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서 이겼어도 또 다시 ‘재외동포법’에 발목 잡혀…2015년 소송의 제2 라운드
지난 3월 대법원으로부터 비자발급거부처분 취소 소송의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낸 유승준의 입국이 다시 한 번 좌절됐다. 사진=연합뉴스
7일 유승준의 변호인단에 따르면 유승준은 지난 6일 LA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LA총영사관 측은 지난 7월 2일 유승준이 청구한 비자 발급을 다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승준은 2015년 LA총영사관이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을 이유로 유승준이 청구한 재외동포(F-4) 체류자격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에 대해 비자 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처음 제기한 바 있다. 지난 3월 대법원에서 LA총영사관의 재상고를 기각해 유승준 측이 최종 승소함에 따라 18년 만에 국내 입국의 길이 열리는가 했으나, 당시에도 한 가지 암초가 있었다. 이 재판이 단순히 비자 발급 과정에서의 행정적 미비와 거부 사유 등을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절차대로 진행하더라도 LA총영사관 측이 재량에 따라 비자 발급을 거부한다면 그의 입국 금지가 유효한 탓이었다.
실제로 LA총영사관은 이번 비자 발급 거부 사유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률 제5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무부장관은 재외동포체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승준 측은 “평생동안 입국을 거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며 “대법원의 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 취지를 계속적으로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그걸 바로 잡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이번 소송의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재외동포법과 관련해서는 “유승준은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정치인이나 재벌도 아닌, 약 20년 전에 인기가 있던 일개 연예인”이라며 “입국을 허용하더라도 대한민국에는 아무런 위기도, 혼란도 초래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준의 비자 발급을 재차 거부한 주 LA총영사관 측은 재외동포법을 그 근거로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MBC 섹션TV 캡처
앞서 대법원 역시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가 잘못에 비해 과도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상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5년간 입국을 제한할 뿐”이라며 “재외동포에 무기한의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승준에 대한 처분이 그의 잘못에 비해 과도하다며 “위반 내용과 제재 사이에 비례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반면 이번에도 재차 유승준의 비자 발급 청구를 거부한 것에 대해 법무부와 외교부 측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은 2015년 처분에 구속력이 있을 뿐”이라며 “법원 판결을 검토해 (재량에 따라)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2015년 소송의 제2라운드가 된 이번 유승준의 비자 발급 재소송에 대중들의 관심이 다시 모이고 있다.
한편 유승준은 2002년 1월 해외 공연 등을 이유로 출국한 뒤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당시 병무청장은 유승준의 병역의무 면탈을 이유로 법무부장관에게 입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2015년 10월 유승준은 주LA총영사관 측에 재외동포 비자발급을 신청했으나 과거 법무부의 입국금지 등을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정부의 비자발급 거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반면, 상고심에서는 LA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과거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LA총영사관은 유승준의 아버지에게 (비자 발급 거부와 관련해) 처분 결과를 전화로 통보했고, 처분 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 처분서는 작성하지 않았다”며 “당시 처분에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대법원의 판단을 유지해 유승준의 승소로 판결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