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공정’ 발언 직후 10일로 재연기, 시간 번 만큼 변수 늘어…헌법소원은 ‘상징적’ 평가
그 과정에서 갈등은 더 커졌다. 12월 1일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 총장의 직무배제에 대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복귀’ 결정을 내려주며 갈등 양상에 기름을 부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도했던 ‘윤석열 징계’에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참전한 모양새로 확산됐다. 고기영 차관 사의로 공석이 된 법무부 차관에 판사 출신 이용구 변호사를 임명한 데 이어 “공정해야 한다”며 직접 발언하기도 했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인사권자의 의지 표현에, 법조계는 징계위원회만 지켜보고 있다. 윤석열 총장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총장은 징계위의 근거가 되는 검사징계법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헌법소원 및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12월 1일 서울행정법원이 윤석열 총장의 직무 배제에 대한 가처분 결정에서 직무 복귀 결정을 내리자 40여 분 뒤 윤 총장은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직무에 복귀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법원은 윤석열 손 들어줬지만…
12월 1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11월 30일 윤 총장의 신청 사건을 심리한 지 하루 만에 “직무배제명령 취소 소송의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의 효력 정지를 인정한다”고 윤석열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30일로 제한하긴 했지만, 이미 징계위 일정이 잡힌 점을 감안할 때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독립성이 침해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며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 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는 징계절차에서 충분히 심리된 뒤에 이뤄지는 것이 합당해 보이고, 그것이 헌법 제12조가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40여 분 뒤인 오후 5시 10분쯤 곧바로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직무에 복귀했다. 11월 24일 추미애 장관이 ‘재판부 사찰’ 등 여섯 가지 사유로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를 명령한 지 7일 만이었다. 그는 대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을 향해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결정문에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박정훈 기자
#추미애 라인도 “잘못됐다” 반발
법원 판단과 함께 검찰 내부 분위기는 윤석열 총장 지키기 쪽으로 완전 기울기 시작했다. 복귀 다음날 징계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다가 결국 스스로 옷을 벗었고,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됐던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사법연수원 28기)는 사표를 제출했다. 이 밖에도 최성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의설이 도는 등 추미애 라인 검사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징계위원회에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2차장검사 등 검사장 승진을 눈앞에 둔 사람들을 포함시켰다는 얘기가 돌고 난 뒤에 사의 표명이 이뤄지지 않았느냐”며 “실제 검사장 승진을 앞둔 인사들을 윤석열 총장 징계위원회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인사로 그들을 압박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이에 대한 고민들이 사의 표명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고기영 법무부 차관 등 문재인 정권과 가깝다는 평을 받았던 검사들의 잇따른 반발은 추미애 장관 측에 타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조남관 차장검사는 윤석열 총장 관련 징계에 반발하며, 아예 한동수 감찰부장이 이끌고 있는 대검 감찰부를 조사하라고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지시했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추미애 장관이 이번 인사에서 조남관 검사장을 대검 차장에 앉힌 것은 밑에서 윤석열 총장을 견제하라는 의도의 인사였는데 오히려 조남관 차장이 윤 총장의 편을 드는 모양새가 된 것”이라며 “정치적 판단보다 법리적 판단을 우선하는 다수의 검사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12월 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원회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제공
#징계위원회 거듭 연기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12월 4일로 미뤄졌던 윤석열 총장 징계위원회는 다시 10일로 연기됐다. 법무부는 애초 2일로 예정됐던 징계위를 4일로 연기할 때와 마찬가지로 “윤 총장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참전’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12월 3일 오후 2시 40분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사안에 직접 메시지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징계위원회는 더더욱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석이 된 법무부 차관에 판사 출신 이용구 변호사를 곧바로 임명한 데 이어 나온 메시지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현재 징계위가 어떤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것처럼 예단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예단을 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봐 달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리고 1시간 뒤인 오후 4시쯤 법무부는 곧바로 징계위원회 재연기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는 알림 메시지를 통해 “추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 심의와 관련해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일 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였다”면서 “위원들의 일정을 반영해 오는 10일로 심의 기일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12월 3일에만 해도 ‘방어권을 위해 시간을 더 달라’는 윤 총장 측의 입장에 대해 “변경은 없다”며 완강한 태도로 거절하다 바뀐 것이다.
법무부 고위관료 출신 법조인은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가 나온 직후 돌연 일정 연기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에게 제동을 건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확실히 윤석열 총장을 정리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들었다”며 “결국 이번 문 대통령의 말은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추미애 장관이 내 의사를 대신해 이를 하고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된 이용구 변호사가 ‘월성 원전 1호기 평가조작 의혹’ 관련 핵심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백운규 전 장관의 변호인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라는 평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전지검을 통해 원전 의혹 수사를 한 것에 대해 정부와 여권이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 측 변호를 맡아온 이 변호사를 차관에 내정한 것은 “정권을 향한 수사를 저지하는 것에 대해 올바르다고 시그널을 주는 인사”라는 설명이다.
이제 법조계는 징계위가 열리는 10일을 주목하고 있다. 윤 총장 해임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그에 따라 추가적인 소송 및 가처분 판단 등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의 근거가 될 검사징계법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섰다. 현행 검사징계법 5조 2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4일 오후,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검사징계 절차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대부분의 징계위원을 임명·위촉할 수 있도록 해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 측은 헌법소원과 함께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윤 총장이 낸 헌법소원은 법률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만 헌재가 이번 이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헌재는 과거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의 사보임 가처분 사건에서도 수개월 이상 결론을 미루며 직접적으로 갈등 이슈에 참여하지 않은 적이 있다.
결국 이는 상징적인 문제제기인데 이를 시작으로 윤 총장은 어떤 징계가 나오더라도 불복하고 반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이미 시작 때부터 ‘윤 총장 해임이 최종 목표’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왔고 지금도 그런 분위기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10일까지 추가로 생긴 시간 동안 어떤 변수들이 등장해 분위기를 바꿀지가 초미 관심사”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