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밖에선 ‘중전 언니’ 신혜선과 화기애애…차기작 준비중, 액션 연기도 욕심나”
tvN 토일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철종(김정현 분)의 후궁이자 그의 첫사랑 조화진 역을 맡은 배우 설인아(25)는 캐릭터에 대해 “딱하고 사랑에 솔직해서 상황을 보지 못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사진=위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그리고 대본도 너무 재미있었고요. 그런 마음과 더불어서 이제까지 다른 작품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최종적으로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조화진은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이전 작품들과는 또 달리 섬세하고, 예민해서 표현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죠. 대본을 읽었을 때는 활을 쏘는 장면을 보며 ‘이 캐릭터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는 화진이로 계속 살아가다 보니 그에게 이입해 가끔씩 감정이 더해갈 때가 있었어요. 이런 부분을 조절해가면서 사극 톤이나 애티튜드(태도) 등에 신경을 썼죠.”
조화진은 맹목적인 사랑이 어디까지 달려 나갈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어린 시절 역모에 휘말려 우물 속에 갇혀 있던 철종을 구해준 소용인 척 철종을 속이고, 후궁이 되고 나서도 중전인 소용을 음해해 철종이 그를 경멸하도록 이끌어 결국 소용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게 만든다. 단지 사랑을 위해서였다고 변명하기엔 조화진의 행동은 쉽게 용서받지 못할 만큼 악랄하다. 그럼에도 그를 향한 공감과 동정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에 대해 설인아는 “대중들이 화진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배경까지 크게 보셨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중에서는 조화진이 등장할 때마다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촬영 현장은 늘 화기애애했다. 왼쪽은 극중 김소용 역할을 맡은 신혜선. 사진=설인아 인스타그램
그의 말대로 배우는 캐릭터의 가장 큰 이해자 자리에 있었다. 배우조차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캐릭터로는 대중들에게 감히 공감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인아 역시 화진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온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꼽은 조화진의 명장면은, 연적인 김소용에게 구원을 받고 나서도 어떻게 해서든 그를 미워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울분을 터뜨리는 신이다.
“화진이는 끝까지 진실을 외면하고,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을 위해 영평군(유민규 분)에게 국궁장에서 ‘그 시체는 꼭 오월이어야만 한다’라고 하죠.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상황을 그렇게 믿고 싶을 만큼 많이 불안해 보였는데, 한편으론 제가 생각하기에도 좀 미웠고 영평군이 답을 말해주는데도 왜 그렇게 답을 할까 싶었죠. 시청자들이 보시기엔 ‘화진이가 미쳤구나’라고 보였을 수 있지만 저는 그때 화진이가 심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라고 생각했어요. 대본을 읽었을 땐 마음도 아팠고요.”
‘철인왕후’ 종영 후 설인아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그는 “액션 연기에 관심이 있다”며 액션 장르에도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위엔터테인먼트 제공
“저희 촬영 현장 분위기 정말 좋았어요(웃음). 배우들끼리 모여 있을 때는 각자가 맡고 있는 캐릭터로 장난도 치고 그랬죠. 제가 소용 언니(신혜선)한테 가면 최상궁, 홍연 역할의 배우 분들이 제게 ‘마마, 조심하셔야 하옵니다’ 그래요. 그러면 저는 소용 언니를 살짝 째려보는 제스처를 취하고(웃음). 이렇게 평소에도 각자 캐릭터로 장난치면서 잘 지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홍 별감님(이재원 분) 덕에 NG가 진짜 많이 났어요. 그것 때문에 30분씩 다들 웃고 그럴 정도로(웃음).”
‘철인왕후’를 마무리하며 설인아는 당분간 차기작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018년 ‘내일도 맑음’ 주연을 시작으로 2019년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2020년 ‘철인왕후’에 이르기까지 3년 연속 주연을 맡으며 작품 자체는 물론이고 배우의 연기 변신 측면에서도 성공을 거둬 왔다. 어깨가 으쓱하고 솟을 법도 하지만 설인아는 지난 2018년 그랬듯, 거만하지 않고 지금 그대로의 자신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다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요즘 ‘킬링이브’라는 BBC 드라마를 보면서 빌라넬이라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장르로만 이야기하면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할 예정이거든요. 좋은 기회로 함께하게 되는 작품 하나하나 최선을 다할 예정이니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던 ‘절대로 거만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은 지금도 제 안에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게 저의 또 다른 마음가짐이에요. 모든 순간, 모든 방면의 매 작품에서 열린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되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