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환자부담금 파악 위해 전자세금계산서 등 증빙 서류 필수…탈세 의심 업체는 조사 중
건강보험의 장애인 의지 급여 기준금액이 3월 1일부터 30% 인상된다. 의족에 대한 급여는 227만 원에서 296만 원으로, 의수는 181만 원에서 223만 원으로 15년만에 상향 조정된다. 사진=연합뉴스
장애인의 의수족 급여 기준액이 2005년에 단 한번 인상된 이후 2020년까지 15년 동안 단 한차례의 추가 인상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30% 인상은 주목할 만하다. 장애인 보조기기 가운데 보청기는 같은 기간 34만 원에서 131만 원으로, 의안은 30만 원에서 62만 원으로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와 함께 수리 빈도가 높은 다리 의지 소모품 5개 품목에 대해서도 소모품 급여화가 시행된다.
일요신문은 2020년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의수족 급여금액의 비현실성을 이야기하며 장애인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급여의 간극이 크고 그 사이에서 탈세와 리베이트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현실과 동떨어진 의료수가…의수족 업체 탈세로 이어지나, [단독] “병원에 30% 상납” 장애인 울리는 의수족 리베이트 의혹 추적).
일단 이번 개정안으로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이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위법령 개정안에서는 수급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신청할 때 현금영수증 등 실제 본인부담금 납부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했다. 수급자의 실제 본인부담금 납부 여부와 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환자의 실제 지불 경비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렇다고 업체의 탈세를 막을 방안이 될 수는 없지만 일단 첫 번째 단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사업실 관계자는 “기존에는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부분만 신청하면 됐기 때문에 수급자의 실제 구매 금액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오랫동안 의수족 관련 급여 기준액이 오르지 못했던 이유도 실제로 수급자가 얼마를 지불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시장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장애인 보조기기에서 의수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5%가 채 되지 않다보니 놓치고 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수족 제작 업체들이 오랫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액으로 지급하는 급여만큼만 의수족 가격을 신고하고 수입으로 잡으면서 사실상 정확한 의료수가를 산정할 공식적인 기준과 근거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의수족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수족 가격이 상승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15년 동안의 물가인상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의 의수족 관련 급여 인상이 없었던 것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하위법령 개정안에서는 수급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신청할 때 현금영수증 등 실제 본인부담금 납부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했다.
#급여평가위원회는 왜 15년 동안이나…
보건복지부는 “의지·보조기 급여 기준액은 전문기관의 연구용역 및 시장조사, 수급대상자 설문조사, 보험재정 등을 종합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보조기기의 급여액은 통상 장애인보조기기 급여평가위원회의 협의에 따라 정해진다. 급여평가위원회의 구성은 한국의지보조기협회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비롯해 소비자단체, 장애인단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및 관련 학계와 전문기관의 전문가 등 총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임명하고 위촉한다.
급여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이런 단체 안에 의지보조기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업체의 대표나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다. 환자에게 지급되는 급여액이 올라도 업체로서는 별반 이익이 없다는 점에서 급여액이 오르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라도 따져 물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통계를 기준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애인보조기기 전체 급여는 13만 1000여 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의수족 관련은 3800여 건(3%)으로 많지 않다. 액수로 보면 전체 급여액 약 1100억 원 중 48억 원 정도로 5% 미만이다. 때문에 장애인보조기기 안에서도 의수족 관련 부분은 소외되어 있던 측면이 있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청기의 급여액이 4배 정도 오른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장애인 인권단체 관계자는 “소수의 중증 장애인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최약자다. 현실적으로 이들은 대부분 사회·경제적으로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가기 힘든 구조 속에 있다. 이들을 보호하고 지키는 사회적 목소리도 아직 약하다”며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으니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을 것이다. CCTV의 사각지대처럼 가려진 부분을 대변해 줘야 하는 단체들이 오히려 잇속만 차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신고포상금제 실효성 있을까
장애인보조기기 부당청구 판매업소에 대해서는 오는 7월 1일부터 ‘신고포상금제’도 신설된다. 부당한 방법으로 보조기기 급여비용을 지급받은 판매 업소를 신고한 경우 포상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의수족 제작업체의 경우 실제 환자의 지불액과 업체가 공단에 신고한 비용이 다르다고 해도 문제가 될 소지가 거의 없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정해진 급여를 기준으로 그 이하의 제품에 대해 가격을 올려 급여를 신청하는 사례에 대해 신고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보조기기 부당청구 판매업소에 대해서는 오는 7월 1일부터 ‘신고포상금제’도 신설된다. 부당한 방법으로 보조기기 급여비용을 지급받은 판매업소를 신고한 경우 포상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환자가 의수족 제작을 위해 업체에 실제로 얼마를 지불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업체의 미신고 수익은 물론 실제 의수족 시장가를 파악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의수족 제작 가격이 보다 투명해져야 환자가 의수족 제작에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향후 업체의 거래내용에 대해서 오는 7월 1일부터는 기존 수기방식이 아닌 전자세금계산서로 받아 국세청의 감시를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대안을 밝혔다. 법인사업자에서 개인사업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역시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편 일요신문 보도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가 조작과 탈세 혐의가 의심되는 10개 업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대상 업체에 대해서 공단 측은 “아직 진행 중이라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없으며 설 연휴 전에 1차 조사를 마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