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뒤집히더라도 대선 경쟁력엔 의문부호…대법원 확정 시 친문 진영 타격 불가피
11월 6일 드루킹 사건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서울고법 청사를 떠나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이종현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1월 6일 열린 ‘드루킹 사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1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현직 도지사이고, 일부 무죄 선고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보석을 취소하지 않았다.
김경수 지사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저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고, 나머지 진실의 절반은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겠다”고 상고 의사를 밝혔다. 특검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선고에 불복해 재판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김경수 지사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이뤄지게 됐다.
김 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아내면 ‘친문’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러한 극적효과를 본 정치인이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고 지사직 박탈 위기에 놓였던 이재명 지사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 선고를 통해 이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급상승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선호도 ‘2강’을 굳힐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만약 이재명 지사가 2심에서 무죄를 받고, 대법원에서 원심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국민적 관심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살아 돌아왔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지지율이 오른 면이 있다”며 “김경수 지사 역시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하겠지만, 만약 무죄를 선고 받는다면 더 큰 정치적 효과를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는 김경수 지사의 2심 선고 결과를 두고 “같은 행정을 맡은 사람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법원 판단이 남아있으니 잘 수습되길 바란다. 경남도정도 잘 수행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법원에서 항소심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에서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공범의 법리해석 등을 따져 판단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항소심 결과가 뒤집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의 재판과 비교해 보자면 뒤집기 어려운 것이 맞다. 이재명 지사 재판과는 다른 점이 있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 1심과 2심의 판단이 서로 갈렸다”며 “반면 김경수 지사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의 판단이 ‘죄가 성립된다’고 같았다. 이를 대법원에서 뒤집기엔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법원에서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임준선 기자
설사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정치일정상 김경수 지사가 ‘친문’ 대선주자로 차기 대선에 나서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김경수 지사가 차기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기는 어렵다. 대법원 판결이 내년 9월 전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당내에서 김경수 지사가 돌아올 것을 기대해 채비한다는 것은 정당으로 매우 큰 무리수다”라고 전했다.
또한 김경수 지사가 차기 대선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으로 제기된다. 대법원 무죄 판결로 극적효과를 노린다고 해도 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를 꺾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설령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본선 경쟁력에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문 핵심 관계자가 항소심 판결 전부터 ‘김경수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김경수 지사 카드는 완전히 사라졌다. 친문에서는 ‘친문 적자’가 아니라도 친문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주자를 찾을 것이다. 김두관 이광재 의원, 임종석 전 실장, 정세균 총리, 유시민 이사장 등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며 “후보 찾기를 계속 하다가 정치일정상 도저히 기다릴 수 없는 때까지 새로운 주자가 뜨지 않으면, 결국 기존 후보 중 연대를 결정할 것이다. 미리 손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관련기사 김경수 대타 누구 없소? 친문계 ‘부엉이 모임 2기’ 띄우는 이유).
한편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 김 지사는 곧바로 지사직을 박탈당한다. 수형을 마친 뒤에는 5년 동안 공직에 출마할 수도 없다. 김경수 지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진영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김경수 지사 항소심 판결이 난 11월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항소심 판결에 의하더라도, 유죄판결로 지난 대선의 정당성이 이미 상실됐다”며 “문 대통령의 복심이자 친문 세력의 적장자임을 공인받는 김경수 지사가 댓글 조작에 관여한 것이 1심에 이어 2심에서까지 유죄로 인정된 이상,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불법 댓글 조작에 대해 문 대통령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김경수 지사 선에서 꼬리 자르기 하지 말고,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진실을 모두 소상히 밝히고 국민들께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님, 댓글 조작의 몸통은 누구입니까”라고 꼬집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