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착륙지 같은 회항여행, 현지와 쌍방소통 랜선투어, 침대에 누워 즐기는 VR여행 인기
#내리지 않고 하늘길만 여행
하나투어와 아시아나항공도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상품을 내놨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강릉,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2시간 동안 비행한 후 다시 인천국제공항에 돌아오는 코스다. 사진=아시아나 항공 제공
항공업계에서는 이벤트성으로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 회항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호주 콴타스항공에서는 호주 영공을 7시간 동안 날다가 출발지였던 공항으로 다시 돌아오는 항공여행 상품을 판매했는데 10분 만에 매진됐다. 상품 가격은 60만 원이었는데 여행에 목말랐던 고객의 니즈를 충족했다는 평이다. 또 대만에서는 한류 붐을 따라 제주의 영공을 도는 회항 여행을 판매했는데 4분 만에 매진됐다. 제주 상공을 20분 정도 날다가 다시 대만으로 돌아가는 상품이다. 기내에서는 승무원들이 한복을 입고 제주 방언을 알려주고 기내식은 한국식 치킨으로 준비하는 등 알찬 구성이라는 고객들의 평을 받았다.
하나투어와 아시아나항공도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상품을 내놨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강릉,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2시간 동안 비행한 뒤 다시 인천국제공항에 돌아오는 코스다. 기내식을 먹고 기내서비스를 받으며 여행의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이코노미석이 20만 원, 비즈니스석이 25만~30만 원선이다. 항공만 예약할 수도 있고 특급호텔을 추가한 항공+숙박으로 예약할 수도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향후엔 외국인을 위한 한국 항공일주 상품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행업계 전문가는 “이제 이동수단 자체가 여행상품이 되는 시대가 됐다”며 여행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리라고 내다봤다.
#VR 여행, 콘텐츠도 업그레이드
침대에 누워 여행할 수 있는 VR과 AR(증강현실) 관련 콘텐츠도 주목받고 있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거나 온라인에서 VR 기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
KT와 SK텔레콤에서도 VR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통신사를 중심으로 VR 콘텐츠 판매를 통해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는 흐름도 있다. KT는 ‘슈퍼 VR’을 통해 파리, 뉴욕 등의 원데이 트립과 노르웨이 오로라 등 160여 편의 가상여행과 110여 편의 해외여행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인기 VR 순위 상위 20위권 가운데 20%가 여행 관련물이다. SK텔레콤의 모바일 앱 ‘점프 VR’에서도 여행 콘텐츠 이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명소 시티투어, 전시회 관람, 미식 투어 등을 비롯해 서핑과 열기구 등 액티비티 체험 영상도 인기다.
그 밖에 ‘제주 TOVR’은 제주도의 200여 개 여행지를 360도 영상으로 제공하는데 코로나 이후 이용률이 10% 이상 늘었다. 또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에도 VR 파노라마로 가상여행을 선보이는 곳이 늘었다.
한국관광공사는 공모를 통해 가상현실 여행영상을 컴퓨터 게임으로도 제작했다. 가상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구성요소를 바꿀 수 있는 ‘오픈월드’ 게임이다. 서울 세빛섬, 부여 궁남지, 경주 동궁과 월지 등 국내 명소들을 실감나게 구현해 놓았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대국민 집콕 힐링 프로젝트 가상현실 언택트 Live 테마관’을 통해 볼 수 있다. 또 ‘여행앓이 날려줄 사이다 드론 여행’과 ‘100% 실감 체험 360°VR 여행’ 등을 통해 여러 국내 관광지를 간접체험 할 수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VR 여행은 현재의 집콕 생활에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관광이 다시 재개됐을 때를 위한 홍보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 여행은 현재의 집콕 생활에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관광이 다시 재개됐을 때를 위한 홍보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캡처
유튜브 VR 영상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는 2016년에 360도 시야각으로 즐길 수 있는 VR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VR 기기 없이 일반 스마트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유튜브가 직접 운영하는 ‘가상현실’ 채널은 구독자가 330만 명이나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코로나19 이후 VR 하루 평균 이용량이 전년 대비 37.9% 증가했다며 국내 VR·AR 관광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VR과 AR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하드웨어 가격이 매년 하락하는 것도 저변 확대의 이유로 꼽았다.
#해외 체험도 이젠 랜선으로
여행예약 플랫폼 ‘아고다’는 해외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집에서 랜선으로 즐길 수 있는 가상여행지를 추천하고 있다. 랜선투어는 각국 명소 홈페이지, 유튜브, 구글맵 등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어 VR보다 이용이 더 간편하다.
에어비앤비도 주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요리와 미술, 운동 등 해외의 라이프스타일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랜선 체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에어비앤비 제공
해외 현지투어 상품을 주로 판매했던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유럽·미국·일본 등 12개 랜선 투어를 판매 중이다. 이탈리아 남부, 남프랑스,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인기다. 특히 마이리얼트립이 선보이고 있는 ‘진짜 랜선투어’는 녹화된 영상을 전송하는데 그치지 않고 화상회의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각 도시 가이드와의 양방향 소통을 제공한다. 5~15명이 참가해 90분간 진행돼 집에서도 여행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지나간 영상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게 아니라 여행지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커피 한 잔 가격에 해외여행을 즐기며 힐링할 수 있도록 콘텐츠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도 랜선 체험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에어비앤비 현지체험 프로그램을 랜선화 한 것으로 주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요리와 미술, 운동 등 해외의 라이프스타일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6월 기준 700여 개의 체험이 등록되어 있는데 에어비앤비는 4월부터 6월까지 온라인 체험으로만 약 100만 달러(1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