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거세자 한 발 물러섰지만 입장 변화는 없어…“외압 아닌 휴가명령 이미 내려가, 국방부 논리가 제일 정확”
9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서욱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박은숙 기자
9월 12일 오후 2시 45분쯤 황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직사병 현 아무개 씨(27) 실명을 공개하며 글을 올렸다. 그는 “추미애 장관 아들 서 일병 관련 모든 출발과 시작은 당시 현○○ 당직사병의 증언이었다. 미통당(현 국민의힘)의 추 장관 고발의 근거가 현 병장 제보이기 때문이다. 현 병장은 ‘분명 휴가가 아닌데 (추 장관 아들은)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다. 그런데 육본(육군본부) 마크를 단 대위가 와서 휴가 처리하라고 지시해서 이건 외압’이라고 주장한 것이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의 최초 시작이었다”라고 썼다.
이어 “그러나 휴가는 이미 휴가권자 지역대장의 통해 휴가 명령이 난 상태였고 지원장교가 당직사병인 현 병장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러 간 것이었다. 그러니 현 병장은 이 대위가 자기부대 지원장교인지 그 자체도 몰랐던 것이다. 이런 사실 관련 수사과정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 현 병장은 잠수타기 시작한다.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먹었다”고 했다.
또 “먼저 이 사건의 최초 트리거인 현 병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그동안 이 사건을 키워온 현 병장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세력이 의도하는 목적과 취지가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이 사건의 시작은 황희 의원 주장과 달리 제보가 아니었다. 일요신문이 카투사 주변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토대로 국방부와 당시 지원반장이었던 이 아무개 상사, 한국군지원단, 주한미8군 등의 취재를 거친 뒤 현 씨를 접촉해 최종 인터뷰를 하고 낸 보도였다(관련 기사 [단독] 추미애, 카투사 군복무 아들 휴가 미복귀 무마 의혹).
현 씨가 잠수를 탔다는 황 의원의 말도 사실이 아니었다. 현 씨는 9월 12일 황희 의원이 글을 올린 당일 저녁에도 언론이 잘못 쓴 사실에 대해 정정을 요청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고 나타났다. 황 의원은 비판이 제기되자 페이스북에 올린 현 씨 실명을 삭제했다.
9월 13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황희 의원은 “현 병장 실명은 내가 처음 이야기한 게 아니었다. 다 알려져 있었다. 처음 TV조선에서 나오고 계속 나왔다. 그건 문제가 안 된다”며 말을 이어갔다.
“현 병장이 단순히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데에서 끝낸 게 아니라 본인 입으로 계속 메시지를 만든다. 그것 때문에 이 난리가 난 것이다. 그걸로 추미애 장관이 고발당했다. 나는 현 병장에 대한 잘못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정쟁화된 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조사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황 의원은 “단순하게 일요신문 보도로 끝났으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TV조선 인터뷰도 나오고 본인이 또 다른 이야기도 했다. 그런 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카투사 대령 인터뷰 녹취를 풀었다는 그 자체만 봐도 (어떠한 세력의 개입 없이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장관 아들 미복귀 상황. 사진=최훈민 기자
현재 쟁점은 추 장관 측 외압 유무와 서 씨 휴가의 절차적 정당성, 추 장관의 거짓 의혹 등이다. 우선 황희 의원은 추 장관 보좌관 등의 외압 가능성에 대해 “현 병장은 ‘6월 25일 대위가 와서 휴가가 갑자기 연장됐다. 외압이었다’고 말했는데 이게 허위 사실이다. 외압이 아니라 휴가 명령이 이미 내려간 상태였다. 대위는 지역대장 명을 받아서 휴가 명령을 내라고 전달한 것뿐이었다. 현 병장은 자기가 모르는 대위가 와서 마치 휴가 명령을 내린 것처럼 말했다. 휴가는 이미 조치가 된 거였다”라고 했다.
지역대장이었던 이 전 중령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김 대위에게서 보좌관 전화 관련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추미애 장관 보좌진의) 문의 전화는 그 자체로 부적절했다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황 의원은 “서 씨는 2차 병가 때 카투사에 전화해 병가 연장 요청을 했다가 ‘안 된다’는 답을 받았다. 그런데 담당 대위인가 누군가가 전화를 받고 윗선에 있는 지역대장에게 알아봤다. 지역대장이 ‘병가 연장은 안 된다. 하려면 개인 휴가로 해라’라고 해서 대위가 서 씨에게 연락을 했다. 그래서 휴가가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지원대의 지원반장 이 상사는 서 씨의 최초 병가 연장 요청을 불허했다. 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에서도 인정한 부분이었다. 다만 추미애 장관 쪽에서는 지원단(대령)-지역대(중령)-지원대(대위·상사) 순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 아래 “지원대가 서 씨의 병가 연장을 불허했지만 상급 부대인 지역대가 개인 휴가를 줬다”는 취지의 답과 함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었다.
일반 병사가 휴가를 연장하려면 보고 체계에 따라 자신의 분대 소속 선임병장에게 보고하고 선임병장은 다시 지휘관인 대위급 지원대장이나 상사급 지원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서 씨의 휴가 연장 요청은 지휘관인 지원대장이나 지원반장을 거치지 않고 상급부대인 지역대에서 거쳐 승인이 난 뒤 서 씨에게 전달됐다. 통상의 군 휴가 처리와 달랐던 셈이다.
황희 의원은 이에 대해 “휴가 진행 상황은 정상이었다. 국방부에서 정상이라고 했다. 국방부 논리가 제일 정확하다. 국방부에서 정상이라고 했으니 규정상 문제는 없다. 고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현 병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 씨가 정리한 사건 발생 경위서에 따르면 서 씨 미복귀 사실을 처음 인지한 건 직속 선임병장이었다. 선임병장은 후임병 휴가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선임병장은 서 씨의 2차 병가가 마무리된 이후인 2017년 6월 25일 오후 8시 50분쯤 저녁 점호를 하다 서 씨가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선임병장은 당직사병인 현 씨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현 씨는 부대에 기록된 ‘출타장부’를 확인한 뒤 지원반에 설치된 유선전화를 사용해 서 씨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 뒤 “택시든 뭐든 타고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출타장부에 서 씨 병가 복귀일은 금요일인 6월 23일로 기록돼 있었는데 일요일인 6월 25일까지 복귀를 하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이날 오후 9시 30분쯤 육군본부 마크를 단 대위가 현 씨를 찾아와 “서 씨와 통화한 당직 사병이 맞느냐” 확인하고 “(상급 부대인) 지역대 통합당직실에 보고 했느냐”고 물었다. 현 씨가 “아직 안 했다”고 답하자 “지역대에 보고 올릴 때는 휴가자로 올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현 씨는 최근 선임병장이 서 씨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사실도 알게 됐다. 대위가 자신을 찾아와 “서 씨를 휴가자로 처리하라”고 지시할 때쯤인 6월 25일 9시 30분쯤 서 씨는 선임병장에게 “걱정 안 하셔도 된다. 휴가 처리가 됐다”는 취지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서 씨가 누군가에게 연락해 휴가 문제를 처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