급해 왔으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 수상한 라디오 방송이 핵으로 인한 전멸 작전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또다른 주장은 MDZhB가 전세계에 퍼져 있는 비밀 러시아 스파이들 간의 소통 수단이라는 설이다. 하지만 이는 그다지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 남자나 여자 목소리가 내뱉는 짧은 구절들을 제외하고는 웅웅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주장은 이 웅웅거리는 소리는 단지 누군가 해당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무의미한 소리일 뿐이며, 이 주파수의 본래 목적은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경우 러시아의 첩보망과 군부에 지시를 전달하기 위한 용도라고 말한다.
미스터리한 것은 방송 내용뿐만이 아니다. 방송이 송출되는 지역 역시 베일에 싸여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방송은 러시아의 두 지역, 즉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 인근에서 전송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라디오는 장거리를 이동하는 단파로 알려진 비교적 낮은 주파수로 작동하기 때문에 사실상 전세계 누구나 4625kHz 주파수에 맞추면 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