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 팬데믹 초기부터 입국차단 강력 조치로 경제적 성과…한국 정부 거리두기 격상 주춤 ‘딜레마’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국경이나 지역의 봉쇄 없이 방역과 경제활동을 지속해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제공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방역과 경제의 충돌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고 좀처럼 통제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우선 방역을 위해 3단계 격상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경제적인 손실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다시 발 빠르게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해 코로나19 확산세부터 잡는 게 경제적 이득이라는 재반박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제대로 막지 못한 채 입는 경제적 손실이 강력한 3단계 조치로 코로나19 확산세를 조기에 진정시키는 과정의 경제적인 손실보다 덜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12월 14에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선제적으로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한 결정도 주저하지 않겠지만, 3단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밝혔다.
한국은행과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전망한 우리나라의 2020년 경제성장률은 모두 마이너스(-) 1.1%다. 12월 1일 OECD가 내놓은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경제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전세계 성장률이 -4.2%, G20 국가 성장률이 -3.8%에 그친 데 비하면 우수한 성적이다. 미국은 -3.7%, 독일 -5.5%, 일본 -5.3%를 기록했다. G20 국가 가운데에는 우리나라가 중국(1.8%)에 이어 2위다.
12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OECD 설립 협약 서명 60주년 기념 화상토론 영상메시지에서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국경이나 지역의 봉쇄 없이 방역과 경제활동을 지속해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고 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다. K방역이 흔들리면서 경제까지 함께 흔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국경이나 지역의 봉쇄 없이 방역과 경제활동을 지속해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른 경제 회복’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방역 성과였는데 그 부분이 흔들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사실상 ‘봉쇄’이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결국 K방역이 그동안의 정부 홍보와 달리 결국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이런 상황에서 들려온 대만 소식이 국내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0년 대만 경제성장률이 수십 년 만에 중국 본토 경제성장률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대만 정부가 2020년 경제 성장률을 2.5%로 상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중국이 2020년 경제성장률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2%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OECD는 1.8%로 예상했다. 이런 예상치가 현실이 된다면 대만이 29년 만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앞서게 된다.
이런 경제성장률은 대만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덕분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와 언택트 회의가 일상화되고 노트북, 컴퓨터, 반도체 등의 부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TSMC, 에이수스, 폭스콘 등의 대만 기업들이 큰 수혜를 입었다. 미중 무역 갈등의 반사이익도 있었다.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중국 기업들이 TSMC 등 대만 기업에 주문량을 대폭 늘린 것이다.
또 다른 원동력은 방역이다. 2380만여 명 인구의 대만은 총 확진자가 740명(12월 15일 기준), 사망자는 단 7명으로 사망률은 0.9%다. 대만은 1월 말 우한 주민의 입국 금지를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로 확대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초기부터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했고 그 이후 꾸준히 초기 방역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인구 9730만여 명의 베트남 역시 대표적인 방역 성공 국가로 총 확진자 1402명, 사망자 35명으로 사망률 2.5%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코로나19 펜데믹 초기부터 중국은 물론이고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대중교통과 택시 운행 중단, 서비스 업종 영업 중단 등의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해 집단 감염을 막았다. 베트남 역시 눈에 띄는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증시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의 2020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OECD 회원국과 G20 회원국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 위기에 잘 대처한 것으로 보이지만 범위를 좀 더 넓혀 보면 대만과 베트남처럼 코로나19 방역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보여주는 몇몇 국가들이 더 좋은 경제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 금지 등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여기에 대만의 경제성장률이 2.5%로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결국 K방역이 그동안의 정부 홍보와 달리 결국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더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까지 된다면 경제적인 치명타까지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대만과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특이한 사례일 뿐 우리나라가 방역과 경제를 모두 잘 이끌어 왔고 백신 보급까지의 마지막 고비만 잘 넘기면 된다며 정부를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까닭에 정부와 방역당국은 국민들이 개인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연 K방역은 끝내 성공할 수 있을까.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