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입국 수베로, 코치 3인방 든든한 지원군…‘절반의 성공’ KIA 윌리엄스 “와인투어 시즌2 계획”
카를로스 수베로 신임 한화 감독이 입국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수베로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부터 3년이다. 지난해 뼈아픈 최하위 아픔을 겪은 한화는 이 기간 동안 팀 육성 시스템을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베로 감독은 2001년부터 15년간 마이너리그에서 감독생활을 하면서 유망주 발굴과 선수 육성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지도자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브루어스 1루와 내야 코치를 맡았는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팀 리빌딩 과정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베네수엘라 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한화는 지난해 말 이미 전략팀을 미국에 파견해 수베로 감독에게 한화 구단과 선수단에 관한 전력분석 자료를 브리핑했다. 수베로 감독은 이 자료를 1차로 훑어보며 한국행 준비를 했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한 2주일 자가 격리 기간을 고려해 1월 10일 한국에 들어와 국내 스프링캠프 준비를 시작할 참이었다. 그러나 출국 때 필요한 코로나19 검사 관련 추가 서류 발급 문제로 예정보다 하루 늦은 11일 한국땅을 처음으로 밟았다.
윌리엄스 KIA 감독을 포함해 앞서 한국에서 일한 외국인 사령탑은 모두 가족을 미국에 두고 홀로 한국에 왔다. 감독들의 가족이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데 아무런 물리적 걸림돌이 없던 시기라 더 그랬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은 가족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딸과 아들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온 가족을 대동하고 한국으로 이사 왔다. 구단은 대전시내 한 아파트에 수베로 감독의 거처를 마련했다. 현재 네 가족이 그곳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수베로 감독은 온 가족이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평소 술도 입에 대지 않을 만큼 ‘바른 생활 사나이’로 유명하다. 숙소를 안내해주자 ‘나중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경우, 인근에 아내와 아이들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했다”고 귀띔했다.
수베로 감독 가족은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입국 직후 검사에서는 아내의 체온이 다소 높게 나와 공항 내 격리시설에서 대기해야 했지만, 코로나19 역학조사관으로부터 “열이 충분히 내려갔다”는 확인을 받고 무사히 대전으로 이동했다. 수베로 감독은 “어려운 시기에 가족 모두 별탈 없이 입국해 기분 좋고 감사하다. 한국에 드디어 도착한 만큼 목표를 위해 하나씩 차근차근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격리를 마치자마자 한화 이글스 야구장에 가서 그라운드를 둘러보고 싶다. 내가 활동하고 머무르게 될 공간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수베로 감독은 격리 기간 동안 시차 적응과 휴식을 마친 뒤 구단 전략팀이 보내준 자료를 계속 검토할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일단 한국 생활에 적응이 먼저겠지만 아직은 바깥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일단 담당 직원과 SNS를 이용해 충분히 대화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수베로 감독은 현재 한국의 음식 배달 시스템에 감탄하며 무척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가격리가 해제되는 1월 25일부터는 선수단과 상견례한 뒤 캠프 준비를 비롯한 한화 감독으로서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1군 스프링캠프는 오는 2월 1일부터 경남 거제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잇달아 열린다.
든든한 지원군이 수베로 감독 곁을 지킨다.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가 수베로 감독과 함께한다. 한화는 3명의 주요 보직 코치도 모두 수베로 감독이 추천한 복수의 인물 가운데 육성에 최적화된 인사로 선별해 선임했다. 감독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고, 팀 방향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선진화된 시스템 속에서 육성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신임 감독과 코치들의 시너지가 필요하다. 이 코치들이 우리 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국내 코치진과 협업을 통해 팀의 운영 및 육성 체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케네디 수석코치는 1998~2019년 21년간 마이너리그팀 감독을 맡아 통산 1915경기를 지휘했다. 살바도르 페레스, 윌 마이어스 등이 케네디 코치 지도 아래 성장했다. 지난해는 MLB 캔자스시티 로열스 수비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로사도 투수코치는 두 차례나 MLB 올스타로 뽑힌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1996~2000년 MLB 125경기(선발 112경기)에 등판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25세에 은퇴한 뒤 지도자로 전향했다. 2011년부터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 투수코치를 맡아 유망주 투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두 코치는 수베로 감독과 같은 날, 다른 비행기로 나란히 입국해 역시 구단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워싱턴 타격코치는 37세 젊은 지도자다. 26세였던 2010년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타격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MLB 팀과 마이너리그팀에서 많은 육성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다저스 마이너리그 시절 작 피더슨, 코리 시거, 코디 벨린저 등의 육성을 담당했다. 샌디에이고에서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 유망주를 리그 스타로 성장시킨 인물로 알려졌다. 워싱턴 코치는 다른 두 코치보다 계약이 늦은 데다 미국 영사관 업무 처리가 지연된 탓에 입국 일정이 늦춰졌다.
