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 구제’ 사기 혐의 CISA, 대법원서 무죄 확정

재판정서 협박범 영상 탈취 과정 시연…기술 가진 화이트해커로 판명

[일요신문] ‘몸캠피싱’ 피해자에게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김 아무개 씨(25)와 그가 설립한 업체 CISA가 재판 끝에 화이트해커로 판명나 누명을 벗게 됐다. 몸캠피싱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음란 영상채팅을 유도하고 이를 녹화한 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신종 사기 범죄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기술력으로 몸캠피싱 구제가 가능한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자 직접 협박범들의 영상을 탈취하는 과정을 시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 범죄 관련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경찰은 2016년 10월 피해자 700여 명에 대해 4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와 접근 권한 없이 타인의 정보통신망을 침해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김 씨를 구속 기소했다. 김 씨가 속칭 ‘몸캠피싱’ 피해자들의 유출 영상 유포를 차단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 협박범의 계정을 해킹해 영상 유출을 막아주겠다고 약속하는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본 것.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3월 12일 사기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부산지방법원 형사8단독 송중호 부장판사는 2018년 4월 6일 사기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선고공판에서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김 씨가 피싱동영상을 삭제해줄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을 조사한 경찰의 증언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그럴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어느 정도의 보안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동일한 혐의점으로 수사했던 다른 지방경찰청이 “시연을 통해 확인된 내용으로 볼 때 일부 피해자들의 유출정보를 삭제해준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며 피고인을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한 점과 의뢰인 A 씨가 경찰에 “피싱 협박범의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나의 전화번호를 삭제한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한 점 등에 따라 김 씨가 피싱 동영상 유포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봤다. 

김 씨의 무죄 판결에 대해 전 CISA 관계자는 “김 씨는 해킹 능력을 보유한 화이트해커지만, 수사기관에서 자신들의 기술력으로는 해킹할 수 없다는 이유로 김 씨의 기술력 자체를 부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씨는 직접 해킹 기술을 시연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사기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허위업체에 의한 2차 피해 예방을 위해서라도 몸캠피싱 구제를 내세우는 업체들의 실체와 기술력을 검증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