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구자은 회장 유력, 3세 승계 정지 작업 본격화…금감원 예스코 회계 감리·일감 몰아주기 재판 변수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2·3세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와 금감원의 칼날이 그룹을 겨냥하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2·3세 경영권 승계…동시에 속도 붙어
지난 2월 19일 한국무역협회 제31대 차기 회장에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내정됐다. 2월 24일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구자열 회장이 공식 취임하면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1999∼2006년 재임) 이후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이 무역협회를 이끌게 된다. 동시에 부자가 무역협회장을 역임한 기록도 생긴다. 구 회장의 선친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은 22~23대(1994~1999년) 무역협회장을 지냈다. 앞서 2월 16일 무역협회 회장단은 임시 회장단 회의를 열고 구자열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구 회장도 회장단에 차기 회장직을 맡겠다며 의사를 전달했다.
구자열 회장이 무역협회장에 나선 배경으로 LS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꼽힌다. LS그룹은 ‘10년 주기 사촌경영’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2003년 LG그룹에서 전선과 금속부문 등을 분리해 LS그룹이 출범했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삼형제는 10년 주기로 LS그룹 회장직을 물려주자고 약속했다.
실제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2004년부터 (주)LS 회장직을 역임했고, 9년 차인 2012년 말에 사촌동생인 구자열 회장에게 물려줬다. 올해 구자열 회장이 9년 차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2세 경영자로선 마지막으로 그룹 회장직에 오를 전망이다. 구자은 회장은 2018년 (주)LS 등기이사로 선임되고 회장으로 승진한 후부터 미래혁신단을 이끌며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하고 전략을 수립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왔다는 평가다.
LS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구자열 회장이 무역협회장으로 선출됐다고 승계를 이번 주주총회 때 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LS그룹은 초대 회장 때부터 9년 차에 회장직을 넘겨주고 있고, 올해 연말에 경영권을 승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S그룹 3세들의 경영권 승계 정지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고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다.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도 CEO로 선임됐다. 구동휘 E1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는 (주)LS에서 E1으로 이동했다. 사실상 3세들이 계열사 경영 전면에 나서서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법원 앞에 선 LS그룹
대외적인 이슈가 경영권 승계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2018년 예스코홀딩스 재무제표 회계감사 적절성에 대한 감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6~2017년 예스코홀딩스는 총수 일가가 주주로 있는 싱가포르 투자사 에이어니스트비와 미국 음성인식 스타트업 에바오토메이션 등에 지분 투자를 했고, 560억 원의 손실이 났다. 문제는 2019년 말이 돼서야 2018년 재무제표에 투자로 인한 손실을 처리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예스코홀딩스가 투자자산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고 회계장부에 반영했는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예스코홀딩스의 투자 실패는 자회사 예스코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30일 예스코는 예스코홀딩스에 1550억 원의 중간배당금 지급을 결정했다. 2019년 배당금 140억 원과 비교하면 11배나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예스코는 118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가파르게 증가한 배당금을 두고 모회사의 투자 실패를 책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예스코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중간배당금에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예스코가 물적분할을 할 때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음에도 모회사에 꾸준히 높은 액수의 배당을 이어왔다”며 “1550억 원의 중간배당금 집행은 예스코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은 부실 경영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과 구자홍 회장의 장남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는 투자 실패로 인해 그룹 내 입지가 흔들린 상태다. 지난해 말 구자철 회장은 투자 실패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장남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가 아닌 구본혁 사장에게 예스코를 넘겨줘야만 했다. 구본웅 대표는 각종 소송에 휘말리면서 외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 초 구자홍 회장은 갖고 있던 LS 주식을 계속 매각해 지분율을 1%에서 0.06%까지 낮췄고 LS전선아시아와 예스코홀딩스 주식은 전량 매도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법원의 판단도 기다리고 있다. 오는 3월 5일 구자홍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회장 등 총수일가는 일감 몰아주기 관련 재판을 받는다. 2018년 (구)LS전선이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통행세 수취회사를 설립하고 10년 넘게 부당지원한 사실이 공정위 조사결과 드러났다.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59억 6000만 원을 부과했고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검찰은 LS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방식을 통해 14년간 21조 원 상당의 부당지원을 한 혐의로 구자홍·구자엽·구자은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런 가운데 주목을 받는 인물이 구자열 회장의 장남 구동휘 E1 전무이다. 10년 뒤 LS그룹 3세 경영의 첫 회장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과 일감 몰아주기 이슈 등에서 자유로운 데다가 경영권 승계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오는 3월 30일 구 전무는 LS네트웍스 정기주주총회에서 LS네트웍스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3세 중 등기이사로 오르는 건 처음이다. 구 전무와 구자열 회장의 (주)LS 지분율은 각각 2.99%, 1.87%다. 두 사람의 지분율은 구자은 회장(3.63%)보다 1.23% 높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