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바울 선교사 “기술 부자들이 코로나로 세계 통제”…신천지 이만희 ‘방역 방해’ 무죄 영향도
최바울 선교사는 2020년 7월 경기도 광명 소재의 한 교회에서 설교하며 “빌 게이츠를 비롯한 기술 부자들이 코로나19 백신으로 사람의 DNA를 바꿔 세계를 통제하려 든다. 백신을 맞으면 세계가 그들의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BTJ 열방센터에서 발생한 확진자 662명은 국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집단감염이다. 1차 유행을 주도한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5213명, 2차 유행을 촉발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환진자가 1173명이다. BTJ 열방센터와 방문자들의 방역 비협조로 인해 감염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게다가 1월 13일 열린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1심 재판에서 그는 교단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지만 당국의 방역 활동을 방해한 혐의는 무죄를 받았다. 이 부분이 BTJ 열방센터 방문자에 대한 방역당국 조치와 수사당국 수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감도 크다.
신천지는 집단감염 이전부터 주위에 신천지 교인임을 숨기려 하는 신도들이 많았고, 서울제일교회는 8·15 집회 등 정치적인 이유로 방역에 비협조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BTJ 열방센터 방문자들은 왜 방역당국의 검사 권유와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등 비협조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여기서 엉뚱하게도 빌 게이츠가 등장한다.
미국에서는 2020년 봄부터 ‘빌 게이츠 음모론’이 떠돌았다. 빌 게이츠가 일부러 백신 주사를 맞게 하기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트렸는데 백신 주사를 맞으면 피부 밑에 감시용 마이크로 칩이 심어져 감시를 당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2020년 5월 미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이의 조사 결과 미국인 1640명 가운데 28%가 이 음모론을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테드 강연에서 빌 게이츠가 “앞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건 핵폭탄이 아니고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말한 것과 그가 은퇴한 뒤 부인과 함께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으로 전염병 퇴치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음모론을 부추겼다. 나중에는 빌 게이츠가 직접 나서 “어디서부터 음모론이 시작됐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해명해야 했을 정도다.
그런데 최바울 선교사 역시 코로나19와 관련해 빌게이츠 음모론이 사실이라고 믿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7월 경기도 광명 소재의 한 교회에서 설교하며 “빌 게이츠를 비롯한 기술 부자들이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과 사회 체계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며 “그들이 코로나19 백신으로 사람의 DNA를 바꿔 세계를 통제하려 든다. 백신을 맞으면 세계가 그들의 노예가 된다”고 말했다. 8월에도 충남 서천의 한 교회에서도 “한국은 빌 게이츠의 꼬붕 국가로 전락했다”는 등 비슷한 내용의 설교를 했다고 한다. 이런 최바울 선교사의 설교가 BTJ 열방센터 방문자들에게 영향을 미쳐 방역당국에 비협조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출입명부와 역학조사 등을 통해 2020년 11월 27일부터 12월 27일 사이 BTJ 열방센터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한 사람만 3013명이나 되며 이 가운데 22%인 66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경북 상주시
기독교계에서는 최바울 선교사의 이런 음모론에 대한 입장이 그의 기존 세대주의적 종말론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세대주의적 종말론의 관점에선 요한계시록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신용카드나 바코드를 통해 666이라는 숫자로 마귀가 세상을 통제한다고 보는데 국내 이단 전문가들은 최바울 선교사 역시 전세계를 통제하려는 666 전산시스템이 등장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고 지적한다. 이런 신학적인 문제와 공격적인 선교 방식으로 인해 인터콥은 오랜 기간 우려와 이단 논란에 휘말려 왔다. 이미 인터콥에 대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은 ‘참여금지’, 예장 통합 교단은 ‘예의주시, 참여 자제’, 예장 합신 교단은 ‘이단적 요소가 있으므로 참여 및 교류 금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교단은 ‘참여금지’ 등의 결의를 내린 바 있다.
최근에도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인터콥에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교총은 “BTJ 열방센터를 운영하는 인터콥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반사회적 행태를 보이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과 함께 개선을 촉구한다”며 “인터콥은 불건전 단체로서 한국교회 교인들의 신앙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모든 교인의 참여를 제한하고 금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바울 선교사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친분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결정적인 이유는 주요 교단에서 이단 논란에 휘말린 최바울 선교사의 인터콥이 2012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가입했기 때문이다. 최 선교사는 2018년에는 한기총 공동회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그 이후인 2019년 1월이다. 한기총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전 목사가 대표회장이던 시절에 인터콥이 한기총에 가입한 것은 아니다. 또한 최바울 선교사나 인터콥이 전 목사가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친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접점은 분명 있다. 2019년 6월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던 전광훈 목사를 최바울 선교사가 지지 방문했으며 같은 달 인터콥 3차 비전캠프에 전광훈 목사가 강사로 초청받아 설교를 했다. 2020년에는 전광훈 목사가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상주 BTJ 열방센터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