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쇄신론에 실눈 뜨는 까닭

‘우리 주군에도 불똥 튈라’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정쇄신 논란을 바라보는 친박계의 심기가 그다지 편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판장 서명 등에 앞장섰던 일부 친박 의원에겐 ‘자중하라’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7일 의원 연찬회에서 구상찬 이성헌 유기준 김태환 등 친박 의원들이 청와대를 조준해 강도 높은 인적쇄신과 시스템개선을 요구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친이계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같이하기로 했던 친박 의원들 중 일부가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친박계는 이번 국정쇄신의 불똥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영남지역의 한 친박 의원 보좌관은 “청와대 참모 교체와 국민 여론 수렴 등이 쇄신 방안의 핵심이지만, 결국은 ‘세대교체론’까지 번질 것으로 본다. 야권에서 이번에 안희정 이광재 등 40대 기수들이 등장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에서도 그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 역시 교체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우려 때문에) 친이계가 박 전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라고 털어놨다.

정치권에선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경우 박 전 대표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친박은 여권 주류가 이러한 점을 악용할 수도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소장파들의 쇄신안을 받아들인 후 박 전 대표 퇴진을 노리고 당에 세대교체를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정치연구소’ 윤호석 소장은 “나이도 나이지만 박 전 대표는 어쩔 수 없이 과거 세력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자신과 오랫동안 정치적 라이벌을 형성해온 이 대통령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듯한 스탠스를 보이면 박 전 대표도 뭔가를 내놔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친박 측 관계자는 “나이나 출신 때문에 세대교체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 어떤 바람이 불어도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박 전 대표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진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