지난 시즌 다른 구단 감독들과 선물을 주고 받았던 윌리엄스 KIA 감독(오른쪽)은 이번 시즌 역시 유사한 ‘이벤트’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윌리엄스 감독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 맞는다
윌리엄스 감독 역시 KIA가 창단 후 처음(전신 해태 시절 포함) 영입한 외국인 사령탑이다. 2019시즌을 7위로 마친 KIA는 재도약을 위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KBO리그 역대 사령탑 중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윌리엄스 감독에게 3년간 지휘봉을 맡겼다.
윌리엄스는 MLB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으로 통산 179승을 기록한 베테랑 지도자다. 선수 시절 MLB에서 다섯 차례 올스타로 뽑혔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골드 글러브와 실버 슬러거 수상 경력도 있다. 그런 그가 한국의 KIA 감독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에 해외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을 정도다.
윌리엄스 감독 3년 임기 중 첫 시즌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KIA는 지난해 정규시즌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래도 73승 71패로 승률 5할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시즌 내내 부상자가 속출했는데도 2019년(62승 2무 80패)보다 11승을 더 올렸다.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KIA 조계현 단장은 윌리엄스 감독의 ‘소통’ 능력을 높이 샀다. 선수들은 “감독님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고 입을 모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번 겨울엔 다음 시즌 준비에 시간을 많이 썼다. 스프링캠프 계획을 짜고, 운동으로 체력 관리도 했다. 올해는 부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야구장에서 더 많은 팬과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3년의 계약기간 중 두 번째 시즌은 성적에 대한 부담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윌리엄스 감독도 올해 고삐를 조일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팀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리그에 좋은 타자가 많다. 투수는 더 효과적으로 투구해야 이길 수 있다. 그게 올해의 주요 포커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두산 베어스(3승 13패)와 LG 트윈스(5승 11패)가 ‘넘어야 할 산’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단순히 매치업 문제일 수도 있고,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올해는 두 팀을 상대로 더 경쟁력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출발부터 다르다. 지난 1년간 KBO리그와 KIA 선수단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윌리엄스 감독 자신도 “우리 선수들 특성과 팀의 방향성 등 많은 걸 배운 시기였다. 지난해 느낌이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데 도움이 될 거 같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선수들이 겨우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가 선수들에게 가장 원하는 건 매 경기 꾸준하게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거다. 선수들은 신체적으로, 나와 코치진은 정신적으로 각각 충분히 준비를 마치고 캠프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망이 나쁘지 않다.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구성이 좋다. 에이스 애런 브룩스와 재계약했다. 투수 다니엘 멩덴을 새로 영입했다. 윌리엄스 감독과 MLB 시절 인연이 있어 감독도 영입을 반겼던 선수다. 지난해 팀 최초 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달성한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는 1루로 옮겨 타격에 더 집중한다. 여기에 지난해 타격왕인 자유계약선수(FA) 최형우가 잔류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내야수 류지혁과 김태진도 부상에서 회복했다. 해외 진출을 타진 중인 FA 투수 양현종 거취가 변수다. 그가 팀에 남는다면 가장 큰 걱정을 던다.
윌리엄스 감독은 “외국인 선수 구성에 만족한다. 투수진 역할 분담은 아직 구상 단계라 스프링캠프 때 결정할 것이다. 터커가 1루로 옮기면서 외야 한 자리가 빈다. 젊은 외야수들은 캠프에서 ‘열린 경쟁’을 해야 한다. 베스트 멤버가 정해질 때까지, 그 과정이 그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윌리엄스 감독은 KBO리그에 훈훈한 화제를 일으켰다. 각 구단과 감독 이름을 새긴 와인 케이스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칠레산 레드와인을 넣어 한 병씩 품에 안고 전국의 야구장을 돌면서 9개 구단 감독들을 만났다. 이른바 ‘와인투어’였다. 처음엔 윌리엄스 감독의 선물에 당황했던 다른 팀 사령탑들도 어느새 정성껏 준비한 선물로 화답했다. 특히 소곡주, 청도 감 와인, 약 18kg 중량의 초대형 인삼주, 모주, KS 우승 기념 소주 등 한국의 전통주들이 대거 윌리엄스 감독 자택의 진열대에 자리 잡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다른 감독들이 주신 선물들은 대부분 먹지 않고 아껴두고 있다. 2020시즌의 추억이 될 선물들이라 가능한 한 오래 잘 간직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올해도 비슷한 이벤트를 해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자세한 얘긴 하기 어렵지만 뭔가 준비하고 싶다”며 웃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