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환매중단 사태 징계 절차 본격화…판매 증권사 징계 수위, 최고경영자 징계 여부 관건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0월 15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 라임 사태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10월 제재심은 15일과 29일 열리는데, 금감원은 일단 15일 제재심에 라임 사태 안건 상정을 목표로 작업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앞서 9월까지 제재 절차를 모두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현장검사 등 관련 일정이 줄줄이 연기돼 늦어졌다는 것이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야경. 사진=박은숙 기자
지난 6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투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 판매사와 함께 라임 펀드를 많이 판 판매사들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증권사 중에선 대신증권(1조 3403억 원), 신한금융투자(4909억 원), KB증권(4297억 원), 교보증권(4212억 원), 한국투자증권(2532억 원) 순으로 라임 펀드를 판매했다. 금감원은 라임사태가 터진 이후 올해까지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라임과 라임의 ‘아바타 자산운용사’로 불리는 라움자산운용,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등이 먼저 제재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라움과 포트코리아는 지난해 8~9월 금감원이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 운용사는 라임 일부 임직원이 제안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 설계 요청을 받아들인 의혹을 받고 있다.
제재 수위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등록 취소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객관적으로 확인된 행위만으로도 등록 취소 요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관심은 신한금투, 대신증권, KB증권 등 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제재 수위다. 펀드 부실을 알게 된 2018년 11월 이후에도 계속 판매했다는 의심을 받는 신한금융투자는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앞서 임 아무개 전 신한금융투자 본부장이 부실을 숨기고 판매한 혐의로 구속됐고, 김병철 사장도 지난 3월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금감원 분조위도 라임펀드 전액 배상 결정 과정에서 신한금투의 임의 기준가 조정과 투자구조 변경 등을 통해 라임과 공조했다는 취지로 신한금투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신한금투는 전액 배상 결정은 받아들이겠지만 법리적 판단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선 이번 제재심에서 금감원 분조위 결론이 근거로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B증권도 금감원에 고강도 현장 검사를 받은 만큼 높은 수준의 제재 수위가 예상된다. 금감원은 KB증권에 대해 지난 5월부터 한 달여 동안 현장검사를 진행했는데 검사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했다. KB증권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부인 델타원솔루션부가 라임에 국내 펀드를 위주로 TRS(총수익스와프)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증권도 강도 높은 징계가 불가피하다. 라임 펀드를 대규모로 판매한 반포WM센터의 장 아무개 전 센터장은 펀드를 팔면서 투자자에게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혐의로 구속됐다.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영업정지와 기관주의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신규 사모펀드 판매를 일정 기간 동안 중단해야 하는 영업정지 등 기관 제재는 증권사 입장에선 타격이 심각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은행처럼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서 사모펀드를 새로 판매할 수 없게 되면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 타이틀을 갖기 위해 이제는 사실상 필수 요건으로 통하는 ‘초대형 IB(투자은행)’ 진출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금융사고 등으로 중징계를 받은 증권사는 최장 5년간 초대형 IB 인가를 받을 수 없다. 여기에 3년간 신사업 진출에도 제한을 받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되는 만큼 인수합병(M&A)도 어렵다. 기관 경고 등으로 제재 수위가 완화될 경우에도 제재 기간이 1년 정도로 줄어들 뿐이다.
금감원이 증권사에 내부통제 규정을 문제 삼아 최고경영자들에게도 징계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감원과 증권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최근 현장검사가 이뤄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내부통제 표준 규정 위반에 대한 의견서를 요구했고, 증권사들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라임 펀드 연루 증권사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증권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금감원이 증권사들의 펀드 판매 과정에서 최고경영자가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등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리면, 징계 범위는 최고경영자 선까지 확대될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경영진을 ‘행위자’로 보고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징계를 내렸다.
이 경우, 금감원 안팎에선 문책 경고 등 중징계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검사국 실무자 단계에서 언급되고 있는 내용이지만, 윤석헌 금감원장도 최고경영자 징계 의지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고경영자가 중징계를 받게 될 경우 3년간 금융권 취업과 연임 등 제한을 받아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된다.
다만 일각에선 기관 징계에서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 6월 금감원은 판매사들과 선제적 보상안 마련을 논의하면서, 분쟁조정과 선보상에 적극적인 금융사에게는 제재수위를 낮출 수도 있다는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증권사는 이때 선보상안을 마련했고, 이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진통을 겪었지만 모든 판매사들이 전액 배상안을 받아들인 만큼 최고경영자 징계까지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제재심 등을 거치며 수위가 완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재심에서 금융사의 소명과 민간위원들의 의견 청취 과정에서 징계 수위가 완화되는 경우도 있다. 금융권 다른 고위 관계자는 “워낙 사안이 심각해 기관 징계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최고경영자 징계에 대해선 증권사들이 필사적으로 방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