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여부 떠나 둘이 손잡으면 보궐선거 주도 가능…‘김종인 대망론’과 연관 짓는 시선도
10월 8일 서울 마포구 ‘마포포럼’ 초청 강연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과 김무성 전 대표. 사진=최준필 기자
김무성 차출론의 변수는 김종인 위원장이다.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할 김 위원장은 그동안 새로운 후보에 무게를 뒀었다. 서울과 부산시장 모두 초선 의원을 내보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10월 8일 김 위원장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만남에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당은 벌써부터 후보군 물색에 한창인 모습이다. 더 이상 밀릴 수 없는 국민의힘은 총력전 채비를 갖추고 있지만, 뚜렷이 치고 나오는 인물이 없어 고민인 상황으로 보인다.
부산시장의 경우 유력 후보였던 김세연 전 여의도연구원장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내에서는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을 비롯해 3선 장제원 의원, 초선 박수영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원외는 유기준 이진복 유재중 이언주 전 의원과 지난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거론된다.
이런 후보군에 대해 당내에선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여당에서 이름이 나오는 김영춘 전 의원 등에 비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회의론도 뒤를 잇는다. 그러자 당 안팎에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이름이 들리기 시작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부산을 지역구로 15대부터 20대까지 내리 6선을 했고, 한때 대선 주자로까지 꼽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세연 전 원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이후 당 안팎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부산시장 선거에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김무성 전 대표는 혼전 중인 부산시장 보궐선거 판도에서 여당에 맞설 확실한 카드인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4·15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보수재건을 위한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어 지난 6월 국회와 가까운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얻어 ‘마포포럼(더 좋은 세상으로)’을 결성, 세 불리기를 하고 있다. 창립 초기 46명이었던 모임은 현재 보수진영 전현직 의원 6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은 김종인 위원장의 마포포럼 강연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빠르게 퍼졌다. 김종인 위원장은 10월 8일 마포포럼 세미나에 강사로 나섰다. 김 위원장 강연 주제는 ‘보수정당의 재집권’이다. 연사 초청은 김 전 대표가 직접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강연은 김무성 전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 이후 처음 만나는 자리다.
김 전 대표 측은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전직 의원은 “김 전 대표가 부산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이미 후배 정치인 10여 명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들과 경쟁하기보다 길을 열어주려는 생각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표와 의정활동을 오래 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전직 의원 역시 “김무성 전 대표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리가 없다”며 “언론 등에서는 부산시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하지만, 김무성 전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인물”이라며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이 부산시장 후보 출마를 권유한다면, 김 전 대표를 부산시장 후보급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차기 대선 후보군에서 완전히 밀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김무성 전 대표 입장에서는 마포에 사무실을 얻어 마포포럼을 열었지만, 대중의 주목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이번에 김종인 위원장을 초대함으로써 본인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킹메이커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효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10월 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마포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보수진영 전현직 의원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최준필 기자
김종인 위원장의 경우 최근 당내에 불고 있는 김종인 견제론에 대응할 카드로 김무성 전 대표를 선택했다는 시각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초·재선 의원들에겐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당내 입지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 당명 변경과 함께 진행된 당색 선정 과정에서도 당내 반발에 부딪혀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민의힘은 9월 24일 빨간색을 기본으로 하고, 파란색과 흰색을 보조색으로 하는 새 상징색을 발표했다. 하지만 다수 의원들이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당색 ‘해피핑크’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높았다. 현직 의원 및 당협위원장 126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도 분홍색 유지가 41.2%(52명)으로 가장 높았고, 혼합색은 15.8%(20명)으로 가장 낮았다.
또한 일부 중진 의원들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흔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저격수’ 역할을 하는 장제원 의원은 10월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잇단 악재에도 당 지지율은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김종인의 인물 찾기 스무고개에 매몰돼 있는 듯하다. 무대를 만들고 판을 깔아 국민을 심사위원석에 모셔야 할 비대위원장이 심사위원장석에 앉아 있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원외인사지만 여전히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주도한 마포포럼은 야권 내 최대 모임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김무성 전 대표를 통해 중진 의원에게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김종인 위원장이 갈등이 불거지는 등 당내 입지가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의 상징이기도 하고, 과거 특정계파의 수장이기도 한 김무성 전 대표를 끌어안음으로써 본인의 정치적 위상이 더 커졌다”며 “두 사람이 손을 잡으면 김무성 전 대표의 직접 출마 여부를 떠나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협의 또는 합의해 한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럼 다른 중진 의원들도 반발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김종인 위원장 뜻대로 부산과 서울시장 선거를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 일각에선 ‘김종인 대망론’과도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무성 전 대표는 ‘킹메이커’를 맡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킹메이커와 손을 잡고 김종인 위원장이 직접 대선에 나선다는 것이다.
마포포럼은 김종인 위원장에 이어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강연을 예정하고 있다. 이어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일정도 조율 중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포포럼 측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부총리 등 당 밖의 인사들도 강연자로 부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보수진영 대권 주자들의 강연을 추진하며 첫 순서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택한 것이 김무성 전 대표가 김종인 위원장을 대선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마포포럼에 참석한 한 전직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을 초청해 포럼에서 ‘본인이 대선에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라며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을 첫 연사로 초청한 것은 보수정당의 재집권에 구상을 들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