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대 환치기 처벌, 환자 탈의 사진으로 협박 의혹도…브로커 “수술 신중 조언, 의혹 사실무근”
태국으로 원정 성형을 떠났다가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송 씨는 또한 부작용을 일으켰던 필러를 두고 ‘한국에서는 수입이 안 되고 있고 유럽과 미국, 태국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A 씨는 “사람들은 ‘후진국에 가서 저런 시술을 왜 받느냐’, ‘의료기술도 떨어지는 태국으로 미용 시술 받으러 간 사람도 이해가 안 간다’고 피해자들을 비난한다. 그런데 송 씨 블로그를 보면 한국에서 할 수 없는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꾸몄다”고 설명했다.
블로그 방문자가 1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수많은 환자들이 원정 성형을 받으러 떠났다. 하지만 송 씨 유혹에 빠져 태국으로 간 성형외과 환자들은 다양한 피해 사례를 제보하고 있었다.
수술 부작용이 가장 많았다. 피해자 B 씨는 “골반에 보형물을 넣는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한 쪽이 내려오고 있었다. 수술이 잘못됐는데 그 쪽에서는 ‘관리를 못한 네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 재수술을 받으러 태국에 다시 갔는데 그곳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모두 재수술을 받으러 온 사람이었다”면서 “재수술을 기다리는 몇 개월 동안 수술 후 우울증으로 시달렸고 재수술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보형물이 서로 다른 쪽으로 뿔처럼 튀어나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B 씨는 “한국에서 보형물 제거가 가능하다는 곳을 찾기도 힘들었다. 대부분의 성형외과 병원에서는 ‘어떻게 수술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술했던 병원에서 제거해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어렵게 가능할 것 같다는 병원을 한 곳 찾아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수술 부작용이 워낙 많다 보니 해당 브로커가 연결해주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피해자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피해 사례가 공유되고 있을 정도다. 반면 송 씨는 “많은 고객에게 이미 어떤 필러를 받게 되는지 몇 번이나 알려줬다. 현지에 도착해서도 수술은 신중하라고 조언했다”고 반박했다.
제보자가 송 씨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서울세관에서는 검찰로 송치했다. 최근 송 씨는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처벌됐다.
송 씨는 태국 병원 수술 부작용과 별개로 불법촬영 및 유포 혐의도 제기되고 있다. 2016년 2월 A 씨는 송 씨 태국 병원 정보를 믿고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몸이 망가지면서 회복에만 수천만 원을 써야 했다. 논란은 최근 송 씨가 자신의 블로그와 카페에 A 씨가 시술을 받기 위해 탈의했을 때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A 씨는 몰래 찍은 불법 사진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송 씨는 ‘몰래 찍은 건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A 씨는 “태국 병원 피해를 막기 위해 블로그에 피해 사실을 올리기 시작했더니 송 씨가 자신의 커뮤니티에 불법 촬영 사진을 주요 부위만 가린 채 올렸다”며 “사진을 내리라고 요구하자 피해 사례 글을 다 내리면 내려주겠다며 되레 협박성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경찰서에 송 씨를 불법 촬영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해당 블로그는 의료법 위반 문제 등으로 폐쇄됐다.
이에 대해 송 씨는 “환자 개인정보를 가리고 일부 모자이크를 해서 누군지 알 수 없는 사진이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환자 나체 사진을 보유한 이유를 묻자 송 씨는 “환자가 수술 경과를 말하면서 보내주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확보된 사진 같다”면서 “나중에 문제가 되면 내가 반박해야 하기 때문에 자료로서 갖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문제가 발생하면 병원에서 보유한 의료 기록으로 대응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송 씨는 “다른 수술은 사진을 찍지만 필러는 사진을 찍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송 씨의 이상한 대면상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담이라기엔 진료에 가까운 일을 했는데 송 씨가 한국에서 환자들을 만날 때 약속 장소가 주로 호텔 로비였다고 한다. 그렇게 만나 호텔방으로 데려가 회복 체크는 물론이고 최대 가능 사이즈, 수술 디자인 상담 등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송 씨는 “(이제는) 경찰에서 불러 의료 관련 상담을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송 씨가 호텔에서 만나 대면 상담 과정에서 마사지를 권했고 성추행에 가까웠다는 제보도 나왔다. 한 피해자는 “수술 후 상태가 이상하다고 하자 송 씨가 호텔로 불렀고, 마사지를 해줬다”면서 “마사지와 대화 내용이 추행에 가까워 트라우마가 생겼다. 하지만 재수술을 받으려면 다시 태국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데 태국으로 가려면 송 씨가 유일한 연결고리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을 제보한 피해자들이 여러 명이었다.
송 씨는 외환관리법 위반, 의료법 위반 등으로 고발된 바 있다. 최근 송 씨는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됐다. 수술비용을 태국 병원이 아닌 가족 명의 계좌로 받는 방식으로 환치기했기 때문인데 규모가 80억 원에 달하는 사건이었다. 송 씨는 “A 씨가 악의를 품고 고발해 처벌됐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송 씨에게 환불을 요구해도 태국의 금융시스템을 이유로 환불을 미루고 있다는 피해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 C 씨는 “1년 넘게 환불을 못 받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씨는 “환불 요청한 고객 30명 가운데 20명을 환불해드렸고 나머지도 환불 진행 중에 있다”면서 “태국에서 온라인 송금제한과 외화 반출 규정이 있기 때문에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송 씨는 “지금 일이 마무리되면 앞으로 병원 일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