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안철수 연대 및 무소속 복당 ‘동맹론’ 제기…링 밖 김무성 킹메이커 움직임도 관전 포인트
그러자 당내에서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있다. 싸워 이길 장수가 없는데 과연 자강론이 되겠느냐는 의문이다. 이른바 ‘동맹론’이다.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를 비롯해 홍준표 의원 등에 대한 복귀 절차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와중에 링 밖의 김무성 전 의원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김종인이 꺼내든 자강론
김종인 위원장은 9월 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당 내부를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형태로 변경함으로써 자연 발생적으로 우리 당 내부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예전에는 집안 꼴이 워낙 엉망이어서 식구들 전체가 혐오 대상으로 치부됐지만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말끔한 집안으로 바뀌고,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식구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내 ‘젊은 후보’의 출현을 기대한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상원의원 2년 차에 대통령에 도전해서 됐다”고 언급, 차기 대권주자든, 서울시장 후보든 젊은 신인 후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과 자주 얼굴을 맞대는 통합당 의원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젊은 후보를 고집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는 말도 한다는 것이다.
‘자강론 카드’로 끝까지 간다면 역대 모든 대통령 중에 ‘완전 신인’이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결국은 당내 기존 잠룡들이 체급을 키워 도전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 연장선상에서 당내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도가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유 전 의원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거쳤던 경제전문가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회복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 상황이어서 이 부분은 유 전 의원의 핵심 강점으로 꼽힌다.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바른정당 창당과 19대 대선후보를 거쳤고, 안철수 전 대표와의 바른미래당 창당,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거치며 ‘개혁보수’를 외쳤다는 점에서도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신선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국민의힘 최대 지지 세력인 대구·경북(TK)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TK 맹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핸디캡이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무상급식 논란에 따른 사퇴로 민주당에 서울시장 자리를 내줬다는 공격을 받을 수는 있지만 광화문광장 조성 등 치적도 많다. 하지만 지난봄 총선에서 서울 광진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에게 패배, “신인에게도 졌는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전망이다.
원희룡 제주도 지사는 정치를 오래했지만 인지도가 약하다. 학생운동에 투신한 전력도 있고, 보수진영에 들어와 대표적인 개혁 소장파로서 오래 활동했지만 제주지사를 하는 동안에는 오히려 전국적 인지도를 까먹었다는 평이다. 그는 최근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려는 듯 언론 인터뷰와 SNS 활동 등 왕성한 외부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엔 주호영 원내대표도 시나브로 ‘뜨고’ 있다. 지난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맞붙은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대권도전을 선언하자 자신도 대권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야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이고 조용한 이미지여서 다선 의원이지만 인지도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원내대표 연설 등을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존재감도 과시하는 중이다. 불자로서 불교계에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관련기사 ‘차르 리더십’에 친이계 반기? 김종인-주호영 파열음 내막).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7월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역전의 용사들 받을까 말까
“자주국방 한다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전투기가 있습니까? 미사일이 있습니까? 탱크가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 힘으로 한번 해보자고 하면 되나요?”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은 김 위원장에 대해 이렇게 공격했다. 세계에서 힘이 가장 세다는 미국도 더 강한 힘을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든, 일본이든 손을 잡으며 군사동맹을 만드는데 국민의힘이 여러 세력과 연대하는 동맹을 만들지 않으면 내년 봄 보궐선거든, 대선이든 민주당과 이기는 승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 관련 논란은 내년 보궐선거, 그리고 2022년 대선을 향한 가장 중요한 승부처다. 제2의 조국 사태인 것은 물론,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국가 국민들이 가장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병역에 관한 문제다. 그런데 당내 공격수 부족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이 집권당이고 민주당이 야당이라면 이 사안에 대해서 어찌 했겠나. 지금은 홍준표 의원 등을 빨리 받아서 공격력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당을 떠났던 무소속 4인방(홍준표 권성동 윤상현 김태호)부터 복당시켜 당내 잠룡 후보군도 키우고 당의 공격력까지 배가하자는 목소리가 제법 거세지기 시작했다. 일관되게 무소속 복당을 외쳐온 장제원 의원이 최근 “한 명의 인재가 아쉽다”고 외치자 무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메아리를 만들어내면서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김태호 의원은 9월 8일 페이스북에 “당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친정집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오기를 고대한다. 내년 보궐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이다. 대선은 누가 뭐래도 야권 대통합으로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9월 6일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 지도부가 정기국회 시작에 앞서 탈당파 무소속 4인의 복당을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에 홍준표 의원은 “그래도 장 의원이 나서주니 참 고맙소”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복당파들이 다시 들어오는 것에 대해 아직은 부정적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당이 완전히 안정적 기반을 구축하게 되면 복당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최근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전히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는 아직 당의 변화상이 국민들에게 다가갈 만큼 완성되지 않았는데 복당파들이 들어올 경우,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당 지도부는 홍준표 의원의 돌발 발언에 대한 걱정이 크고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보좌관이 구속된 윤상현 의원도 “받아들이기에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한 관계자는 “뭉치면 더 힘이 좋아진다는 말도 맞지만 자칫 내부 분열이 생길 수도 있다. 말 한마디가 당의 지지도를 추락시킬 수 있는 시기여서 정말 조심스럽다. 김 위원장도 이런 것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무성 전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김무성 킹메이커? 글쎄
국민의힘 내부에서 링 밖 외부 세력을 품으려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자 밖에서 세력을 만들어 안으로 진입해 들어가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선두에는 현재 국민의힘 최대 외부 세력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가 서 있다. 김무성 전 의원이 이 모임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는 일단 생기는 중이다. 9월 10일 정기 세미나에는 김대중(DJ)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장성민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강연에 나섰다.
이를 두고 ‘킹메이커’가 되기로 했다는 김 전 의원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보수의 정권 탈환을 마지막 정치적 소임이라고 밝히며 의원직을 내려놓고 떠났던 김 전 의원이 영호남과 좌우를 아울러 큰 판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띄웠다는 것이다.
호남 출신으로 9월 10일 세미나 강연자로 나선 장 전 의원은 과거 동교동계 핵심이자 DJ의 전략 브레인으로서 정권교체 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민주당에 함께 몸담았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는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위원장이 당 밖에 대권 도전을 생각하는 인물이 있다고 밝히면서 그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장 전 의원은 또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설계사로 정권교체 전략을 세웠고, 지역적으로 호남이면서 중도실용 이미지를 갖춘 점에서 이날 세미나의 주목도는 더 컸다. 확장성을 갖춘 인물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도로도 읽혔고 경선판을 키우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보수 재집권을 기치로 내걸고 전·현직 의원 40여 명이 참여하는 포럼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무성 전 의원이나 마포포럼이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마포포럼에 이름을 걸어뒀었다는 한 전직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구심점이 강한 모임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유력 후보로 이 사람, 저 사람, 그냥 데리고 와서는 안 되지 않느냐. ‘이 사람이라면 확실하다’ 정도의 인물이 있어야 사람이 모여들 것인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김무성 전 의원이 예전만 한 카리스마를 지녔다고 보기도 어렵지 않느냐. 사람이 모인다면 내년 4월 보궐선거 공천권을 가진 김종인 위원장에게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운집할 것이다. 마포포럼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결국 김 전 의원이 ‘슈퍼맨’을 데리고 올 때 가능할 것이다.”
강민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