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원 기피·징계과정 녹음 등 신경전…15일 속개 “해임보단 정직 가능성”
법무부는 취재진의 출입을 막기도 했다. 1동 법무부 기자실이 멀쩡하게 존재했지만 이를 폐쇄한 채 출입기자단의 임시 기자실을 1동과 멀리 떨어진 5동에 마련했다. “징계위원들이 불안감을 호소해오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100명이 넘는 취재진은 “깜깜이 회의를 하려 한다”고 반발했지만, 법무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이날 취재진들은 회의가 진행되는 1동 건물에 출입하지 못했고 도보로 5분 정도 거리 떨어진 5동에서 대기해야 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린 12월 10일 법무부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갔다. 사진=임준선 기자
그렇게 이뤄진 검사징계위원회도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징계위는 12월 15일 다시 심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벌써부터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 해임’이 아니라 ‘6개월 정직설’이 나온다. 해임일 경우 법적 다툼에서 ‘과하다’는 처분이 나올 소지가 많다는 것인데, 윤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재철은 스스로 회피
12월 10일 오전 10시 30분쯤 시작된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오후 8시에 종료됐다.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도 8시간 동안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를 진행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과정’에 할애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 징계 청구 사유로 내세운 비위 의혹은 논의조차 못한 채 징계위원 기피와 증인 채택 여부 등 절차적 사안에만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당초 11일 곧바로 추가 심의를 하자는 의견이 징계위 측에서 제시됐지만, 윤석열 총장 측에서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오는 15일 추가 징계위를 열기로 했다.
법무부가 깜깜이로 비공개 했던 징계위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 친정부 인사들로 꾸려졌다. 베일에 가려졌던 징계위원으로 징계청구권자인 추 장관과 외부인사 1명을 제외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 더해 외부인사로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징계위원장을 맡은 정한중 교수는 올해 8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주최한 한 국회 세미나에 참석해 윤 총장을 비판했던 적이 있고, 안진 교수 또한 민주당 지방선거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족한 법무부 검찰개혁 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해 충돌 논란이 제기됐던 이용구 차관과 심재철 검찰국장도 그대로 징계위에 합류했다. 다만,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 사유로 들었던 재판부 분석 문건을 한동수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받는 심재철 국장은 스스로 회피해 징계위에서 빠졌다.
징계위원장을 맡은 정한중 교수는 올해 8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주최한 한 국회 세미나에 참석해 윤 총장을 비판했던 적이 있다. 정한중 교수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할 당시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10일 징계위에서는 하루 종일 ‘절차’만 놓고 다퉜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대부분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가 이를 거절당했고, 징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녹음하자는 윤 총장 측의 제안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증인 신청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지면서 실질적인 윤 총장 징계 혐의는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다뤄지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 징계 사유와 필요성을 설명했고 윤 총장 측은 징계 청구 절차의 위법성과 징계 사유 부당성 등을 내세워 반박했다.
#12월 15일 결과 나올까
윤 총장 측은 앞서 신청한 증인들에 더해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와 징계위원을 회피한 심 국장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 측이 신청한 증인은 8명으로 늘어났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이다.
다만 오는 15일 열리게 될 징계위에서는 해임이 아닌, 윤석열 총장 ‘정직설’이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임까지 결정하기에는 징계 사유가 약하고, 또 정직으로도 충분히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 밝힌 징계 청구 사유는 △언론사주 만남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사찰 △채널A·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감찰 방해 및 채널A 사건 감찰관련 정보유출 △정치중립 손상 △감찰 비협조 등이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언론사주와의 만남 △정치중립 손상 정도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임’하기에는 징계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검찰 고위관계자 출신의 변호사는 “해임이라고 하면 모든 검사들이 반발하겠지만, 감봉이나 정직과 같은 결정이 나오면 검사들 입장에서 ‘과하지만 들고 일어서기는 애매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만일 3개월 정직을 결정할 경우 대전지검에서 수사 중인 원전 사건 관련 수사 지휘부는 원포인트 인사로 좌천시키고 그 후에는 공수처가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총장은 2019년 7월 25일 취임해 2021년 7월 24일 퇴임하게 된다. 12월 중순 기점으로, 6개월 정직 처분을 할 경우 남은 임기 대부분 업무에 관여할 수 없다. 실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결과와 관련해 “적어도 정직 이상의 징계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윤석열 총장의 법률대리인단이 12월 10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 의원은 11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가 돌입했다는 것을 봤을 때, 징계를 요구하는 법무부 장관의 입장에서 상당히 중징계 사안이라고 봤던 것 같다”며 “대통령이 징계위 결정을 따르겠다고 얘기하셨다. 징계위에서 정직을 하면 그대로 정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감봉이나 정직, 그 어떤 처분이 나오더라도 윤석열 총장 측에서 무효 처분 및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결국 결론은 법정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번 징계에 대해 윤 총장 입장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고 대검 측 간부 대부분도 그렇게 보고 윤 총장 편에서 조언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선 직무 배제 처분 때처럼 법원에서 징계 결과에 대한 판단을 해주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법원 역시 이를 고려해 기다리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을 중심으로 법관 사찰의 피해자인 ‘법원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근 재판 결과를 놓고 합리적 비판을 넘어 법관 개인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거리낌 없이 가해지고 있다”면서도 법관 사찰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역시 7일 열린 하반기 정기회의에서 판사 사찰 관련 총 7건 안건이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으나 모두 부결됐다. 일각에서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주체(수사정보정책관실)가 부적절하며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참여 판사 대부분이 “서울행정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이고 앞으로 추가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서 해당 재판의 독립을 위하여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선 검찰 출신 변호사는 “피해자가 ‘문제가 있지만 위법은 아니’라고 하는 상황에서 해임까지 처분할 경우 법원 가처분 소송에서 윤 총장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징계위도 이런 법원 분위기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더더욱 해임보다 3개월, 혹은 6개월 정직에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