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드림리그 모태, 다음해 한국바둑리그 개막…통산 100승 11명, 신진서 16전 16승 대기록
리그전을 만들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우선 바둑TV에선 중계 및 편성이 용이하다. 한국기원도 정책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장래 스포츠토토 진입을 위한 초석을 쌓겠다는 속내가 있다. 젊은 프로기사들은 대국 수가 보장되어서 좋다. 감독과 코치진 방송해설까지 대략 프로기사 100명 정도는 리그와 깊게 얽혀있다.
리그전의 모태는 2003년 8월 개막한 ‘드림리그’다. 당시 우승팀은 엠게임으로 이창호 최규병 이상훈이 선수로 뛰었다. 사진=사이버오로 제공
시작은 언제였을까. 모태는 2003년 8월 5일 개막한 ‘드림리그’다. 바둑TV가 주도적으로 기획했다. 진행 방식은 국내 프로야구를 벤치마킹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거쳐 챔피언결정전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렸다. 당시 드림리그는 엠게임, 타이젬, 파크랜드, 제일화재, 신성건설, 건화엔지니어링까지 6개 팀으로 참가했다. 팀당 선수는 3명이었다. 엠게임이 5전 전승을 거두며 우승했고, 주장전 전승을 거둔 이창호가 MVP가 되었다. 개막식과 시상식이 모두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베타테스트는 성공적이었다.
드림리그를 업그레이드해 다음해 한국바둑리그가 개막했다. 대회 규모도 2억 4000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그래서 2004년을 리그 출범 원년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2006년엔 KB국민은행이 타이틀스폰서로 들어오면서 급성장했다. 바둑리그는 매년 7~9개 팀이 참가했는데 2012년 한 해만 대기업과 인터넷 바둑사이트 3사까지 총출동해 10개 팀으로 꾸려졌다.
원년 우승팀은 한게임이다. 2005년 신성건설, 2006년 kixx, 2007·2008·2009년 영남일보, 2010년 신안태평천일염, 2011년 포스코LED, 2012년 한게임, 2013년 신안천일염, 2014·2015·2016년 티브로드, 2017년 정관장황진단, 2018년 포스코켐텍, 가장 최근엔 한국물가정보 팀이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우승 팀을 보면 포스코, kixx, 정관장, 한국물가정보 등 내실 있고 탄탄한 기업들만 올해 시즌까지 꾸준하게 맥을 잇고 있다.
이창호(오른쪽·정관장천녹)가 2020-2021리그 2라운드에서 최정(컴투스타이젬)과 만났다. 이창호는 18년 동안 바둑리그를 지킨 산증인이다. 사진=바둑TV 제공
‘이것이 승부다!’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이후 17년 동안 바둑계 진기록이 리그에서 쏟아졌다. 2013년 KB바둑리그 최철한과 안성준 대국에선 한국 프로바둑 역사 60년 만에 처음으로 장생(長生: 동형반복이 계속되어 영원히 살아있는 모양)이 바둑판에 출현했다. 2년 후엔 신진서와 강유택 대결이 3패빅이 나와 무승부가 된 사건이 있었다. 신진서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16전 16승이란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바둑리그 통산 100승을 달성한 기사는 11명이다. 2015년 최철한을 시작으로 강동윤, 이세돌, 김지석, 박영훈, 이영구, 조한승, 박정환, 윤준상, 이창호, 원성진이 100승을 쌓았다. 이 중에서 이창호, 박영훈, 최철한 세 명은 2003년 드림리그부터 지금까지 바둑리그를 지키고 있는 개근생이다.
작년부터 겨울스포츠로 변모했다. 2020-2021리그는 지난 11월 26일 1라운드 첫 경기를 열었다. 이후 여덟 경기 연속으로 3 대 2 승부가 날 정도로 팀 간 균형이 팽팽하다. 이 자체가 진기한 기록이다. 올해는 8개 팀으로 압축된 선수들의 면면이 다 알차다. 신진서, 박정환과 같은 강자들의 연승, 신예와 여자기사가 보여주는 깜찍한 승리가 톡톡 튀었다. 최고령 이창호가 다시 쓰는 전설은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한다. 이번 리그는 이상하게 대진만 봐도 설레는 매치가 많다.
[승부처 돋보기] 신진서, 12월도 연전연승 기대해 2020 갑조리그 11라운드 2020.12.08. ●탕웨이싱 ○신진서 353수 백불계승 장면도 남해 7번기 슈퍼매치에서 혹독한 수련을 마친 신진서와 박정환. 바로 이어진 갑조리그 후반라운드와 KB바둑리그에선 둘이 함께 전승 질주 중이다. 12월 8일 열린 11라운드를 기점으로 두 기사 모두 갑조리그 승률 90%를 넘었다. 박정환이 10승 1패(90.91%), 신진서는 9승 1패(90%)다. 갑조리그 출전 선수 90명 중 1위가 박정환, 2위가 신진서다. 그 뒤에 커제·퉈자시·판팅위가 9승 2패(81.82%)를 해 공동 3위에 올라있다. 박정환은 전반기 5라운드에서 커제에게 1패를 당했다. 신진서는 6라운드 대국을 한번 빠졌고, 1패는 7라운드 구쯔하오에게 당했다. 2020 중국갑조리그 후반 라운드(9R~15R)와 포스트시즌은 12월 6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신진서는 갑조리그 성적에 앞서 올해 통산 승률 90%를 지켜내야 한다. 자칫 한판이라도 지면 이후 9연승을 거둬야 유지할 수 있는 승률이다. 주로 주장전에 나서기에 세계대회 우승자급 초일류 기사와 만나게 된다. 11라운드에선 탕웨이싱과 대결했다. 지난 농심신라면배 2차전 마지막 대국에서 붙었던 상대다. 초반 백1부터 11까지 좌상귀 실리를 도려내고, 중앙에 백13으로 붙여간 수가 멋들어진다. 이후 내용은 약간 어려워졌지만, 신진서가 결국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